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헤어진지 네달.. 그동안 몇번이나 이렇게 글을 썼다 지웠다 했었는지 모른다.. 그럴때마다 글의 끝맺음을 맺으면 정말 끝나게 될까 두려워서 그랬던건지.. 어느순간 더이상은 글이 써지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어떻게든 이렇게 글을 써서 내 마음을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함께 했던 이 집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이사를 결정했다.. 막연히 집을 옮겨야 겠다고 생각만 하다 재미삼아 간 철학관에서 하루라도 빨리 집을 옮기라는 이야기에 일은 우습게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서 오늘이 이집으로 향하는 마지막 퇴근길이였다.. 항상 받던 교차로 신호, 저 멀리 보이는 우리집 랜드마크.. 모든것들이 마음이 아팠다.. 그랬나보다..가고싶지 않았나 보다..널 보내지 않고 싶었나 보다.. 울컥 거리는 마음에 주차장에서도 한참을 앉아 있었다.. 집으로 들어와 내가 열어주는 창가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냥이를 보고는 참았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항상 이사가 가고 싶었다.. 좁은 집이 싫고, 탁한 공기가 싫어 집값이 싼 변두리로 가고는 싶었다.. 하지만 니가 여기로 오는 거리가 멀어지는게 싫어 내 출퇴근 시간이 2시간이 걸림에도 불구하고 니 생각에 길게 고민하지 않았었다.. 그렇게 직장과 가까운 곳으로 집을 얻었다..방도 한칸 더 있어 그렇게 원하던 옷방을 만들수 있고.. 거실도 넓어 쇼파도 들여놓을 수 있다.. 창이 큰 남향이라 볕도 잘 든단다.. 모든게 좋은 조건인데..그 집에 덩그러니 앉아 있을 내모습을 상상하면 가슴이 시렸다..울컥했다.. 막연히 지인도 없는 외지로 간다는 두려움이라고..평생을 나고 살았던 이 지역을 떠난다는 아쉬움이라고 생각했다..그래야만 했다..
몇년전 어느날.. 하나뿐인 가족인 아빠를 보내고..난 홀로서야했다.. 그런데 지금에서 회상해 보는 그날의 나는 오히려 담담했다.. 이제 정말 하늘아래 나 혼자라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 들이고 잘 살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또 노력했었다.. 그렇게 홀로 다시 시작하는 내가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의 기대와 설레임도 있었던 것 같다..아빠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 혹시나 새로운 집에서 아빠의 흔적을 보게 되면 마음이 많이 아프지 않을까 했었지만, 오히려 그런 흔적에 아빠를 되새기며 아련했을 뿐..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그렇게 혼자 살기 딱 좋을 것 같던 이집에 적응도 하기전에..너라는 사람이 들어왔고.. 타요라는 우리 고양이가 들어와..혼자 살기 좋겠다던 집이 좁아졌지... 난 참 행복했다.. 둘이 누우면 가득차던 슈퍼싱글 침대도..마주앉아 음식을 차리면 좁기만 했던 식탁도.. 이제 곧 버려질꺼다.. 이렇게 앉아 글을 쓰고 있는 니가 부러트린 의자도..곧 버려지겠지..
이집에 살았던 6년..그 안에 너는 5년이 넘는 시간동안 함께했었다.. 돌이켜 보니 이집에서 참 행복했더라.. 내 35년 인생에..내가 기억할수 있는 날들중에 가장 행복했었다.. 새로운 집에서 새로운 시작이 두려울만큼..너무 큰 행복이였다.. 다시 올 수 있을까 싶을 만큼의 믿기지 않는 행복이였다...
떠난 너를 원망하지 않는다.. 그냥 우리의 사랑이 끝이라고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할 뿐.. 누구도, 나 자신도 원망하지 않는다.. 니 미래에는 항상 내가 있다던 말도.. 니 평생 마지막 여자라는 말도.. 꼬꼬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면 좋은데 놀러다니자는 말도.. 그 순간은 진심이였을꺼라 믿기에..그렇게 되지 못한 우리 사이가 아쉬울뿐... 그렇다고 해서 매달리거나 구차하게 굴 생각은 결코 없다.. 너를 다시 만나지 않는다.. 우린 이렇게 끝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간의 우리의 추억이 그리울뿐..그날의 너를 사랑했을 뿐.. 지금의 나는 아프고..지금의 너는 나를 아프게 한 사람일 뿐이다... 우린 이렇게 끝이난다..
내가 떠나고..더 분명한 내 마음의 끝이 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너를 못 믿는 나를 원망했었지... 넌 내가 믿은 유일한 사람이였어..바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