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거의 1년을 만났지.
그 중 마지막 두 달 전부터 사실 난 우리가 이렇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어.
뜸해지는 스킨십. 그리고 판에 박힌듯이 일상 적인 대화.
그런데 난 애써 이런 신호들을 모른 척 했어.
네 힘든 상황 때문에 네가 나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 그런거라며, 혼자 변명거리를 만들고 위로했어.
그 만큼 너와의 끝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그 생각이 들 때마다 무서웠었는데 그게 이제 현실이 됐구나..
알지? 우리 시작부터 끝까지 네가 날 좋아했던 것보다 내가 널 훨씬 더 좋아했어. 이건 너도 인정할거야.
그러고 보니 네가 먼저 사랑한다는 말 하는 걸 한 번도 듣지 못했네...
언제나 내가 먼저 말했었고 넌 그냥 '나도'란 대답 뿐이었지. 이건 좀 사무친다.
근데 있잖아.
난 그래도 좋았어. 정말 좋았어. 그냥 아침 인사 하는 것도 좋았고 밥 먹을 때, 퇴근할 때 알려주는 일상 적인 대화조차 너무 행복했어.
만날 때마다 난 네 얼굴 보는게 너무 설렜어.
기억 나? 내가 홀린 듯이 너를 볼 때마다 너는 연기하지 말라고 했었잖아,
그때마다 마치 연기하는 걸 들킨것처럼 너스레를 떨긴했지만, 늘 진심이었어.
그 날, 사랑한다는 내 말에 '나는 잘 모르겠어'라던 네 대답이 잊혀지지 않아.
가슴에서 뭔가 응어리 같은게 순식간에 턱 하고 막히더니 계속 배와 가슴을 돌면서 커지던 그 느낌이 아직 생생해.
그렇지만 어쩌겠어. 네 마음이 떠났다는데.
잡는다 해도 잡힐 거 같지 않아서 더 이상 할 수 있는게 없더라.
난 앞으로 널 잊을거야. 생각나면 생각나는대로 놔두다가 언젠가는 잊을거야.
괜찮아질 거고 또 행복해질거야.
소심한 쫌생이라서 너도 행복해지라는 말은 솔직히 못하겠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내가 널 잊고 괜찮아졌을 때
내가 지금 아픈 것보다 네가 100배는 더 아프기를 바라.
갑자기 밀려온 감정이 너를 맨틀 밑으로 끌어내렸으면 좋겠고
진짜 사무치고 그리워해서 밤마다 울었으면 좋겠어.
이런 말 해서 미안하지만 '행복하기를..' 이라며 가식 떨고 싶진 않네.
너가 이 글을 읽을 일은 전혀 없겠지. 만에 하나 읽더라도 우리 얘긴 줄 모르고 지나가길.
이제 추태부리는 건 이걸로 끝이야. 진짜 마지막이네.
안녕. 행복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