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사랑을 한다.
그의 나이 삼십대, 적당히 여유롭고, 적당히 불안하며, 적정한 수의 연애를 했다.
어릴적 첫사랑의 싸늘한 기억은 안주거리로 이야기할만큼 여유로워졌다.
여전히 사랑을 꿈꾸지만 사랑에 모든것을 포기할 만큼 어리석지도 않다.
적절히 시간을 활용해 취미와 여가를 즐길줄도 알고,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려하기보단 장점을 극대화하려는 현명함도 경험을 통해 배웠다.
결혼을 먼저 한 선배들을 보며 결혼의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의 간극에서 고민하기도 하며, 결혼과 사랑의 상관관계에 대한 확신도 조금씩 흔들린다. 그래서 결혼이 모든 문제의 해결점이 아니라는 것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20대의 그는 섹스에 맹목적이었고 열정적이었지만, 지금은 그것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럽진 않다. 섹스말고도 흥미로운 것들은 산재해있고, 여성을 선택하는 기준이 외모나 섹스가 전부인 시절은 지났다.
어쩌면 그것은 남자들 사이에서 그녀석은 아직 철이덜들거나 이쁜년 만나 고생좀 더해봐라는 암묵적인 합의이며, 사실 괜찮고 이쁜 여자는 주위에 괜찮은 남자가 늘 있다는것도 알게되었다.
예쁜 애들이 더 착하고 자기가 이쁜걸 알고 있다는 것도 더 이쁨받는 다는것도 알고있으며, 대부분의 예쁜 애들은 나를 선택할 수없다는 것을 알고 먼저 포기하는 빈도도 높아진다.
잘생긴 남자는 나쁜 남자이고 쿨내진동해야 매력있다는 공식은 삼십대에선 그닥 설득력을 잃는다.
나이가 들면 그건 유아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자기방어기재가 강하며 이기적인 남자라는, 남자로서 별로 매력없는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되고 지난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지만, 이미 착한 옛 여친은 착한 남자를 만나잘 살고 있다.
삼십대의 남자는 더욱더 꿈을 맹렬히 꾸고 자신을 열정으로 불태워야하는 나이가 되고, 마흔이 되어서야 불혹. 자신에게 의심이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슬프게도 지금의 삼십대는 이제서야 연애를 배우고, 재느라 바쁘고, 어찌저찌하다 남들 사는 삶을 따라가며 사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니 사랑도 일도 자신에 대한 열정도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그 어정쩡한 불균형만큼 남자는 매력이 사라진다.
다 그런것은 아니다.
다만 적어도 점점 그런 남자들이 많아지는것은 사실이다.
근육만 기르고 쿨한척하는게 상남자이거나 어른이 아니다. 사랑을 할때는 10대처럼 맹렬하게, 꿈을 꿀때는 무모하게,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에 대한 무한한책임을, 부조리에 대해서는 치열하게 저항하는 그런 남자가 진짜 남자다.
자신의 신념과 사랑을 위해 목숨도 마다할수 있는 진짜 남자가 그리운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