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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신파] 바보, 우리 집 기둥이 누군데..
게시물ID : jjhumor_1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컬트신파
추천 : 54
조회수 : 224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04/07/24 14:24:00

1.


혈관조영술 확인결과 아내의 담당의는......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의 주(主)가지가 좁아져 있어 

혈관확장술을 시술할때 부득이하게 일시적으로 혈관 전체를 막게 되는데 

그 때 심장이 멎을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다며 

개복수술을 하여 혈관 이식을 할 것을 권유했다. 
  

한달이상의 회복 기간 및 시술에 비해 

두배 이상의 치료비는 물론이고 
 
환자의 고통과 커다란 흉터, 간병문제 등에 대한 걱정으로 

낯 빛이 어두워진 나를 보며 진단을 마치고 나온 아내가 말했다. 


"여보 어떡하지?.." 

"괜찮아 할수 없지..수술하면 괜찮아 질거래" 

"미안해..마누라가 부실해서,,돈만 까먹고..." 

"쓸데없는 소리! 수술해서 건강해지기만 해."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위험하다며 수술 때까지 

중환자실에 있어야 한다며 간호사들이 침대를 밀고 가는데.. 

누워있는 아내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걸 보고 

보호자 입장이 제한된 중환자실이라 따라가지도 못하고 

제자리에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중환자실의 문이 닫히고나서야 비로서 

아까부터 겨우 붙잡고있던 눈물을 흐르도록 놓아주었다.. 


울고있는 남편은 믿음직 스럽지 못하다. 

 
  

2004년 6월30일 

 
 

2. 
 
수술을 위한 절차가 밟아졌다. 

병원 측에선 내과에서 흉부외과로 전과하여 수술 날자를 잡겠노라 했다.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에서 하루를 보내며 

환자 간호로 초췌한 모습을 하고있는 다른 보호자들을 보니 

 
'아, 병은 환자만 앓는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새삼 든다. 

 
몇시간이나 있었을까... 


"김영실씨 보호자 분은 중환자실로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하는 인터폰을 받고 올라가보니 담당 내과과장님이시다. 

 

"심려가 많으시지요?" 


"아 예...." 


"아무래도 확신이 없어서 내과 황 부장님께 부인의 촬영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네...네?"(불안과 기대에 대한 두가지 의미의 의문이다) 


"위험이 따르긴 해도 혈관 확장술을 

한번 시도해봄직 하다고 하는데 보호자 의견은 어떤가 해서요?" 

 

"아 그래요? 얼마나 위험한건가요?" 

 

"부인의 경우는 안전성 면에서 거의 외과 수술을 기본으로 하고는 있습니다만 

내과 황부장님은 연륜이나 경력으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분이니 

자신없는 말을 하실분은 아니라고 봅니다." 

 

"네.그렇군요..아내와 상의좀 해보고 말씀드려도 될까요?" 
 

"네 결정하시면 통보해주십시오. 그럼..." 

 

수술에 대한 걱정으로 침울한 표정의 아내에게 상담 결과를 말하자 

희망적인 기대로 그녀의 표정이 밝아졌다. 

 
"여보, 어차피 연륜과 경력있다는 분이니 믿고 맡겨보는게 나을 것 같아." 


"그,그래?...그럼 그럴까.." 

 
수술의 고통과 긴 회복기간 때문이 아닌 

그저 치료비가 적기 때문에 그녀가 확장술을 택한게 아닐까..? 

하는 의문 속에서.......확장술이 시작되었다. 

  
시술실 앞 의자에서 시술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어느새 두시간이 넘어서자 점점 초조해졌다. 
 
시술하는 동안 혈관을 폐쇄하는 시간이 길수록 위험하므로 

신속하게 실시해야한다던 의사의 말을 상기하며 

불안한 마음에 썬팅이되어 내부가 보이지 않는 시술실 창문을 

혹시 틈새로 보이지나 않을까 하여 까치발을 뜨며 엿보고 있을 때 

시술실 문이 열리며 아내를 눕힌 침대가 간호사에의해 끌려 나왔다. 
 
국소마취 만을 했기 때문에 아내는 멀쩡히 깨어있다. 

  

"아주 잘됐어요." 


