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3주차가 되어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는 듯 해서 살살 스트레칭을 시도해보니, 역시 3주 쉬는 걸로는 충분치가 않았던지, 부상당항 허벅지의 느낌이 다르더군요.
겁나서 다시 1주일을 푹 쉬었습니다. 그런데 사람 습관이란게 정말 무서운 게, 처음 부상당해서 강제로 운동을 쉬게 되었을 때는 좀이 쑤셔서 못살겠더니, 4주차 놀다보니 노는것에 너무 익숙해져서 운동을 다시 시작하려니 눈앞이 깜깜할 정도로 싫더라구요. 이걸 여기서 끊지 않으면 영영 운동 시작 못하겠다 싶어서 클럽 동생을 꼬드겨 운동을 시작했죠.
부상 4주차에는 완전히 회복되어서 뛰어도 전혀 통증이 없더군요. 기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다시 힘들게 운동할 생각을하니 끔찍하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하더이다.
진짜 운동 습관 들이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3년 넘게 아무생각없이 가방만 들고 왔다갔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만도 만만한 일은 아니었구나 싶었습니다.
3년 넘은 만만한 습관이 단 한달에 와르르 될 수 있다는 불길한 느낌, 확 왔거든요. 그래서 일단 열심히 다녔습니다.
거의 매일 체육관에 나가서 힘들지 않을 정도로 난타만 쳤습니다.
왕초심 분들과 난타치면서 컨디션 확인하고 무너진 자세 교정에 신경썼습니다. 가끔 게임치자는 분들이 계셔서 한두게임 치고 나면 퍽이나 우울했습니다.
운동은 한달 쉬었는데, 1년치는 퇴화한 느낌... 라켓 그립도 제대로 안돌아가서 매번 삑사리, 자리도 못 잡아서 매번 헐레벌떡, 몸이 둔해져서 빨리 대처도 안되서 매번 스매시 때려 맞고... ㅠㅠ
그래도 하루 하루 조금씩 컨디션이 돌아와는 걸 느끼니 새로운 기분이 드네요.
사실 처음 부상 당했을 때, 컨디션도 너무 안 좋고 우울해서 이눔의 배드민턴 때려치고 딴거 해야지 마음 먹었었거든요.
천하에 운동이 배드민턴 뿐이더냐 하면서 과감히 내동댕이 치려고 했는데, 그 낌새를 눈치챈 클럽 동생이 하루 이틀이 멀다하고 채근해대더니, 제가 거기에 낚였네요 ㅎㅎㅎ
공부든 운동이든 그 어떤 것이든 늘 가장 중요한 건 자기 동기부여라고 생각했는데, 가끔은 누군가 나를 포기하지 않고 붙잡아 주는 사람이 있다면 슬럼프를 넘어가서 한단계 위로 올라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평생 처음으로 느껴봅니다.
운동, 이게 뭐라고, 내가 선수를 할 것도 아니고, 잘 하지도 못하는 사람을 옆에서 격려하고 부추기고 토닥거리고 때로는 야단치면서 끌어주는 사람이 있다는게 참으로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나는 당신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하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이 게시판에 오시는 분들의 가장 아름다운 점은 바로 이 지점인 것 같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타인에게 무언의 긍정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
우리는 당신을 늘 응원합니다.
우리는 당신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힘들면 징징대세요. 위로를 보낼께요.
잘못하고 있으면 가차없이 야단칠 거예요.
그래도 우리는 당신이 미워서 비난하는 게 아니란 거, 아시죠?
사소한 덧글 하나에 저렇게 많은 마음들을 아무 이득없이 보내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요?
다이어트가 아니어도 여기 자꾸 오고 머무르고 싶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이번주에는 스피닝도 다시 시작했고, 다음달 배드민턴 렛슨도 다시 등록했습니다.
어제 등록하면서 코치님 인사하러 가서 얼굴을 다시 뵈니, 앞으로 죽도록 힘들게 뛸 생각에 눈앞이 깜깜하긴 했지만, 그래도 다시 잘 해보겠다는 새로운 다짐도 불끈불끈 솟네요. 클럽 동생과 더불어 제가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귀신같이 알아채고 제 발목을 잡고 도망가지 못하게 한 일등 공신이 지금 코치님이시거든요. 운동을 계속하면서 계속 고마와할 분이시죠.
날씨도 온전히 봄다와지니, 새로이 시작하는 기분입니다.
모쪼록 여러분의 봄에도 새로운 활력이 쑥쑥 솟아나시기를...
사진은 마지막 떨이 먹방 사진입니다.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저도 이젠 바이바이해야하는 식사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