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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7년후 (2)
게시물ID : cyphers_1328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계개혁
추천 : 4
조회수 : 53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3/08 19:56:30






7년 후 


#02 사상에 의해 움직이는 정의의 사도보다 돈으로 움직이는 악당이 더 낫다. (1)





 "보니깐 그 2인조 녀석들, 현상수배범이던데, 사이퍼와 관련된 사건사고의 처리는 그랑플람 재단에서 처리하는 게 원칙이었지요?"



 "장난감 방화범 스미스 형제 말씀이시군요. 디시카 외곽에서 연합의 이름을 팔아 상습적으로 폭행 및 절도를 저지르던 것 같습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시 방금처럼 소유하던 중화기를 이용하여 상황을 정리하던 것 같구요. 꽤나 골치 아…."



 "데미안씨? 제가 알고 싶은 건 그런게 아니란 것 쯤은 아시지 않습니까?"





 데미안은 루이스의 의도를 짐작했다는 듯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녀석들의 목에 걸린 현상금을 조회해보니 녀석에게 걸린 현상금은 9000달러, 세금으로 10%를 감면 재단의 수수료를 따로 20% 감면, 또 기타 비용들을 합하면.."



 "20%라고? 너무 터무니 없는 수수료인거 아닌가?"




 루이스가 수수료 가지고 툴툴거리자 데미안이 말하기도 전에 마틴이 끼어들었다.




 "루이스, 우리 그랑플람 재단의 수수료는 자네와 같은 헌터들에 비하면 아주 양심적인 수수료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이퍼들의 힘을 무력화 한 채 그들을 감옥으로 후송하는데에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드는지 루이스씨도 알지 않습니까?"



 "좋아. 배고픈 마당에 반찬까지 가릴 여유는 없지. 그래서 나한테 오는건 어느정도지?"



 "4300달러군요."



 "미친, 절반도 안 되잖아?"



 "수수료는 사이퍼들의 인권보장에 쓰이는 돈이니 아까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루이스 씨."



 "지랄."




 그렇게 말하는 루이스였지만 막상 묵직한 지폐뭉치가 손에 들어오자 기분이 좋아지는 걸 어쩔 수 없었다. 비합리적이긴 했지만 핫도그 하나 사 먹을 수 없는 빈곤보단 비굴하지만 납득하고 수긍하여 끼니를 떼울 수 있는 여유를 챙기는 것이 훨씬 마음에 편했다. 굶주리는 것은 서점 직원 시절로 충분했다.




 "자, 그럼 필요한 걸 챙겼으니 본론부터 꺼내볼까. 지조높은 그랑플람의 후예들이 나를 찾아온 이유는 뭐지, 내가 포트레너드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나를 찾아 올 수 있었던 이유, 이런 묻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많군."




 술상을 준비하기 위해 부엌으로 간 주인양반을 제외하고 술집에 자리한 모든이들이 테이블에 앉았지만 아무도 술을 입에 가져다대거나 하지 않았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전쟁의 여파로 한참 을씨년스러울 적의 정상회담을 연상케 하였다. 마틴은 깍지 낀 손을 테이블 위에 올리며 루이스의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하며 홀로 맥주를 홀짝일 뿐이었다.




 "공식적으로는 우린 당신을 체포하기 위해 온 겁니다. 루이스."




 먼저 입을 연 것은 데미안이었다. 그는 여전히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럼 나는 이 자리를 당장 떠야겠군."




 루이스는 테이블에 일어나 몸을 돌려 술집 문을 열었다. 바깥엔 진눈깨비가 다시 눈이 되어 내리고 있었다. 그의 돌발행동에 적잖이 당황한 데미안은 평소와 다른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게, 자넨 지금 현상금 4000만 달러의 현상수배범이야! 잭 더 리퍼와 동급이란 말일세!"



 "미안하지만 데미안씨, 난 당신을 비롯한 재단의 장사방식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단 말이지."



 "체포는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입장이에요 루이스씨, 저희는 비공식적으로 당신을 찾아온 겁니다."




 마틴은 느릿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루이스를 붙잡았다. 루이스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마틴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갑자기 더할 나위 없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방금 전 데미안에게 보인 얼음가면과는 180도 다른 표정이었다.




 "재미있군, 마틴. 너는 내 심증을 다 꿰뚫고 있겠지. 내가 이 술집을 나가는 순간 헬리오스의 에이전트와 MI7의 표적이 되는건가?"




 루이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훌쩍 눈속으로 걸어가 버렸다. 그가 나가고 문이 쾅하고 닫히자 데미안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이제 그와 마주할 일은 없겠군요."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데미안님, 헌터라는 작자들은 좀 묘한 친구들이거든요."




 데미안은 부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주인양반, 전화 한 통 좀 쓸 수 있겠는가?"



 "그, 그건 곤란한데요. 아무래도 비용이 조금…."




 데미안은 양복 주머니에서 금빛으로 반짝이는 무언가를 바 위로 올려두었다. 주화였다. 황금빛이 감도는 주화엔 위대한 모험가 그랑플람의 초상화가 조각되어 있었고 온갖 화려하고 기하학적인 무늬들이 반대편에 음각되어 뭔가 신비스러운 느낌이 감도는 주화였다.




 "그, 그랑플람 기념 주화…!!"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요?"



 "무, 물론이다마다요. 이 정도면 여태껏 내간 술값도 퉁치고도 남습죠."





