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나름대로 정리한 지금의 제 생각을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갈증이 너무 심해서 뭐라도 좀 마셔야 하긴 하겠는데, 보니까 마실 것이 들어있는 통이 여럿 있습니다.
개중 몇몇은 슬쩍봐도 독극물인 것이 분명해서 입에 대는 순간 골로 갈 것이 거의 확실하니 일찌감치 구석으로 밀어놓았고
가만 보니 마셔도 괜찮아보이는 깨끗한 물이 하나 있길래 좋다고 집어들고 뚜껑을 열었는데
웬걸, 안에 큰 똥이 한 덩어리가 들어있네요.
물은 분명 맑고 깨끗해보이는데, 아... 이 똥이 좀 너무 커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저도 사람인지라 마시려던 물을 내려놓고 다른 통들을 다시 좀 둘러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뭐... 그렇다고 독극물을 마실 생각은 없습니다만,
좀 덜 깨끗하더라도 일단 똥이 없는 물을 마시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구정물이라고 생각해서 일단은 옆으로 좀 빼놨던 다른 통들도 다시 들여다보게 됩니다.
당장의 최선이라면
그 커다란 똥이 물을 더 더럽히기 전에 빨리 건져내고, 증류를 하든 정수처리를 하든 해서 물을 다시 깨끗하게 만든 다음 마시는 것인데
시간도 여유롭지 않은 것 같고, 그렇게 해줄 생각들도 없는 것 같고....
어차피 이 물 말고 다른 거 마실 것도 없지 않느냐면서, 똥이 있지만 잘 씹어먹으면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일단 먹은 다음에 똥은 다시 토해내면 된다는 신기한(?)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는 아무래도 똥을 씹어먹을 순 없을 것 같고, 똥을 토할 때는 마셨던 물도 같이 올라올 것 같아서 무리에요.
근데 어쨌든 목마른 건 저고, 뭘 마시기는 꼭 마셔야 하는 상황이라,
결국엔 눈 질끈 감고 그 똥물을 마시게 될 것 같다는게 참 우울한 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