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최선이라 변명했고,
나이가 들어선 변명인걸 깨달았다.
상처를 받기 싫었던 나는,
어느새 상처를 주고 있었다.
상처를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싫어서
다가오는 모든 걸 밀어냈는데,
아무것도 없음에 상처입는다.
어릴 적 우상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던 아버지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께 수도 없는 상처를 주셨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이만하면 화목한 가정이라 생각했는데,
그저 자식 걱정에 어머니가 모든 걸 참고 계셨었다.
웃는 낯 뒤에 남모를 아픔이 있다는 걸 왜 몰랐을까?
나이가 들어 가면 속을 들여다보고 결심했는데,
결심이 무색하게 난 어느 새 아버지와 닮아있었다.
나는 다르다 수 없이 다짐하고 사랑을 시작했는데,
사랑을 하다보면 어느샌가 거기서 아버지가 보인다.
더 큰 상처를 주기 싫다는 변명으로 상처 입힌다.
이제는 사랑을 시작하기 무서워 다 밀어낸다.
어릴 땐 쳐다도 안보던 로맨스 컨텐츠를 찾아본다.
운명적인 사랑이 있으면 하고 기도한다.
그런데 어쩌면 다가온 운명마저 이미 내 손으로 쳐냈을지 모른다.
여전히 나는 아버지와 닮아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 착한 사람, 긍정적인 사람으로 비춰지도록
그렇게 행동한다.
계속 그렇게 척을 하면, 그게 내가 될 것 같았다.
근데, 계속 가면을 쓰면 그게 진짜 얼굴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오랫동안 벗지 않은 가면속은 짓눌리고 썩어간다.
마음만 곪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