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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렷이 되지 않는 사내
게시물ID : sisa_8722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자유신
추천 : 1/11
조회수 : 702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7/03/21 22:31:18
나는 부끄러웠다
한칸 셋방살이 가난이 부끄러웠고
이미 비틀어진 굽은 팔이 부끄러웠다.
그걸 숨겨야 하는 내 처지가 더 부끄러웠다.
지나가는 사람이 다 내 팔만 보는것 같았다.
긴팔 옷을 입었는데도 다 훔쳐보고 있다고 믿었다.
내 팔은 휘어 있었다.

나는 부끄러웠다.
부끄러움마저 부끄러웠다.
나는 부끄러움 자체였다.

나는 부끄러워서 오직 나에게 저항했다.
나에게 반항했다.
나에게 미래는 없었다.
나는 무학 이었고
장애인이었다.

나는 내가 나에게도 부끄러웠다.
할수만 있다면 
나는 부끄러움을 지우고 싶었다.

어느날 연탄마저 나를 배신했다.
다락방에 올라가 피운 연탄불은 알아서 꺼졌다.
수면제도 나를 반역했다.
조심스럽게 사 모은 알약은 소화제 였다.
약사가 알아서 주지 않았던 것이다.
어설픈 자기 학대마저 실패한 날
거울 앞에 선 내 몸은 차렷이 되지 않았다.
내 팔은 나를 거부했다.
독가스도 전문가도 나를 인정하지 않은 날
나는 굽은 팔은 펴보았다.
펴지지 않았다.

나는 거울에게 말했다.
굽은 팔을 펴는 날 까지만 
살자.
차렷이 안 되는 몸뚱어리를 자랑으로 삼는 날까지는
부끄러움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거울이 울면서 말했다.
굽은 팔로 살아.

그날 오후 나는
처음 굽은 팔로 반소매 옷을 입고 나갔다.

                                   ㅡ 이재명의 굽은팔 중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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