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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마다 라면끓여먹었더니...
게시물ID : gomin_13318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GNnb
추천 : 12
조회수 : 1192회
댓글수 : 68개
등록시간 : 2015/01/26 03: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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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단둘이 살고있는데요
 
엄마가 생계를 책임지고 매일 일하러가셔서 아주 어렸을때부터 엄마가 차려준 밥상을 먹은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다른집은 엄마한테 용돈도받고 엄마가차려준 밥 당연하게 먹고 그런거
솔직히 부러울때도 있었어요
 
어려운 사정에 대학다니는게 죄송해서 용돈은 양심상 안받고 알바를 하는데
 
알바가 끝나고오면 꼭그렇게 배가고파요....
엄만 아침일찍 일나가셔야해서 주무시고계신데
 
너무 배가고파서 새벽에 몰래 라면이라도 끓여먹으려고 거실로나오곤합니다
 
이 작은집에 거실이라고해봤자 조금만 움직여도 소리가 방에 생생히들려서
아무리 조심해서 해도 잠귀가 예민한 엄마한테 항상 죄송스러웠었죠
 
그러다 오늘은 제가 알바끝나고 돌아왔더니
평소같으면 주무실시간인데 제얼굴보시고는 밥해놧으니까 배고프면 밥이랑 찌개랑 먹으랍니다...
 
그러고는 방으로 쏙들어가시기에 이나이에 뭐가 부끄러운지 방문에 대고 감사하다고 중얼거린게 다네요...
 
들뜬마음으로 밥솥열어보니 제가 콩을먹으면 속이울렁거려 토하기 일쑤라 콩을안먹었는데
콩밥해놓으셨더라고요
 
순간적으로 울컥합디다
 
불만으로서가 아니라
단지 서글펐습니다
 
젊은나이부터 남편의 빚을 떠안고 일터로 뛰어든지 얼마나됐다고
아빠의 바람으로 이혼하게되고
저혼자서 자식키우겠다고 그 마른몸으로 아둥바둥 버텨온 엄마가
 
그저 내자식 밥한번 맥이더라도 건강한거 맥이시겠다고 콩밥해놓으신게
 
제가 뭘 못먹는지 뭘좋아하는지
 
누구보다 관심이 많으실 분입니다
 
매일을 바쁘게 살아도 제 친구이름을 다 외우는 분이라서
 
그렇게관심이많고 같이사는데도 가장 기본적인 음식취향을 모른다는게
 
우리가 얼마나 이 집에서 같이있는시간이 없는지를 여실히 드러내주는것같아서
 
그런 여러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서글프게 느껴져서
오늘은 한톨도 남김없이 다먹어치웠어요
 
속은 전혀 울렁거리지 않는데
마음이 너무 울렁거리네요
 
그냥...조금더 착한 딸이 되야겠습니다.
 
얘기들어줘서 고마워요...항상 감사합니다 오유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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