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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의 지겨운 스파르타 정신
게시물ID : freeboard_15180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약물도매상
추천 : 1
조회수 : 20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4/03 17:38:28
고등학생 입시학원사이트에 들어가니 기원전에 그리스에 존재했었던 도시국가 '스파르타'의 정신을 운운하면서 (노예제를 운영했던 나라의 정신이라는 말은 쏙 빼놓는다) 겁나게 엄격하고, 무섭고, 괴롭게 가르치겠다고 반협박식으로 홍보를 하는데 그런 학원에 가는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것이 나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영화 300에서 고작 300명의 정예부대로 한 백만 명은 되어 보이는 페르시아 군사들과 맞서 싸우는 용맹한 스파르타 전사들을 보여주는 영화와는 다르게 스파르타는 '테베'라는 나라와 전투하고 허무하게 멸망당한다. 뭐, 그 전에 펠레폰네소스 전쟁에서 아테네도 이기고 그 전쟁 전에는 페르시아군도 격파하고 특히 레오니다스왕이 테르포밀레 협곡에서 치열하게 싸웠다는 건 인정하지만 사실 그들에게 배울 건 그다지 많지 않다고 본다. 

내 말은, 스파르타랑 공부랑 뭔 관련이 있냐는 거다.

학문이란 자신이 즐거워야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렸을 적에 '참고'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면 인생 성공이다 라는 식의 말을 다들 들어보았겠지만, 죽도록 참아서 하기 싫은 공부 어거지로 해가지고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가지고 원하는 대학에 갔다고 치자. 그러면 삶이 행복해지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고등학교 3년 간 열심히 참고 공부했다면 이번엔 '고등학교 공부보다 더 어려운' 대학교 공부과정 4년이 학생을 기다리고 있다. 죽도록 3년간 괴롭게 공부한 학생은 다신 하기 싫은 공부를 학부공부로 해야 하고 3년을 참은 고등학교 시절에 비해서 이번엔 4년을 참아야 한다. 참는 인생이 바른 인생인가?

내가 공부를 통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공부는 고통이나 고문이 아닌 즐거움이 된다. 하나하나 알아감으로써 얻게 되는 깨달음과 지적으로 유능해져가는 자신을 보아가며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스스로의 모습도 보게 된다. 그런 학생에게는 공부를 하면서 괴로울 필요도, 참을 필요도, 스파르타 정신 같은 갖잖은 생각으로 어거지로 공부할 필요가 없다. 이 학생에게는 공부 자체가 즐거운 유희활동이니까. 그리고 이런 학생이 대학을 가야 하고, 대학교란 이런 진지하게 학문을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학생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고등교육기관이다.

스파르타 정신을 운운하는 학원들은 근본부터 잘못됐다. 공부는 괴롭게 하는 것이 아니다. 공부는 엄격하게 학생을 학대하듯이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공부는 다른 활동들처럼 즐거운 것이고 즐거울 수 있다. 이렇게 즐거울 수 있는 공부를 학원들은 즐거울 수 없게, 유쾌하지 않게 학생들 가르친다. 괴로워도 참고 공부해야 좋은 대학에 간다는데, 즐겁게 가르치면 좋은대학에 못 간다고 생각하는 걸까? 왜 공부를 괴롭다고 가르치는 건가? 스파르타가 왜망했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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