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랑게는 익명이 아니네요.
2년 간 매달 50만원씩 적금을 넣어 천만원을 돌파했는데, 양악수술 하려고 적금을 깼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충치와 부정교합이 있다는 가정통신문을 분명히 부모님께 드렸는데도 '방치해 주신' 결과
아래턱이 나온 부정교합이 되었고 왼쪽은 어금니가 모두 썩어 발치, 오른쪽 어금니 하나로만 밥을 먹고 삽니다.
내가 찍힌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사람들이 보는 나는 턱도 튀어나오고 참 못생겼구나' 싶어 마음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셀카는 물론 친구들이랑 사진 찍는 것도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진을 찍어야 할 때마다 미치도록 숨고 싶었습니다.
오죽하면 제 얼굴이 너무 보기 싫어서 초중고 졸업앨범에서 제 사진은 다 오려버렸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습죠? 그런다고 다른 사람들 앨범에서 내 얼굴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가난한 부모 밑에 태어난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요?
초등학생이 알바해서 교정을 할 수는 없잖아요? 고3이 알바해서 양악수술을 할 수는 없잖아요?
독립한 지 2년, 기숙사 생활하며 원룸이라도 얻으려 모으기 시작한 돈이지만
더 이상 거울 속의 나를 싫어하고 싶지 않아서, 이제라도 내가 나를 좋아해주고 사랑해주고 싶어서 결심을 했습니다.
20년간 끓어 온 원망이 조금이라도 식을까 싶어 '기회를 준다'는 마음으로 돈 얘기를 꺼냈는데 아무런 보탬도 줄 수가 없다는군요.
이쯤 되면 내가 저들의 노후를 책임 질 이유가 있나, 한달에 3만원씩 상조계에 돈을 넣을 필요가 있나. 회의감이 드네요.
영화 <군도>에서 조윤(강동원)은 도치(하정우)와 함께 쳐들어 온 농민들에게 칼을 겨누며 이렇게 말합니다.
"타고난 운명을 바꾸기 위해 생을 걸어본 자 있다면 나서거라. 내 그 자의 칼이라면 받겠다."
사랑받지 못한 서자였던 조윤은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비뚤어져 사람을 마구 죽이는 악인이 됩니다.
그런데 저는 조윤의 저 말이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수술을 앞둔 지금 계속 저 말이 머리에 맴도는군요.
친구들은 "얼굴이 바뀌긴 하겠지만 꼭 잘 생겨진다고 보기는 힘들지" 라는데 (하.. 이 아름다운 녀석들)
내가 나를 좋아할 수 있어야 삶의 이유도, 방향도 제대로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살아돌아올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