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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주의]면접 중 여자친구 유무와 결혼에 대한 질문을 받으며...
게시물ID : phil_133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여름소금킥
추천 : 1
조회수 : 1097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02/02 00: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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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게 여러분도 사랑에 대한 본인만의 철학이 있으시겠죠?



제목과 같은 상황에서 저 혼자만 쓸데없이 진지해진 것 같아
사랑이란 가치에 대해 깊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철학게에 글을 쓰게 되네요.



제가 현재 생각하고 있는 사랑에 관한 나름의 철학이
모순이 있을지언정 쓸데없는, 흔히들 말하는 개똥철학으로 들리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현존하는 수많은 N포 세대들 속에서도 저 같은 사람 하나쯤은 있겠지란 생각도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본인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가치는 어떠한가에 대해서도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길지만 최대한 줄여서 저에 대한 얘기와 그로 인해 제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편의상 반말로 작성하였고,
긴 글 원치 않으시면 뒤로가기를.... 흑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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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면접을 가서 여자친구의 유무와 결혼여부에 대해서 질문을 받아보고
연애관과 결혼관에 관해 20분(?) 이상 얘기가 오고 간 것은 처음이다.


일을 하기 위해 면접을 본 것인데
왜 이런 사적인 정보를 제공해야하는 걸까..?


각자 사랑이란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무게가 다를테고
누군가는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로 인해 관련된 건 언급도 하기 싫을텐데...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질문에 대해 성실하게 대답하는 동시에
참담함이라는 것이 가슴 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인터넷은 익명성이 존재하니 내 얘기를 써도 상관없을 것 같다.


어렸을 적 나는 일반적인 남자애들처럼 액션물도 좋아했지만,
황순원의 소나기, 노팅힐이나 비포 선라이즈 등의 멜로영화를 보며
사랑에 대한 개인적인 목표를 꿈꿨던 나름(?) 감성적인 소년이었다.


그땐 부끄러워서 사랑에 관해선 무관심한 척 했지만...


풋고ㅊ.. 아니 풋사과였던 나는
비록 가상(?)으로 접한 사랑하는 감정에 눈을 뜬 이후로
죽기 전에 가장 이루고 싶던 목표중 하나가
내가 사랑하며 또 나를 사랑해주는 연인을 만나는 것이었다.


"내 사랑사전에는 헤어짐에 대한 정의는 죽음으로 인한 사별 말고는 없다!"
라고 생각하는, 진지하게 중2병 걸린 소년이었을까?



이랬던 내가 연애를... 사랑을 포기하게 된 계기는
안생기던 나의 인생에서 두 번째로 사랑에 빠졌던 경험이다.



첫 번째 사랑이 실패하고 4년 가까이 혼자 지내며
시간이란 약으로 상처를 덕지덕지 꼬매서 간신히 살아가던 내게....

작년에 생성된 두 번째 사랑의 흑역사는
마치 액션만화 속에서 등장하는 전투측정기 캐릭터마냥

(예시는 드래곤볼 야무치와 기타 등등....)

그녀의 외로움측정기 캐릭터가 된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오유에서 봤던 

"빛의 속도로 차여본 적이 있는가?"

라는 짤방이
이별선고와 함께 절망섞임 슬픔, 비통함과 함께 떠올라
그녀가 자리를 뜨고 홀로 찾아간 사람많은 수목원 벤치에서 
주위를 신경쓸 겨를없이 미친 사람마냥
웃었다가 울었다가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컄가카ㅏ가카각 으허엉어허엉' 이렇게 상상하시면 안됩니다..)


원래 연애와 결혼을 따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이제 내 나이 역시 연애와 결혼을 따로 생각할 나이가 아니게 되었다.


상대방들이 본인들의 부모에게 나란 존재를 숨기는 것도.. 
본인들도 확신이 없다는 대답을 했던 기억이 떠올라 괴로웠기 때문일까.



처음부터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어딨냐고들 하지만
2~3개월 동안 알고 지냈던 관계라면
그 사람들이 바라본 나에 대한 판단은 어느정도 섰으리라 생각했었다.


(철벽치고 있던 나에게 다가온 건 그 사람이었는데... 철벽치면서도 가볍게 연애하는 스타일 아니라고 했는데...)


조심스럽게 마음을 열었지만 어찌됐든 두 번째 사랑은 실패로 끝났다.


그녀처럼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이별이란 상처를 줄 수도 있고,
이젠 더 이상 내 자신에게 상처받을지 모르는 확신없는 선택을 하기엔
겁이 너무 많아지고 물러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렸을 적부터 너무나 간절히 염원하던 사랑이었지만
이제는 체념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에겐
사랑을 기본으로 하는 연애와 결혼에 관한 질문이란,

타인이 되어버린 그 사람을 떠나보내고
잊고 싶어서 시간이란 약으로 잊어가고 있는 타인의
상처를 들쑤시는 행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원래부터 친했던, 그리고 친해진 사람들이 저런 질문을 하면


"멀쩡한 여자 신세 망치기 싫고, 그 여자의 부모님에게 인정받을 객관적으로 검증된 능력이 없기에
못사귀는 것이다! 그렇게 안타까우면 니가 나한테 사귀자고 하던가!"

라고 웃으며 대답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한켠에 숨어있던 비참함이 모습을 드러낸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같은 슈퍼카를 바라보며 침만 삼키는 차덕후마냥

(철학게에 자동차 매니아분들이 죄송합니다... 비유를 해보자니 막상 생각나는게 이것 밖에 없네요..)

나에게 사랑이란 슈퍼카처럼 현실에서는 유지비가 감당 안되는 가치이기에...
분수에 맞지 않게 탐욕적이었기에 비극적 삶을 살아가는 로맨티스트라 위로하며...

헛된 만용과 함께 근거없는 희망을 선택하여
세번 다시 절망적인 결과를 낳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오늘도 사랑을 체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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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었죠?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이 있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일단 철학게라는 대나무 숲에 외쳤으니
속 시원하군요ㅎㅎ

무플일 거 같지만
그래도 댓글이 달렸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들 평안한 꿈 꾸시길 바라겠습니다~
출처 내 머릿 속 브로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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