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1살인데 어머니는 올해 67세 이십니다. 누나 두 명이 있고 막둥이라 낳으셔서 나이차이가 많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3남매를 정말 눈물로 어렵게 키우신 어머니가 이제는 저를 너무나 힘들게 합니다.
너무 고생을 많이 하셔서 그런지 아니면 외가댁 유전때문인지 제가 십대때부터 치매가 오시더니 지금은 감당이 되지 않습니다.
치매라는게 정말 사람을 가장 비극적으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증오하게 만들어요. 세상의 그 무엇보다 힘듭니다.
어릴때부터 외할머니가 치매로 인해서 온 가족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보고 자랐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저의 어머니께서 그러십니다. 거의 완벽한 절차를 밟으면서 치매가 진행되고 있어요.
외할머니는 99세까지 사셨어요. 외가댁 유전인자가 장수와 이른 치매입니다. 이미 큰이모는 치매 요양소에 계시고, 둘째 이모는 아예 가족과 따로 삽니다. 온 가족이 감당을 못해서요.
큰이모는 제가 유치원때 치매판정을 받으셔서 가끔 명절때 만나면 온 가족을 쑥대밭으로 만들곤 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치매는 거동을 잘 못하고, 기억력이 나빠지고 이런 증상은 정말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착한 치매에요.
현실은 피해망상, 위생관념결여, 폭력성 등등 가족이 감당할 수 없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위의 증상은 치매 등급도 받기 어려워요. 언어능력이나 기억력은 상당히 낮아졌지만 그외 운동능력은 정상이다시피하니 등급 못받아요.
갈때마다 항상 치매초기단계로 악화되지 않게 유의하라는 말만 들을뿐 도움이 되는 등급을 못받아서 요양소에도 가지 못해요. 큰이모는 재산이 워낙 많아서 매달 500가까이 사용하면서 시설에 있는 거라더군요. 우리집은 그거 반값도 못내요.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위생관념이에요. 모든 음식들을 정말 더럽게 만듭니다. 그럼 왜 아직도 노모가 살림을 하게 놔두냐구요?
우리집에 와서 말려 보세요. 치매의 정점은 고집입니다. 못 말려요. 아프다 힘들다 하면서도 별의 별 음식을 다 하려고 합니다. 그것도 냄새나고 뒷정리 어려운 옛날 음식들이요. 집안에는 거의 항상 생선을 말려 놓습니다.
예로 들어서 국을 끓일때 설거지통에 담긴 더러운 물을 퍼서 만듭니다. 그거 곁에서 보다가 말리면 난리납니다. 소리지르고 때리고 가끔 물건 부수고...
그냥 보고 있어야해요. 하고 싶은대로 놔둬야 합니다. 그리고 야금야금 안 볼때 조금씩 버립니다.
또 잠깐 방심하고 설거지 그릇이 싱크대에 있으면 그냥 설거지통에 손으로 헹군 후에 깨끗한 그릇들 위에 엎어 놓습니다.
그래서 뭔가 음식을 하고 있다 싶으면 실시간으로 서서
"설거지는 내가 도와줄게^^" 하면서 감시하듯 씻어야 안심이 돼요.
몇 년 전부터는 자꾸 화장실 바닥에 똥을 눕니다. 그리고 그냥 나와요. 그럼 몇시간이고 변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특히 나이가 들고 장이 안좋아지면 그 변냄새는 상상을 초월해요. 더러운 얘기는 그만 할게요...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이상한 얘기를 하는 겁니다. 덕분에 저희 누나 둘 모두 40이 되도록 시집을 못가요. 아니 안가요.
너무 부끄러워서... 큰누나 상견례 때에는 기절 초풍할 헛소리를 합니다.
남자 부모한테 "얘는 전에 결혼생활도 정말 잘해서 이번에도 잘 할 거에요" 전 그 자리에 없었지만 누나 말로는 상대부모가 누나를 더러운 개보듯 했대요. 사기결혼 하려는 더러운 여자로 알았을 겁니다.
우리누나 당연히 미혼이고 남자도 첫 남자친구였어요. 대체 왜 그랬는지 감도 안잡혀요.
작은누나 남자친구 인사드리러 왔을 때에는 뜬금 없이 속옷바람으로 돌아다니고 큰애 먼저 결혼해야 하는데 큰애는 관심 없냐고도 합니다.
미치겠어요. 다시 떠올리기도 싫어요. 정말 종잡을 수가 없어요. 죽고싶어요.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가요.
나중에 왜 그랬냐고 물어보면 자기는 절대 그런적 없다고 잘라 뗍니다. 심지어는 제가 그런 말 해서 말렸다고까지 합니다.
