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랑 대공원에 갔다. 와! 사람이 디따 많타! 아마도 다들 실직 했나부다. 애들이 불쌍하다. 지 아빠 실직자인 줄 모르고 저렇게 잼나게 놀고 있으니, 쯧. 난 다행히도 아빠가 근로자의 날이라고 쉬기 때문에 놀러왔다. 놀이기구 타는데 소나무 밑에서 한 아찌가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저 아찌도 실직자인가 보다. 저 아찌 아이가 안쓰러워 죽겠다.
5월 1일 아빠의 일기
아~ 아들 녀석이랑 공원에 갔다. 아들한테는 아빠가 쉰다고 해서 갔다. 노가다에 무시기 근로자의 날이 있으랴. 짜슥, 즐거워하는 모습이 넘 이쁘다. 내일은 공공근로라도 나가야겠다. 오늘 쌀 살 돈까지 다 날릴 것 같다. 그래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아들이 놀이기구 탈 때 몰래 소주 한 병을 들이켰다. 쓰다. 이 맛이 인생인 듯 싶다.
5월 1일 아들의 일기
아빠는 자꾸 안 탄다고 한다. 어지럽다고 하신다. 그게 뭐가 무섭다고……. 난 재미있는데. 오늘 이 곳에 있는 놀이기구 다 타야지. 하하하! 신난다. 놀이기구 타는데 또 한 사람이 술을 마시고 있다. 헉! 나의 아빠다. 나의 아빠. 눈물이 앞을 가린다. 비록 초등학생 3학년이라지만 알 건 다 안다. 울 아빠가…… 실직. 나의 철 없던 행동이 와르르 무너진다. 죄송해요.
5월 1일 아빠의 일기
남은 돈이 별로 없다. 그래도 내색을 안해야겠다. 썩~ 즐거워 하는 모습이 마냥 귀엽다. 내 자신이 쳐량해 울고 싶다. 그나저나 돈이 없어 더 이상 태워 줄 수가 없다. 한두가지만 더 타면 점심도 못 먹게 됐다. 어찌해야 할지……. 아들한테는 놀이기구 무섭다고 했다. 실은 타고 싶다. 바이킹에 올라가 소리질러 봤으면……. 햐! 얼마나 잼있을까나. 아들 몰래 또 한 병 샀다. 별로 안쓰다. 아까 마신 술이 취했나 보다.
5월 1일 아들의 일기
알아 버렸다. 아빠가 돈이 없는 걸. 초라해 보이는 아빠의 손을 잡고, 더이상 놀이기구를 태워달란 소리를 안했다. 아빠의 걸음걸이가 무거워 보인다. 내가…… 내가 돈만 벌 수 있었어도…… 아빠를…… 난 눈물이 더무 난다. 그러나, 마음으로 울었다. 마음으로……. 집에 가자고 할까? 그러자. 아빠…… 아빠…… 말이 안나왔다. 아빠의 표정은 그래도 웃으신다. 아빠가 커 보였다. 하늘보다 더……. 배가 고프다. 하지만, 돈이 없는 걸 안다. 집에 가서 물 말아 김치랑 맛있게 먹어야지. 잉? 저기서 무슨 행사한다. 아이들한테 빵을 주네. 난 달려가서 한개의 빵을 들고 왔다. 그리곤 반을 나누어 아빠반 나반 이렇게 먹었다. 맛있다.
5월 1일 아빠의 일기
녀석이 기구 타고 이제 힘이 드는 모양이다. 짜슥 다행이다. 집에 갈 돈 밖에 남지 않았다. 배가 고플텐데, 아무 말 하지 않네. 배가 고플텐데. 아빠가 실업자라 생각들면 슬프겠지 어린가슴에…… 녀석. 아들 녀석이 갑자기 달려간다. 힉! 또 놀이기구! 돈이…… 돈이……. 빵 한개를 들고 왔다. 아들 녀석이 반을 갈라 나를 준다. 난 배부르니 너나 먹으라고 했다. 그러자, 녀석이 투정을 부린다. 아빠랑 먹어야 먹는댄다. 훗, 녀석. 눈물이 나는 걸 간신히 참으며, 빵을 반 조각에서 또 반을 잘라 아들에게 주고 반에 반을 먹었다. 맛있다. 배가 고파서 인가……. 어서 이 화려한 공원을 빠져 나가야겠다.
5월 2일 아들의 일기
아빠가 그동안 나한테 노시는 걸 안보이실려고 일찍 나가시는 것 같았다. 그레서, 오늘은 내가 일찍 나가야겠다. 학교에서 일요일날 특별 행사를 한다고 했다. 글짓기 등. 행사를 메모로 써 놓았다. 그리곤 아침 6시에 집을 나갔다. 춥다. 새벽이라……. 초등학생 3학년이 6시에 할 건 진짜 없는 듯 했다. 음…… 오락실 문 여는 9시까지 공원 벤치에서 웅크리고 있으면 될 수 있을거다. 9시부터는 오락실에서 개기다 저녁 6시 정도 들어 가야겠다. 모처럼 아빠도 발 뻗고 집에서 주무시게 하고 싶다. 으……. 춥다. 참아야 한다. 난 남자다. 남자.
5월 2일 아빠의 일기
나갈려고 일어나 보니 아들이 없다. 메모가 있다. 학교에서 특별행사가 있다고 한다. 무슨 행사가……. 휴…… 잘 됐다. 모처럼 집에서 잠을 자야겠다. 요즘은 할 일도 없다. 미치겠다. 근데, 밥상이 차려져 있다. 들쳐보니 밥 한 공기와 김치, 그리고 라면 한 봉지가 있다. 라면 옆에 또 다른 메모가 있다. 아빠, 국물이 없으니 이거 끓여서 국 대신 밥에 말아 드세요. 이 녀석 어제 과자 사 먹으라고 준 500원을 라면 샀나보다. 가슴에 밀려오는 눈물…… 가슴으로 울어야 한다. 가슴으로……. 절대로 눈에서 울지 않으리라. 잠을 자고 일자리를 알아 보러 나가야 겠다. 힘을 내야겠다. 나에겐 듬직하고 자랑스러운 아들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