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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게시물ID : gomin_16963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작가s
추천 : 1
조회수 : 17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3/25 21:40:30
 
책상에 앉아 고요히 생각이 흐르게 두었다.
째깍거리는 시계 초침만 적막히 귀를 두들기고,
이따금씩 날름거리는 강아지의 소리가 들린다.
 
책상 앞에 펼쳐진 두꺼운 책은 이미 절반정도 읽었다.
읽고 싶어서 읽은 것이 아니라, 그저 무엇이라도 시간을 채워야 할 것이 필요해서,
나 홀로 뒤쳐지는 것이 무서워 무거운 책을 억지로 펼친 것이다.
어째서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은 언제나 달라서, 이토록 사람을 초라하게 침잠시키는가 싶다.
 
나는 마라톤이라고 생각했던 경기장에 대학졸업과 함께 들어왔고,
멀리서 지켜보니 그토록 느긋해 보였던 선수들은
하나 같이 42km를 11초에 주파할 사람들 마냥 숨가쁘게 전력질주 중이었다.
그런 경기장에 들어섰는데, 애석하게도 나는 아직 준비운동조차 하지 않았다.
 
바쁜 것이 싫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목적이 없는 것이 싫었다.
목적의식이 있는 선수와, 그저 트랙을 달리는 선수는 분명히 다르다.
나는 내가 어느날 갑자기 번뜩하고 그 목적이 생길줄만 알았다.
 
훌쩍 자라버린 몸은 이제 더이상 20살이 아니었다.
조금만 신경쓰지 않아도 부쩍 늘어나는 몸무게는 천천히 늙고 있음을 일깨웠다.
더이상 나는 매일 자라나는 청소년기가 아니었다.
 
현실을 관조하는 일은 나에게 힘든 일중 하나였다.
무릇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님들은 자기 자식들에게 으레
'넌 똑똑한데 안해서 그렇다.' 라며 아이들을 독촉했고,
당연히 나는 내가 정말 그런줄 알았다.
아니, 사실 오래전에 내가 평범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인정하기 싫었다.
 
모든 시작은 자신의 출발선을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지금 열심히 뛰고 있는 모두는 각자의 시작점을 나보다 먼저 그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앞서 달리고 있는 사람들, 친구들의 뒤에서
그래, 여기가 너희보다 뒤쳐진 나의 시작점이야. 라고 인정하는 것은 역시나 힘든 일이다.
 
참 우울한 날이다.
참 울적한 날이다.
 
이런 나에게도 달릴 수 있는 힘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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