우상호 "당 지지율, 文 경선통과시 쪼그라들 수도" 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 보고 많은 분들이 분노하시면서 심지어는 '나쁜x'라는 욕에 원내대표에서 물러나라는 말씀까지 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기사 제목은 자극적이나, 내용을 보면 우상호 원내대표가 크게 문제될만한 내용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안희정 후보에 대한 개인적인 친분과 선호가 보이기는 하나 지금 오유에서 나오는 것만큼까지 비판 받을만한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상호 대표가 아주 노골적으로 편파발언을 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한다거나, 진짜 당 경선에 개입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라면 모르겠으나, 저 정도 말하는 것은 용인이 되지 않을까요?
기자들이 조회수 얻기 위해 일부러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서 아무 일도 없던 정치인들 사이를 어색하게 만들고 오히려 없던 분란을 만드는 것을 여러번 경험하시지 않았습니까? 지난번 김경수 대변인 인터뷰 기사도 앞 뒤 맥락 다 짜르고 그렇게 기사를 쓰니까 원래 의도랑 영 딴판이 되버렸잖아요. 다들 평소에는 언론을 무조건 신뢰해서는 안된다, 항상 비판적으로 바라봐야한다고 하시면서 왜 이번에는 기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시나요ㅠㅠ
실제로 이렇게 분란이 한번 발생하고 나면 괜찮았던 사이도 어색해지고, 심지어는 적대적이게 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자기실현적 예언이죠. 그러니 한번 기사의 의도나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물론 저도 우상호 원내대표가 완전히 중립적으로 이야기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문재인 지지자 입장으로서는 충분히 서운할 만한 워딩을 선택하긴 했어요. 그래도 이렇게까지 죽일놈 어쩌고 할만큼은 아닌 거 같아요.
지금까지의 인터뷰를 기사로 만드는 과정을 보고 이번 인터뷰가 실제 어떤 분위기였을지 제가 한번 추론해보았습니다. 물론 소설이고, 최대한 선의에 바탕을 둔 상상력이기 때문에 사실보다 더 미화할 측면도 많이 있을 수 있으나, 그렇게까지 편파적으로 말한 상황은 아니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번 써 봤습니다.
<인터뷰 상상>
기자 : 원내대표님, 요즘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네요. 축하드려요. 이러다가 다음 지방선거에서도 대승하고, 21대 총선에서도 과반을 훨씬 넘길 수도 있겠어요(웃음)
우상호 :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저희 더불어민주당이 결코 자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의 저희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저희가 뭘 잘해서 얻었다기 보다는 현재의 대선국면의 삼각구도로 인한 측면이 많다고 봐야죠. 현재의 지지율은 대선 지나고 나면 떨어질 것입니다. 특히 지금까지의 전례를 보면 새로운 정권에 대한 기대치가 있는 정권 초기 1개월 이후에는 서서히 지지율이 빠져나갔습니다. 앞으로 더불어민주당이 꾸준한 신뢰와 지지를 얻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자 : 삼각구도로 인한 지지율이요? 어떤 뜻이죠?
우상호 : 지금 저희 당에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이라는 세 대선주자가 있지 않습니까? 상대적으로 안희정 후보가 과거 여당 지지자였던 보수층 표심을 끌어들이고 있고, 문재인 후보가 전통적인 지지층과 중도층을, 이재명 후보가 정의당 쪽 진보층을 끌어들이면서 현재 지지율이 나온 것이죠. 아마 대선주자가 확정되고 나면 어느 분이 되었든간에 현재보다는 떨어질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기자 : 그래요? 지금 양자대결이나 다자대결에서도 문재인 후보 압도적인 1등을 하고 있는데도 그런가요?
우상호: 실제로 대선은 지금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20%이상 차이나기가 어렵습니다. 항상 10%내외였잖아요. 이번에도 문재인 후보가 확정될 경우 안희정 지사가 끌어온 보수층이나 이재명 시장이 끌어온 정의당 쪽 진보층이 어느정도는 떨어져 나가는 것은 감수해야죠. 그래도 보수층을 결집시킬 유일한 리더가 보이지 않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없이 군소후보만 남았다는 점은 우리로서는 감사한 일이죠. 빠져나가도 결집할 곳이 없잖아요 하하.
기자 : 그러시군요. 그럼 다음으로 각 후보들의 장단점에 대해서 한말씀씩 해주세요. 문재인 후보부터
우상호 : 문재인 후보는 누가봐도 진정성이 보이는 게 장점이죠. 특히 진정성에 더해 지금은 5년 전보다 전달력이 더 좋아졌어요. 예전 같았으면 약간 선민의식이랄까 그런거 때문인지 실수가 있어도 해명하지 않고 화를 내시는 면도 있었는데 요새는 바로바로 사과하시고 논란을 차단시키시죠.
기자 : 최근에 나온 전두환 표창장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상호 : 저도 '전두환 장군'이라는 표현은 조금 걸리긴 하더라고요. 저는 한번도 장군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으니까...어쨌거나 그건 전달 상의 실수 아니겠습니까? 실수라고 인정하고 부드럽게 넘어가면 되죠. 5년전보다 비교하면 그래도 문 전 대표가 괄목상대하는게 보여요.
기자 : 안후보에 대해서도 한말씀 해주세요. 대표님과도 친분이 있으신 분이시죠?
우상호 : 지난번에 만난 적이 있는데, '너 안될텐데 왜 나왔느냐'고 물었더니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없는 말을 하려고 나왔다고'하더라구요. 그러더니 대연정을 얘기하면서 어쨌거나 대통령이 안 되어도 좋은데, 다음 대통령이 연정을 하지 않으면 되겠느냐는 메세지를 남기기 위한 거래요.
기자 : 메세지를 남기기 위해 나왔다라...안지사님의 장점과 단점은 뭐라고 보세요?
우상호 : 저는 사실 본선 경쟁력은 안 지사가 나을 수 있겠다고도 생각해요. 하지만 정권교체에 목마른 유권자들이 그런 점을 판단할 시간이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거기다 안지사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어요. 사실 호남 입장에서 DJ와 문 전 대표는 연이 없기 때문에 DJ를 팔아먹을 수 있는 사람은 안 지사뿐이에요, 그런데 안지사를 그런 세일즈 포인트를 가지고 선동을 잘 못해요. 적통성은 있는데 너무 차분하니까 격동이 안 되는데다, 전달력도 떨어져요.
기자 : 그래도 친구분이신데 너무 혹평하시는 거 아니에요?ㅎㅎ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