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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간밀레 쪄봤어요 =▽=
게시물ID : mabinogi_1332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크랩입니다
추천 : 11
조회수 : 1986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5/10/14 23:14:34

“잘 어울리네요.”


로간은 옅게 웃었지만, 두꺼운 가죽과 천으로 만들어진 투박한 제복은 몸을 얽어매는 듯 불편했다. 매일같이 갈아입는 고급스런 천옷이 닿던 살갗은 거친 천에 쓸려 아파왔다.


“불편하시겠지만 부디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옷차림 또한 견습 기사가 지켜야 하는 규칙이랍니다.”


여지없이 드러나는 내 기분을 읽은 듯 로간은 조금 난감한 기색으로 말했다. 깍듯한 말투. 적지 않은 나이의 훤칠한 남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의 조원이었다. 만약 그였다면 이 상황에서 ‘감사합니다, 조장님’이라는 대답이 지체 없이 나왔겠지만 내 입에서는 좀처럼 그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조장님’이라는 말이.


“밀레시안 님.”


조장의 말에도 대답 없이 발끝만 쳐다보고 있는 견습 기사라니. 하지만 로간은 여전히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마법에 걸린 듯 스르르 올라간 시선 끝에 상대의 적개심을 녹이듯 따뜻한 눈빛이 나를 부드럽게 바라보고 있다.


“저는 정복과 정장을 무척 좋아합니다. ....디이 군같은 어린 친구들에겐 항상 아저씨 패션이라고 놀림받고 있지만요. 하지만 당신의 제복, 정말 잘 어울려요.”

 

 

-

 

 

톨비쉬는 분명 내게 벨테인 특별조의 조장을 맡기겠다고 말했다. 추천장을 들고 새파란 견습 기사들의 냉대를 견뎌낸 것이 바로 어제같은데, 밑도 끝도 없이 일개 견습 기사 신세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검을 내던지고 싶었지만 입을 꾹 다물고 훈련을 지켜보는 로간을 거스르기가 쉽지 않았다. 그저 팔짱을 끼고 한 쪽에서 조용히 서 있을 뿐인데 꽤나 기백이 있다. 어쩌면 낙하산으로 자리를 꿰찬 나보다도 더 조장에 어울리는 남자일지도 모른다. 사실 그는 어린 나이도 아니고 재능이 특출난 것도 아니다. 앞으로 얼마나 성장해나갈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하지만 이미 연마되어 은은한 빛을 뿜는 보석같은 남자였다. 정식 기사단원이 되어 정말로 조장을 맡는 건 시간 문제일 것이다. 


“그만.”


정확히 하루. 식사를 할 때를 제외하고 쉬지 않고 휘둘러댄 검 때문에 팔은 천근만근이었다. 이 훈련, 다시는 시키지 말아야지.


로간은 하루 종일 아발론 게이트 내에 머물며 특별조의 잡무를 처리했다. 투닥거리는 디이와 카오르를 다독여 임무를 보내고, 엘시와 아이르리스를 향해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쉬지 않고 사고를 치며 울먹거리는 카나를 조금 엄한 얼굴로 달래고, 슈안과 심각한 얼굴로 토론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따금씩 구석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봤다. 자정이 넘은 시간, 훈련이 끝나기 한 시간 전 즈음 찾아온 로간은 아무 말도 없이 난간에 걸터 앉아 나를 기다렸다.


훈련 중지 명령에 손에 힘이 풀려 칼이 엉망으로 떨어졌다. 무기를 추스르기는커녕 거친 숨이 참을 새도 없이 터져 나와 흉하게 헉헉대는 모습이 부끄러워 입을 가리자니 팔이 부들거린다. 로간은 나를 멀거니 쳐다보다가 천천히 일어나 다가왔다. 두터운 손바닥이 뺨에 닿는다.


“잠은 제대로 주무시고 계신가요?”

“아......”

“한 숨도 주무시지 않으시더군요. 밤중에 들리는 칼바람 소리에 저마저도 자기 힘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후...수면 부족은 피부의 적입니다. 남자니까 더더욱 그런 관리를 등한시하시면 안 됩니다. 환생하면 된다고 방심하지 말아 주세요.”

“......네.”


으레 너에게 들었던 말. 어쩐지 우스워 대답하고서 픽, 웃음이 났다. 잠도 못 잘 만큼 호된 훈련을 시킨 게 누군데. 웃음소리를 들은 로간은 짐짓 얼굴을 찌푸린다.


“뭐가 우스우십니까?”

“하하...... 아닙니다, 조장님.”

“과연 밀레시안이네요. 그렇게 훈련을 하고도 웃을 기운이 남아있으신가요?”


로간의 얼굴은 이제 완연히 부드럽게 풀렸다. 내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눈이 접힐 만큼 해사하게 웃던 모습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충실했던 첫 조원일 때와 같았다. 이 재미없는 조의 견습 기사로 뚝 떨어진 게 방금 전 같은데, 그는 어느새 저 멀리 서 있는 존재다. 그의 눈길과 웃음 한 번에 심장이 뛰어올랐다가 내려앉을 만큼이나 먼 존재구나, 조장이란 건.

로간, 그가 이따금씩 짓던 쓸쓸한 표정이 무엇 때문인지 알 것 같다. 위대한 밀레시안, 나의 빛나는 조장님. 항상 내 귀를 달큰하게 간질이던 말은 조장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그를 위한 주문이었다. 고작 하루, 곁에 있으면서도 대화 한 마디 나누지 못해 관심에 목말라하던 나인데, 도대체 그는 내가 오지 않는 며칠을, 몇 달을, ...어쩌면 몇 년을 어떻게 견뎌낸걸까.


“밀레시안 님.”


내가 이제 네 것이라서 너는 행복할까?


“제가 당신의 조장이 돼서 진심으로 기쁩니다.”


네가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과 같은 분이 제 아래 있어주신다는 건 제게 크나큰 영광입니다. 밀레시안 님께서 저의 조에... 제 곁에 오래 함께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결같은 너. 상냥한, 나의 조장님.




글 선물 받고 넘 기뻐서 망상하다가 참을 수 없어서 썼어요ㅜㅜㅜ급하게 써서 끝이 엉성하네요... 담에는 조장알터, 조장디이를 써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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