정신과 가보라구요? 우리나라 정신과의사 대부분이 사기꾼이에요. 나머지는 무능하구요. 아무 도움이 안돼요. 가는 곳 마다 진단이 다르고
뭐 기억도 않나는 기저귀찰 때의 트라우마 억지로 원인으로 분석하고 또 고집은 있어서 지켜보면서 약은 나중에 써보겠다고 합니다.
병원 옮기면 한 달 정도는 항상 지켜보자고 약을 당장 안줍니다. 그 약이 있어야 진정이 되고 그나마 기를쓰고 집안을 뒤집는 일은 안일어 나는데...
주변 사람들한테 계속 우리들에 대한 안좋은 이야기, 거짓 이야기를 소문냅니다.
제 직장 선배한테는 우연히 만났을 때 제가 음악을 할거기 때문에 회사 그만둘거라 앞으로 만날 날 얼마 안남았다고까지 했습니다.
집에가서 왜 그런 이야기했냐고 하자 또 그런말 한 적 없다고 소리소리 지르면서 저를 때리고, 모함하지 말라고 그럽니다.
정말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요? 아니면 의사 말대로 자기 행동이 싫어서 공격적으로 거부하는 걸까요? 어느 쪽이든 너무 싫습니다.
외할머니를 봤을때 우리 어머니는 앞으로도 30년은 더 사실거에요. 제가 환갑이 될 때까지 사실겁니다.
우리 큰이모는 올해 81세인데 몸은 건강합니다. 정신이 온전치 못해서 그렇지... 둘째 이모는 저보다도 건강한 것 같아요. 우리 어머니도요.
저희 누나 두 명은 이미 시집가기를 포기했고, 저한테는 절대로 어머니 소개시키지 말라고 합니다. 돌아가셨다고 하래요. 근데 전 그걸 숨길 자신이 없어요.
그래서 저도 결혼 안하려고요. 여자쪽 식구들한테 어떤 말을 할지... 결혼하고 나서 어떻게 한 번을 안보여줄 수 있겠어요?
누나들은 자기들이 부양할테니 그냥 연끊으라고 하는데 못하겠어요.
주변에서는 저에게 어설픈 조언들을 합니다. 그래도 널 키우시면서 고생하신거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이러면서요. 이 이야기가 가장 가슴 아파요.
제가 보기엔 절 키우신 은혜는 다 갚은거 같아요... 제가 살면서 지금의 어머니처럼 힘들게 한 적 비슷한 적도 없어요. 이미 제가 중학교때
하루가 다르게 변하셨습니다. 양치질하고 헹군물이 아깝다고 주전자에 뱉어서 커피를 끓여드셨습니다.
고등학교시절 친구들이 놀러왔을때.... 그때 얘기는 지금도 떠올리면 눈물이 나요. 그냥 생략할게요. 부끄러운 일을 당하고
학교 가기가 부끄럽고 무서워서 1학년 마치고 2학년 될때까지 병결로 학교 안갔어요. 물론 2학년때 이미 소문이 돌았고 다행히 3학년때 친구들이 너무 좋아서 괴롭힘 당하지 않고 친하게 잘 지냈습니다.
오히려 과도하게 절 챙겨주면서 지냈어요. 정말 천사같았습니다. 그래도 창피해서 졸업후에는 다시 못만나겠더라구요.
시설에도 한 며칠 있어봤는데 거부 당했어요. 그럴거 같았어요. 이미 들어갈때부터 싫다고 악을 쓰는걸 더 좋은 곳이라고 억지로 넣었는데
시설을 뒤집어놓고 경찰까지 출동해서 위약금물고 도로 데려왔습니다. 거짓말같죠? 그날 저녁에 30살 다돼서 펑펑 울었습니다.
어머니 가끔 정신 돌아오셔서 울면서 미안하다고 하시는데 전 그것도 싫어요. 가식같고 어차피 몇 분 지나면 변할 텐데... 기억도 못할텐데...
제 소원은 2015년이 지나가기 전에 어머니랑 저랑 같이 하늘나라고 가는 거에요. 혹시라도 보험금이라도 나오면 나머지 누나들이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꼭 죽고 싶어요. 어차피 결혼도 못하고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힘들텐데...
주변 치매노인 수기를 보면 우리 어머니 비슷한 사람도 못봤어요. 세상에서 저만큼 힘든 고통은 없어 보여요.
글 쓰는 중간에도 제 컵에 양치질 물 아까우니깐 나중에 쓰라고 뱉어 놨어요. 중요한 물건은 가족들이 제 방에 놔두고 잠가놓는데 컵은 잊었어요.
그릇도 제 방에 놔둬요. 밥 먹을때 누나들도 제 방에 그릇 가져다가 써요.
더 이상 못쓰겠어요. 제 어머니 험담을 쓰는건지 제 힘든 신세 한탄인지 모르겠네요.
끝까지 읽는 분들은 거의 없을 거 같아요. 그냥... 혹시라도 치매부모 부양하시는 분 계시면 서로 같이 위로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