 술집 주인양반은 누가 주화를 훔쳐가기라도 하는 듯 게걸스럽게 주화를 샥하고 훔치고는 빠르게 부엌으로 달려나갔다. 데미안은 자연스럽게 바 위에 올려진 수화기를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뚜두 - 하는 신호음이 끊기고 누군가가 전화를 받자 데미안은 여태까지의 목소리와는 다른 위압적이고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모네, 스미스 형제의 후송은 무사히 마쳤는가? 아, 다름이 아니고 길 잃은 눈토끼의 뒤를 밟아주었으면 하는군. 그래, 자네가 사족을 못쓰는 그 결정사, 스노우 퀸에게 칼을 들이댄 최악의 결정사 말일세. 그 친구가 어디론가 자리를 잡거든 나에게 다시 연락해주게, 난 먼저 글림듀에 가 있을테니까."




 데미안은 그렇게 말하곤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말 없이 자신의 능력인 공간 왜곡 능력을 이용하여 글림듀로 이어진 녹색빛의 고리형 포탈을 만들어 술집을 빠져나왔다. 마틴은 포탈을 향해 공손히 고개를 숙이곤 포탈이 사라질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포탈이 사라지고 난 뒤 마틴은 지갑을 열고 1000달러 짜리 지폐를 꺼내 바 위로 올려두었다. 먹음직한 돼지 뒷다리 구이를 그륵에 감아오던 주인양반은 눈이 휘둥그러진 채 마틴의 얼굴과 지폐를 번갈아보았다.




 "수고만 끼쳐드려서 죄송하군요. 일이 있어서 먹음직한 요리를 두고 먼저 일어나는 실례를 용서해주시지요. 이 1000달러는 사과의 의미입니다."




 그러고나서 마틴은 술집을 나왔다. 그는 뒤따라나오던 다이무스를 물리고 조용히 주머니에서 굵직한 시가를 하나 꺼내 불을 붙였다. 시가가 불에 타고 매캐한 은빛 연기가 눈 앞에 일렁이자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처럼 갑갑했던 마음이 술술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래서 이걸 끊을 수가 없어."




 독한 시가의 향이 코를 매섭게 찌르던 중 동시에 푸른빛의 포탈이 그의 옆에서 생겨났다. 명왕의 뒤를 이은 헬리오스의 대표, 브뤼노올랑의 이공간 생성능력이었다. 데미안의 것과는 다른 푸른빛이 일렁거리는 고리는 섬광을 내뿜었고 이윽고 사라지고 그 자리에서 브뤼노가 직접 나타났다.




 "찾으셨습니까 브뤼노씨?"



 "이야기는 대강 들었네. 그가 돌아왔다고?"



 "그렇습니다."



 "협상은 잘 되지 않은 모양이더군."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정도로 포기 하기엔 아까운 인재지요. 그가 세운 혁혁한 공들이 너무나도 많으니까요. 영국의 고아로 태어난 그가 우연히 연합에 몸을 의탁하고 그의 능력이 빛을 발하던 때가 스물 중반 때였으니까요. 그로부터 몇년 여간 스노우 퀸의 충실한 부하가 되고 연합의 영웅이자 포트레너드의 영웅으로 자리잡았죠. 그러다가 무슨 불화가 있었는지 연합의 능력자들을 다수 살해하고 도주, 이때부터 1500만 달러의 어마어마한 양의 현상수배범으로 여기저기 도피 생활을 하게 되죠. 사이퍼 전문 수사팀인 MI7의 자료에 따르면 헌터일로 생활을 이어갔다고 하는군요. 우리가 알 법한 헌터들과도 이미 접촉을 완료한 상태이고요. 이 사실이 밝혀지자 한 때 전 세계가 떠들썩했죠. 기억하십니까?"



 

 브뤼노는 잘 정돈된 콧수염을 어루만지며 골똘히 생각하는 듯 했다.




 "그래, 기억하는군. 허나 내가 알던 사내는 그런 짓을 할 사내가 아니었는데."



 "그렇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을 전쟁으로 잃는 아픔은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법이죠. 브랜다를 잃고 위태위태하던 그의 정신은 트리비아가 가면의 사이퍼에게 피곤죽이 되었을 땐 그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이후로 그는 스노우 퀸 조차 다루기 힘든 난폭하고 잔인한 인물이 되어 닥치는대로 그에게 반하는 인물들을 모조리 죽였지요. 연합이든 헬리오스든, 안타리우스든, 심지어 자신을 거두어 준 스노우 퀸의 목에 칼을 들이대기도 하였지요. 물론 실패하고 포트레너드에 추방당했지만, 여러모로 아래로 두기 까다로운 인물이지만 실력만은 인정해야하는 친구지요."



 "우리 헬리오스를 위해 일하게 할 수는 없는건가?"



 "물질적인 보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감히 단언하겠습니다만 노력은 해봐야지요. 그의 마음속을 읽어보았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은 안개처럼 뿌옇기만 하더군요. 그를 우리의 수중으로 들이면 그를 추종하는 결정사들도 우리 세력으로 끌어들이기 편해지겠죠. 이건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점입니다. 그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이죠."




 브뤼노가 서 있는 근처엔 어느새 검은색 세단이 마련되어 있었다. 차엔 운전수가 대기하고 있었고 브뤼노와 마틴은 조용히 세단에 탑승하였다. 차는 엔진소리를 죽이며 천천히 움직였고 곧 도로를 향해 미끄러져 갔다. 마틴은 세단이 글림듀로 들어가는 차량 행렬속에 합류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미소 지었다. 저 너머엔 거대한 세계수가 그 위용을 과시하는 것이 보였다.




 "일단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시모네양에게 연락이 올 때까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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