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시간 속에서 슬픔이 잔뜩 머금은 눈으로 그대가 왔다
발개진 콧등과 바래진 볼 위에
서늘한 안부를 전할 수 없어
그대에게 자리 한 켠을 내었다
고양이처럼 움츠린 어깨를 매만지고
묶여진 머리를 매만지고
하얀 욕조위에 그대를 누인다
수증기처럼 사랑의 언어들이 유영했던 시간이 있었다.
그대의 이마의 물기를 입술로 지웠고
그댄 기쁨의 눈물을 흘렸었다
사랑의 계절은 끝이났다.
숱한 사랑의 유희들은 욕조안으로 침윤했다.
머리끝에서 아픔이 뚝 뚝 흘러내리고
마른바닥엔 이별의 상흔이 남겨진다.
그대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