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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27편을 통해 돌아본 6.2지방선거
게시물ID : sisa_1328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
추천 : 4
조회수 : 41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11/08 13:09:28
6.2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여당의 오세훈, 야당의 한명숙, 노회찬이 경쟁을 벌였으나 오세훈이 근소한 차이로 한명숙을 누르고 당선됐죠. 노회찬도 나름 선전했으나 한명숙이 매우 근소한 차이로 패배함에 따라 범야권 지지자들(혹은 안티 한나라당 세력들)의 뭇매를 맞고 정치생명이 거의 끊어질 정도의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당시 오유에서 저도 노회찬 쉴드치다 욕 많이 먹었었죠ㅎㅎㅎ; 오유더러 좌편향이네 어쩌네 하는 사람들은 당시 오유에서 벌어졌던 토론을 찾아보시길, 오유에 얼마나 다양한 색의 정치성향이 섞여있는지)

당시 제가 주장했던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주당 측에서는 마치 노회찬과 진보신당이 통합에 부정적인 인상을 풍기며 자꾸 퇴짜를 놓는다는 식의 여론몰이를 하고 있으나, 사실 정작 통합에 미온적인 것은 다름아닌 민주당이다, 더 덩치가 큰 민주당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 주지 않으면 진보신당이 저 혼자 '나 관두고 당신 밑으로 들어가겠다'는 소리는 절대 할 수 없는 법이다, 라는 것이었죠. 오히려 노회찬 측에서 자꾸 '민주당이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는 식의 투정(?)을 언론에 흘린 것은 민주당더러 협상 제의를 건내라고 재촉하는 뉘앙스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때의 패배를 두고 노회찬의 탓이다, 자기네 정당의 욕심을 못 버려서 모두가 지게 만들었다며 비난을 하시지만, 노회찬과 진보신당은 그냥 자기네끼리 모여있는 친목 모임이 아닙니다. 정당정치를 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엄연한 공당이며 그 선거에서도 14만명의 지지를 받아낸, 무려 14만명의 의견을 대표하는 정치집단이었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노회찬은 당시 그 정당의 '당 대표'였구요. 물론 대승적인 차원에서 선거 승리를 위해 당과 당이 연합하고 후보를 단일화 하는 전략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연합 논의'가 전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일개 정당의 후보이자 당대표가, '어느당 당선시키면 안되니까 우리는 알아서 빠질께'라는 소리는 절대 할수 없고 해서도 안되는 말인겁니다. 그런식으로 물러나는 것은 그 자체로 말도 안되는 넌센스이며, 그 당을 지지하고 자신의 대리자로 삼은 (서울에서만) 14만의 지지자들을 무시하는 행동입니다. 애당초 민주당에서 통합에 관한 한줌 제의도 건내오지 않는데 노회찬이 알아서 사퇴했어야 했다는 이들은 정당정치가 뭐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민주당과 진보신당 간 차이가 그렇게 없어보이시던가요? 당 대 당 통합과 연합과 후보단일화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렇기에 그 간극을 줄이려 맹렬히 토론하고 고민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또 그렇게 해야 정당한 연합이 되는 것이구요. 단순히 나는 힘이 더 세니까 내가 남고, 너네는 힘이 없으니까 알아서 다 죽어라, 표만 내놓고. 이건 연대나 연합이 아니라 폭력이자 파시즘입니다. 우리가 한나라당에게 왜 이겨야 하는데요? 왜 한나라당이 이겨내야할 대상인데요? 그들이 독재의 잔재이자 파시즘과 앵똘레랑스의 화신이기 때문 아니었습니까? 그런 그들에게 이기기 위해 우리도 파시즘과 힘의 논리로 무장하자는 소리가 말이 된다고 보십니까?

