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도움 전혀 없이 둘이 알뜰히 모아 전셋집 얻어 대출 갚으며 살고 있습니다. 돈은 좀 없어도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당연한게 될만큼 서로 맞춰가며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항상 같은 문제로 싸움이 납니다.
집안일.
결혼 전, 저는 좀 많이 깔끔한 편이었습니다. 과거형인 이유는 제 기준에서 좀 많이 더러운 남편과 살다보니 제가 성에 찰 만큼 집안일을 하다보면 몸이 남아나질 않아서 절반은 포기하고 보통이 되었습니다. 일단 제가 살아야하니 더러운 꼴을 보는게 낫겠더라구요. 하지만 남편이 보기엔 여전히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은가봅니다. 사실 저희 가족 전체가 깔끔하다보니 제가 제일 더러운 편인데, 남편이 처음에 그 말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지요. 그러다보니 참 많이 싸웠습니다. 남편은 한다고 하는데 맘에 안들어하니 서운하고 저는 결국 내 손이 다시 가야하니 온 집안일은 내가 다 하는 것 같고 그래, 서로 깔끔함의 기준을 낮추고 높여가며 맞춰나가보자고 마무리를 짓곤했습니다. 그런데 아기가 태어나니 또 다릅니다. 그리고 아기가 어린이집을 가니 더욱 다릅니다.
저희는 같은 직업이지만 남편 직장이 저보다 멀어 20분 먼저 출근하고 20분 늦게 집에 도착했었습니다. 올해 3월부터 16개월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제가 아기를 친정에 데려다주고 출근을 해야해서 그때부터는 출퇴근시간이 같아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둘째 임신 4개월입니다. 지옥같던 입덧은 벗어났지만 여전히 반찬류는 아무것도 먹지 못합니다. 생오이에 밥먹습니다.....
저의 큰 단점은 짜증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야 어제도 힘들어서 짜증을 내고, 남편은 자기도 할 일 다 했는데 왜 그러는지 이해를 못하고. 그래서 제가 가만히 생각하다가 서로 딱 한달만 하는 일을 바꿔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남편이 하는 일을 제가 해봐야 피곤해하는 남편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제가 하는 일을 남편이 해봐야 왜 힘들다고 짜증을 내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처음엔 탐탁찮아하던 남편도 그래, 내가 뭘 하면 되냐며 수긍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을 적었습니다. 아침에 아기 밥먹이고 세수하고 옷입히기 (친정에 데려다주는 건 어차피 직장이 가까운 제가 해야하니 빼고) 퇴근 후에 아기 밥먹이고 목욕시키고 재우기 아기 빨래하기 아기 반찬 만들기(2-3일에 한번 정도 많이 만들어놓습니다) 반찬거리 없으면 장보기 혹은 뭐 사오라고 말하기 다음날 어린이집 준비물, 옷 챙기기
남편이 하는 일을 적었습니다. 청소(거실, 주방 바닥만) 설거지 빨래, 분리수거, 음식물쓰레기 버리기(이 세 가지는 2주에 한번 정도 제가 참다참다 짜증내면 합니다)
오늘부터 4월 동안 해보기로 했습니다. 청소랑 설거지만 할 생각에 아침부터 기분이 날아갈 듯 설렜습니다. 오늘은 남편 회식이라 제가 하는 일+청소, 설거지를 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네요. 내일 40분 더 잘 수 있으니까요. 내일 퇴근후에는 제가 좋아하는 청소랑 설거지를 마음껏 깨끗하게 하면 되니까요. 내일 아기 반찬 만드는 날인데 뭐 만들지 고민 안해도 되고, 메슥거리는 속 부여잡지 않아도 되네요. 거실 청소 빨리 끝내고 약 3주 전 제가 청소한 뒤로 계속 방치된 화장실 청소를 해야겠습니다. 신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