간호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내를 실은 침대는 다시 중환자 실로 들어갔다. 

눈물을 흘리며 들어갔던 어제와는 달리 

아내는 빙그레 웃으며 손까지 흔들어 주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2004년 7월 1일 

 
 


3.  

빠른 회복으로 별다른 이상을 보이지 않자 

아내는 하루만에 일반병동으로 옮겨졌다. 
 
밥을 먹는데도 문제없고 혼자 걷기도 하니 정말 환자 같지가 않다. 

혜택을 받고나서야 의학 발전이 실감이 나고 격세지감마저 느낀다. 

전 같으면 무조건 죽을 날만 기다렸다는데.... 

  

인간은 참으로 간사하다던가... 

최악의 상태까지 생각하던 그녀지만 

일반 병실에 온 후론 이내 퇴원타령 뿐이다. 

  

"간호사님 저 언제 퇴원해요?" 


"전 몰라요 주치의 선생님이 알죠.회진 도실 때 여쭤보세요." 


"여보 당신이 가서 좀 물어볼래?" 


"됐어..그냥 가랄 때까지 신경끊고 기둘려." 

 

그녀의 보챔 때문이었을까... 
 

"빈혈증세가 약간 있기는 한데요..원하신다면 약을 처방해 드릴테니 퇴원하시죠?" 


퇴원하라는 말에 답하는 아내의 음성엔 콧소리마저 섞여있다. 

 

"네에~ 감사합니다...선생님~♪ ^^" 

 

"나도 나지만 당신도 건강 조심해.. 

당신이 우리집 기둥인데 아프면 큰 일이잖아 술 담배를 그렇게 좋아하니..." 

 
"됐네요. 누가 환잔지 모르겠군." 

  
그녀의 걱정은 이제 자기로 부터 나에게로 옮겨졌다.
  

퇴원 수속을 밟으며 받은 진료비 계산서를 보니.. 

본인 부담금이 5백에서 몇 만원 안빠진다. 
 

"어휴,특진료에 보험 비급여분이..이게 다 얼마야?" 

"수술했으면 두배도 넘었을텐데...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하긴 그렇지만...기둥이 벌어온거 내가 까먹었으니...미안해..." 

"암튼 쓸데없는 소리는..." 
 

병실에 늘어놓은 짐을 꾸리며 혼자 생각한다. 



 

'바보..우리 집 기둥이 누군데...' 

 
 

"미련두지 말고 얼른 챙겨서 가요" 

"그럼 병원은 그냥 뒤도 안돌아보고 가는거여." 

입원병실에 같이 있던 환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모두 얼른 나아져서 퇴원하세요." 

시원스런 인사를 마치고 병원을 나섰다. 

  

"오는 날이 있으니 가는 날도 있네.." 

병원 정문을 통과하며 아내가 하는 말이다. 

 
"안녕히 가시고 또 찾아주세요" 


경비 아저씨가 이런 인삿 말을 건네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하는 걸 보니 

신파도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나보다......^^ 

 
  

4. 
 

집에 들어서자 어차피 군이 달려들어 안긴다. 

제 어미가 어떤 상탠지 실감하지 못하고 입원기간 동안 

제 사촌이랑 같이 신나게 놀기만했던 어차피 군은 

제어미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걸 보고나서야 

괜히 덩달아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엄마 보고 싶었어?" 

 
"아,아니...아니..으응 조금...힝" 

 

토요일 오후... 


신파의 아파트 거실에선 신파극이 벌어지고 있다. 

 

 


"바닥이 왜케 지저분해?" 
 
"빨래 밀려놓은거 좀 봐!!" 
 
"얼레? 설거지도 안해놨네?" 
 
"환기 좀 시키고 하지 방안에서 냄새나잖아!!" 

 
그녀는 다시 일상의 아줌마로 돌아왔다. 

 

날은 선선하지만 

태풍의 여파 탓인지 바람이 제법 세다. 


17층인 신파의 아파트는 시공에 문제가 있었는지 

바람이 심할 땐 베란다 창틀이 흔들리곤 한다. 

 
 


하지만 어떠랴...조금씩 흔들리는 따위는... ^^

 

 

2004년 7월 4일 

 

 
 

◆글쓴이: 신파 

 


관심과 걱정을 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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