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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언죄_인터누텔라 #내일_몸살_날_것_같아여_운동이_넘_빡셌엉
게시물ID : mabinogi_1326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리에나
추천 : 13
조회수 : 68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10/05 23:56:45







Persona 3 FES: Maya Theme


정확히는  P2에 나오는 '마야'의 테마곡을 P3 FES 에서 메구로 쇼지가 편곡한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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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저 왕좌에 비뚤게 앉아 방만하게 앞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조차도 제대로 하기에 힘이 겨워 푹신한 팔걸이에 뺨을 갖다대본다. 졸림에 흠뻑 젖은 눈은 하품을 늘어지게 하고나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모두가 내 앞에 고개 숙인 이 자리에서 나는 에레원, 너의 등을 보고 있을 뿐이다.


"있지, 이대로 진행해도 괜찮겠어? 폐하."

"네 뜻대로."

"그래, 고마워."


화려하게 빛나는 모양으로 너는 내게 질문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네 뜻대로 하라'고 말해줄 수 있을 뿐이다. 모두의 말은 내게로 향하지만, 그 어떤 말도 내게 닿지는 않는다. 내 앞에 고개 숙인 모든 경배는 사실 모두 에레원, 너를 위한 것이었을텐데. 내 마음대로 너의 자리를 꿰찬 나를 미워하지도 않고 너는 모두를 의욕넘치게 만든다. 온통 반짝반짝 빛나는, 너를 위한, 너만을 위한 세계에서 사랑받고 자라온 너라서 그럴 수 있는걸까, 에레원.


웅성이는 소리가 듣기 싫다. 여전히 마음껏 늘어진 자세를 하고서 나는 기어코 손을 내젓는다. 이럴 때만큼은 내 의지를 잘도 떠받들어주는 가신들은 종종걸음을 걸어 접견실에 차근차근 나간다.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너조차도 내쫓고 나서야 나는 태어나 처음 숨을 쉬는 듯이 길고 가는 숨을 뱉는다. 접견실은 휘황하다. 금빛과 붉은색으로 치장되어있는 왕좌에 올라와 있는 나는 먼 곳에서 뽑아온 듯한 어색한 모양이었다. 이 장식들과 띠들을 죄 뜯어 불태워버리고 싶다는 욕망을 억누르며 나는 옥좌의 높은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나는 한번도 권력을 갖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 정말로, 한번도 바란 적이 없었다.


에레원. 내가 너의 위치를, 입지를, 조금 더 또렷하게 알고 있었다면 이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행한 모든 것은 그저 너를 위한 것이었다. 네가 안쓰러웠고, 처절했고, 가련했고, 그래서 너를 위해 활을 들었다.  타고난 강한 육체를 더 날카롭게 깎고 다듬어 단련했다. 강한 힘을 얻기 위해 이계의 괴물이 떨어뜨린 조각으로 만들어졌다는 활을 쥐고 세상을 겨눴다. 무채색을 닮은 나의 무력한 삶에 너는 오만가지 색을 칠해주는 화백이었다. 네 웃음과 울음에 휘둘리는 것이 즐거웠다. 그래서 이리도 나는 너를 아꼈었다.

그래서 후회롭다. 내가 너를 조금 더 선명히 알고있었더라면 너를 이 자리에서 내쫓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겨눈 활촉이 너를 향하고, 네 발판을 만들기 위해 죽였던 숨들이 너를 짓누르고 있었다. 너를 위해 했던 일들이 너의 발목을 잡았다.  내가 마지막 활 시위를 당기던 그 날, 나는 그 활을 당기고 사라졌어야 했을 것을.


모두의 숨이 멈췄다. 내가 천천히 활을 내리고 뒤를 돌아본 그 순간, 너를 뒤따라왔던 모든 군인들이 내 앞에 무릎꿇고 있었다. 먼 발치에 선 너의 눈에 스치던 당황은 눈깜박임 한번에 스러지고, 네가 천천히 내 앞에 무릎을 꿇는 순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바라보고야 말았다. 나는, 활을 떨어뜨렸다. 내 활이 바닥에 부딪히는 철그렁 소리를 처음으로,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온 군대가 쩌렁쩌렁 환호로 울린다.


나는 그 날, 모두의 앞에서 너를 쏘아 떨어뜨리고 만 것이다.


정통인 네가 남아있는 것도, 내가 이계의 물질로 만들어진 활을 들고 있는 것도. 그 어느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모든 것이 문제가 되었다. 밀레시안인 내가 왕좌를 차지한다는 것은 그것이 내가 내려놓지 않는 한 영원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내가 이번 전투에서 루 라바다를 쓰러뜨린 것은 모든 것을 찍어누를 수 있는 권력이었다. 모두의 앞에서 숨어들어버릴까 했지만 그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전쟁 영웅이었다. 그 빛나는 날개의, 반역자 루 라바다를 쓰러뜨려 낸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내게 배정된 왕성의 어느 방, 푹신한 침대조차 두려워 방구석에서 울던 내게 에레원, 나보다 작은 너는 내 앞에 앉아 내 손을 마주잡았었다.


"기운 빠지게 울지마. 개국 영웅께서 우는거 아니야."

"에레원..에레원, 네게 그러려던게 아니었어, 모두 널 위한 것이었어........."


그 말에 기댔다. 그 상냥함에 기댈밖에 없었다. 내게 기대던 네게 내가 기대고야 말았다. 너의 그 가느다란 목에 팔을 감고 오열하는 나의 등을 쓸어주던 너는 나를 떼어내, 그 작은 손으로 눈물로 엉망이던 내 양 뺨을 감싸올렸다. 그제야 난, 이 난리통에서 너의 얼굴을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너는 처음 본 그 모양 그대로 거만한 미소를 눈부시게 얼굴에 걸치고 있었다. 창 너머로 쏟아지는 달빛에 빛나는 너는 성모와 같았다.


"알아. 개국공신이라는 자리만이라도 괜찮아. 네가 자랑스러운걸."


정말로, 정말로 내가 자랑스럽니? 에레원.

지금이라도 다시 말해줄 수 없니? 나는 너를 내쫓고 이렇게 왕좌에 있어.

네 자리를 부순 나를 아직도 사랑해줄 수 있니?

나는 지금이라도, 이 자리를 모두 부수고 그저 밖으로 내달리고 싶을 뿐인데.


입 안에서 메아리치는 그 말들은, 나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너의 말 때문에 밖으로 나올 수 없다. 입에 꽉 물려진 자물쇠는, 내가 없으면 흐트러질 너의 입지를 위해서라는 편리한 변명만을 걸어놓았을 뿐이다. 나는 아무도 없는 접견실에서, 이제는 너조차도 편하게 만날 수 없는 내 자리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너를 기다리고 있을 따름이다.











이하늘_슈스케2.jpg


제가 슈퍼패스 쓰고싶다고 했죠


오늘은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썼습니다

당신의 눈동자에 치얼스 (☞ ͡~ ͜ʖ ͡°)☞ ~♡

나눔 신청해주시고 분량 적은데 욕 안해주셔서 고마워요(☞ ͡~ ͜ʖ ͡°)☞ ~♡



맘에 안들어도 욕하기 없긔 울희 액희 (☞ ͡~ ͜ʖ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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