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부대 들어가자마자 어찌하다보니 제 병기도 제대로 확인도 못해보고 사격훈련을 들어갔었습니다. 그날 아침 조식먹고 헐레벌떡 병기창에 가서 선임이 이게 니병기라며 주는 k2를 들고 사격장으로 갔죠. 그순간이 제가 제 k2를 처음 본 순간이었어요. 손질이나 청소할 시간따윈 주어지지 않았었어요. 사격장에서 영점조절 어찌어찌 하고 사로에 들어가서 열심히 방아쇠를 당겼어요. 훈련소에서 주간 17발 야간 10발이었어서 사격에는 내심 자신있어서 이번에도 잘 쏴서 이거라도 칭찬받아야겠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방아쇠를 땡기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별이 번쩍! 하는게 보이고 정신이 하나도 없이 멍~해지는데 총을 보니 힌지를 당겨놓은듯이 덜렁덜렁하고 있는겁니다. 순간 '아 X됬다 힌지전방 안했나보다' 하고 힌지를 봤는데.... 힌지가 있어야 할 위치에 뭔가 빠진듯한 홈만이 남아있었습니다. 보자마자 뇌가 생각하기를 멈춰버렸고, 사격이 끝나자 마자 중대장한테 가서 보고했어요. 그러자 중대장이 저에게 힌지전방도 모르냐고 뭐라뭐라 욕을 하는데 그때까지 계속 멘탈이 박살나서 뭐라 하는지도 안들렸어요. 그때 알았는데 가스활대인지 노리쇠뭉치인지 뒤로 튀어나와서 제 안경을 예쁘게 아작내주었더군요. 일단 저는 얼굴에 기스났다고 행정관이 의무실에 데려갔다왔는데 다행히 안경이 눌리면서 코에 상처난거말고는 없었어요. 입대전 안경맞추면서 계속 뒹굴거 튼튼한거로 사자 해서 고밀도압축인가 하여튼 제일 비싼렌즈로 해서 맞췄었는데, 만약 그때 그냥 싼거 대충 사려고 했었다면 눈알 하나 아작났겠다 생각하니 소름이 쫙 돋더라요. 대충 의무실에서 후시딘 바르고 사격장으로 돌아가니 중대장이 절 보고 실실 웃으면서 "야 니잘못 아니라더라!"하더니 총기수리 담당관한테 가보랍디다. 갔더니 병기에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설명을 해주는데, 간단하게 말하면 전에 그 총을 썼던 전역한 선임이 병기수입을 하도 안해서 때가 엄청 껴있는데 그상태로 사격하다 힌지가 터진거랍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몰라서 아 그렇구나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 여기서 다치면 중대장은 절대 책임지려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병기수입을 못한건 제 과실이 아닌데 영문도 모른채 노리쇠뭉치에 얻어맞고 안경날리고 얼굴에 기스나고 어느누구에게도 사과한마디 못들었어요. 오히려 사격잘한다고 지휘검열때마다 더 끌고다녔죠. 만약 제가 안경도 깨져서 한쪽눈을 잃었다면 베오베에 올라온 실명한 군인분처럼 됬을지도 모릅니다. 섬뜩하네요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