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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와 내가 하나가 된 이야기.
게시물ID : cook_10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정어리냠냠
추천 : 17
조회수 : 1718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0/12/26 19:43:43
예전부터 항상 캥거루를 만나고 싶었던 나는, 우연찮게 마트에서 캥거루와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의 만남이 동행으로 이어졌다. 살아생전 매우 튼튼했던 녀석인가보다. 보다시피 살코기가 많고 살도 두툼하다. 그리고 지방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비닐을 뜯는 순간 야릇한 향이 내 코에 스며들어왔다. 일단 캥거루를 우유에 재워 놓았다. 왜냐하면 이녀석은 우유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실 빨리 이녀석과 하나가 되고 싶었지만, 마지막 가는 길 조금 더 목욕하게 냅뒀다. 그 사이에 양상추와 토마토를 잘라 놓고 장식을 준비를 하고, 감자튀김을 만들었다. 감자튀김이 딱히 먹고 싶은 건 아니었으나, 기름이 많이 남아 처리를 해야했다. 감자는 미리 썰어서 물에 담궈 전분을 제거하고, 채에 담아 물기를 빼준다. 그리고 작은 냄비에 기름을 붓고 밀가루 옷을 입힌 뒤 튀겨주었다. 여기서 밀가루는 밀가루와 물을 섞은 반죽이아니라 그냥 밀가루다. 사진에 보이는 만큼의 감자튀김을 만들고 나니 기름이 새카맣게 변해버렸다. 밖에선 튀김을 먹으면 안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릇에 담아 소금을 뿌리고, 휴지로 기름을 흡수하게 두고, 본격! 요리에 들어갔다. 사실 캥거루를 굽는게 전부라 요리도 별 것 아니었지만... 캥거루를 굽기 시작하니 생각치도 못한 향이 내 코를 자극했다. 아까 맡았던 향보다 훨씬 강렬했다. 두둥! 아니 이 향은..??? 서둘러 후추를 찾아서 고기에 뿌리기 시작했다. 물론 향이 역하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내가 후추를 좋아할 뿐... 캥거루 스테이크이긴 하지만 왠지 찝찝해서 속까지 다 익히기로 작정하고 가위로 자르기 시작했다. 살코기가 너무 두툼해서 그냥 냅뒀다간 안 익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중에 먹을 때 칼로 썰어 먹기 귀찮기도 하기 때문이다. 캥거루의 피가 흘러나옴에 따라 잠깐이지만, 이녀석의 최고의 순간을 떠올려보았다. 녀석은 후회없는 삶을 살았을까... 일단 지글지글 캥거루가 익어감에 따라 향은 점차 사그라 들었다. 내심 안도하며, 잘 익은 캥거루 한점을 후~후~ 불어서 입에 넣어 오물오물, 쨥쨥... 캥거루가 마치 내 입안에서 뛰어노는 듯 하였다. 조..좋은 육질이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너무 냄새가 날까 두려워 캥거루를 불에 오래 두었더니 살짝 질겨져서 마음이 아팠다. 와인과 함께 그렇게 캥거루는 나와 오늘 저녁 하나가 되었다. 먹다가 너무 목이 매여와서 차마 다 먹지 못하고 묻어주었다... 미안 캥거루야.. 다음 부터는 눈으로만 즐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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