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난 먹을게 없지만 열심히 씹고 있다.
오독 오독 오도독..
젊음의 패기는 사회의 살기에 얼어붙었고
젊은이의 풋풋했던 사랑은 잔인한 숫자 앞에서 숫기를 잃었다.
내 앞에는 낮지만 높은, 차가운 시멘트 담벼락만 날 가로막고 있다.
조금만 날 높게 올려다 준다면 쉽게 저 담벼락을 뛰어넘을 것 같은데 생각하며
어디든 나아가 보려고 발버둥 치며
이 길이 아니면 저 길로라는 생각으로 담벼락을 따라 걷는다.
길은 또다시 막히고 난 또다시 걷는다.
담벼락을 오를 수 없는 내 한계인가. 이런 담벼락을 만들어 놓은 사회가 문제인가
혼자 곱씹어 본다.
그리고 결정한다.
이 담벼락을 내가 깨부수겠다고.
지금 당장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한심해서가 아니라
사회가 날 이렇게 만들었다며
악에 받쳐서 맨손으로 저 담벼락을 깨부수겠다고
초점 잃은 두 눈으로 어리석은 주먹만 휘두른다.
담벼락이 무너지기는커녕 울리지도 않는다.
틱. 틱. 틱.
손이 아프다...
벽엔 초라한 혈흔만 남았고
손은 너무나 아프다.
20대의 내 손은 너무나 아프다.
하나 정도는 이룰 수 있었던 것만 같았던 20대의 내 손은 너무나 쓰라리고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