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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일의 연애가 끝났다
게시물ID : gomin_13310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vangelion
추천 : 2/4
조회수 : 87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1/25 15:49:26


고등학교 선후배로 만났다.
나는 2학년, 그 아이는 1학년.

학교가 조기졸업 수시로 대학을 가는 고등학교였고,
나는 학교를 금방 떠날 사람이었다.

그 때도 그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대학가서 더 좋은 사람 만나라고. 1년 동안 기다리라는 소리 못하겠다고.
나는 거절했다.

그 아이는 2학년 때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고, 3학년까지 진학하게 되었다.
그 때도 그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2년 동안 기다리라고 하냐고, 이제 헤어지자고.
나는 거절했다.

나는 힘들어 한 적이 없었다.
입시 때문에 힘든 건 그 아이였고,
난 닉네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애니 보는게 취미고,
원래 혼자 노는 걸 좋아하고 여자에도 별 관심 두지 않고, 그런 재미 없는 남자니까.
그래서 나는 힘겨워한 적 없었다.

사실 그때도 나는 알았다.
너는 너의 부채감이 싫었던 거였다.
어찌 할 수 없는 자신이 싫었던 거였고,
자신에 비해 빠르게 나아가는 나를 보기 힘겨웠던 거였다.

어쨌건 그런 걸 넘기고 그 아이도 대학생이 되었다.
하지만 대학이 달랐고, 한달에 한번 볼까말까 하는 대전과 광주의 DC가 되었다.
모두 이공계 대학이라 바빴지만, 그래도 사랑했다.

이번주부터 며칠 동안 연락이 없더니
갑자기 전화를 해서 반수를 하겠다며, 이젠 자기를 기다리지 말랜다.
또 이 아이는 피한다, 도망친다, 회피한다.
또.
나는 내 여자친구를 잘 알고 있고, 사랑을 왜 부채감이라고 여기는지도 잘 안다.
개인적인 이야기라 더 적을 순 없지만, 나는 이유를 잘 알고 있다.
의존에 가까운 나에 대한 사랑도, 그게 감당이 되지 않아 피하려고 하는 생각도.

그렇게 나는 1200일의 연애를 끝마치고, 원래대로 돌아가려고 한다.
원래 이성에 대해 큰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던지라 솔로가 된 게 슬픈 건 아니다. 있음 있는거고, 없음 마는거고.

바라는 것 하나는 있다.

나의 여자친구가 불행했으면 한다.
평생을 그렇게 회피하고, 부채감에 눌리다가, 삶의 끝에서야 내가 했던 말들을 되짚길 바란다.
지금이 아닌 미래를 위해 현재를 팔아버리는 그 이기적인 행위 끝에 후회하길 바란다.
혼자 사랑하고, 혼자 헤어지는 여자를, 난 더 이상 여자친구라는 이름으로 두고 싶지 않다.

그렇게 평생 도망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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