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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
게시물ID : gomin_16970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똘븩
추천 : 1
조회수 : 19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3/30 08: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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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나는 언제부터 산타를 믿지 않았을까
내가 산타를 지워버린 순간 나는 세상이 미워졌다.
어린이집을 다닐 때 전원주택에서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내가 살 때 크리스마스에 산타가 찾아왔다.
어린이집 원장선생님의 조악한 의상도 어색했던 흰수염도 나에게는 산타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나는 산타에게 게임기를 받았다.
슈퍼마리오 등 고전게임이 들어있던 그당시에도 그다지 좋지 못했던 팩 게임기는 나에게 큰 선물이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지난 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혼하셨다.
나는 할머니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었고, 마당 있던 전원주택은 작은 아파트가 되었다.
이사를 가면서 나는 어린이집이 아닌 유치원을 다니게 되었고 다시 한번 크리스마스는 찾아왔다.
크리스마스 당일 유치원 아이들이 어젯밤 산타가 가져다 준 선물을 이야기할 때 나는 꺼낼 이야기가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우리 집에는 안왔던데 라고 꺼낸 한마디가 끝이였다.
집에서 없어진 것은 산타뿐만이 아니였다.
어머니와 나의 공간은 집의 거실에서 주방에서 아파트 앞 낡은 소형차로 바뀌었다.
적지않은 나이에 다시 한번 사회로 나오신 어머니는 피곤해 보이셨다. 하지만 당신의 눈에는 못 본 사이에 비곗살이 많이 붙은 내 몸 걱정 초등학생인 나의 학교생활 걱정밖에 들어있지 않은 듯 했다.
어머니는 헤어지기 전에 나에게 무언가를 건네셨다.
게임팩이였다.
게임기에 꽂아서 하고 질리면 돈을 조금 내고 바꿀 수도 있다고 하시며 시내에 있는 가게의 위치를 자세히 설명해주셨고, 갈 때는 꼭 차조심 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
그저 팩게임기였다. 이미 2년전에 한국에 발매 된 플레이스테이션2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에게는 그것 밖에 없으셨다.
아들에게 준 마지막 선물은 유치원 시절 원장 선생님을 통해 전해준 오래된 팩게임기 하나밖에 없었다.
어린 아이에게 변화와 다름은 매우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였다.
내가 가족 소개를 할 때 가족이 세명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으레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있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였다.
그게 너무 싫었기에 나는 항상 외동아들이고 할머니와 함께 산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도피였다. 부끄러웠다. 부끄럽다.
어머니의 사랑은 작은 박스에 담긴 채 다시는 창고에서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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