당시 민주당은 한나라당에게 이겨내기 위해 야권 연합을 할때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으면서 제 1야당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실속만 챙겨먹으려 드는 못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제가 민주당더러 '만년 2인자에 안주하는 병신정당'이라고 욕하는 이유가, 정작 중요한 정치적 격변기에 큰 형님으로서 과단성을 보여주기는 커녕 '우리는 가만 있어도 2등은 가는데 헤헤'하는 못난 모습으로 민주세력을 몽땅 주저앉히는 짓을 종종 보여주기 때문이죠. 딱 6.2선거때가 그 모양이었습니다. 그 서울시장 선거에서 단일화를 한다면 어차피 한명숙쪽이 월등히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그러나 서울과 경기도 양쪽에 공동 당대표 2명을 모두 양보시켜야 하는 진보신당의 입장에서도 자기네 당의 지지자들을 위해 그냥은 물러날 수 없을 상황이었습니다. 그냥 후보도 아니고, 무려 당대표 2명이었으니까요. 최소한의 체면치레는 챙겨줘야 할 상황이었겠지만, 민주당은 이게 아까웠던 겁니다. 게다가 결과적으로는 박빙승부가 되었지만,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열세를 보였기에 '어차피 질 거 같은데 뭐하러'하는 패배주의도 있었겠죠. 그래서 진보신당에 통합 제의는 전혀 하지도 않고 여론몰이로 진보신당과 노회찬을 궁지에 몰아놓는 짓만 해놓고서는 선거 결과가 아까운 석패로 끝나자 그 책임을 은근슬쩍 진보신당에 다 떠넘깁니다. 자기네도 2인자이면서, 범야권에서 경쟁자 하나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고 팔짱끼고 낄낄거릴 뿐이었죠.

물론 그로부터 1년이 흐르고, 급변하는 한국정치계의 특성상 지금은 정치 지형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10.26 보궐선거에서 서울지역은 소위 '시민후보'와 민주당의 매우 매끄러운 단일화와 연합과정을 거쳐(게다가 군소야당들의 선거협조까지 완벽하게 이어져) 승리를 거두는 모습이 연출되었구요.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1년새 매우 현명하고 영리해졌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와서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철지난 떡밥으로 다시 또 서로 싸우자는 의도가 아닙니다. 6.2지방선거 서울지역에서의 실패와, 10.26보궐선거 서울지역에서의 성과를 통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통합의 방향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살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6.2 서울시장 선거 패배의 책임은 노회찬과 진보신당만의 것이 아닙니다. 한명숙과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의 책임을 져야 하며, 게다가 오히려 제 1야당의 덩치를 생각할때 훨씬 더 큰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비록 욕은 노회찬이 다 끌어안고 침몰했지만, 민주당은 '그때 나는 욕 안 먹었는데'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그때의 패배는 다 우리탓이다'라고 반성해야만 합니다. 반면, 이번 10.26보궐선거에서는 제 1야당으로써 비록 서울시장 후보조차 내지 못했고 그로 인해 수구세력의 비아냥까지 듣기는 했으나, 자신을 낮추는 모습으로 인해 진정 범야권의 '큰형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민주당에 거부감을 품었던 범야권 지지자들에게도 민주당에 다시 희망을 품어볼 수 있게 만들어줬으며, 통합 논의에 있어 민주당이 핵심역할을 해 줄 중요세력으로 부상한 것이죠.(솔직히 10.26 이전까지의 민주당은 통합에 핵심세력이긴 커녕 치워야 할 걸림돌이었죠, 그것도 덩치만 엄청 큰 걸림돌)

문성근씨가 주도하는 혁신과 통합을 비롯해, 야권의 힘을 하나로 뭉치자는 의견에는 저도 백번천번 동의합니다. '합치면 이길 수 있다'는 말에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왜 합쳐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러면 이길수 있으니까'는 대답은 이유로 부족합니다. 단순히 한나라당에게 이기기 위해 건성건성 대충으로 합쳐 세만 불리는 식의 통합은 진정한 통합이 아닙니다. 더불어 그런 통합은 6.2선거에서도 드러났듯이 통합에 성공할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그저 서로간 세 싸움을 벌이다 틀어질 따름이죠. 우리 야권이 연합해야 하는 이유는, 소수의견도 무시되거나 핍박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이며,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짓밟을 수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한미 FTA부터 친노/반노 문제까지, 범야권의 정치적 입장은 여러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모두다 전혀 다릅니다.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로 힘을 모으기 위해서는 성급함이나 힘의 논리, 이기기 위한 논리를 들이대서는 안됩니다. 서로 꾸준히 대화하고 고민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야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통합의 모습이고, 정치권에서의 통합 논의에 대해 그것이 올바르게 진행되고 있는가를 감시할 중요한 기준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을 위해 6.2지방선거에 대한 재조명과 제대로 된 반성, 10.26보궐선거에서 얻은 교훈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할 것이고 말이죠. 주류로 떠오른 이정희, 안철수, 박원순 등과 더불어, 경선에서는 패배했지만 훌륭히 제 몫을 다해준 민주당의 박영선 후보, 손학규 대표에 대해서도 재평가가 필요하고, 떨거지로 떨어져나온 몸들이나 결코 이대로 버려져서는 안될 귀중한 인재들인 유시민, 노회찬, 심상정의 역할론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합니다.

나꼼수 27편이 던져준 메시지도 바로 이런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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