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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best_1332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케뮈★
추천 : 229
조회수 : 4983회
댓글수 : 1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6/06/02 20:56:31
원본글 작성시간 : 2006/06/02 19:32:12
오늘은 즐거운 금요일이다.
바쁜 한 주를 보내고 간만에 친구들과 술한잔 하는 저번주 금요일 밤의 얘기를 하려고...
치킨에 맥주를 좋아하는 나와 내 친구들은 그 날도 어김없이 조촐한 술자리를 했다.
맥주잔을 기울이며, 자리를 이어가는 동안, 친구의 어깨넘어로 보이는 한 여자..
친구들과 왔는지 그 테이블도 한 무리의 젊은 여자들이었다.
유독 친구의 어깨넘어로 보이는 그 여자는 첨엔 무심코 눈이 마주쳤는데 시간이 갈수록 마추치는 횟수가 늘어난다.
신경 않쓰고 자리를 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그 여자를 바라보게 되고, 그 때마다 여자와 난 눈이 마주친다.
(나를 계속 보는건가?) (나한테 관심있나? ㅋㅋ)
우습고도 흔한 상상을 하다가도, 엉뚱한 상상에 혼자 비웃음치듯 웃고만다.
그래도 자꾸 신경이 쓰이는 맘에 시선이 저절로 여자에게 가고, 여잔 어김없이 나만 바라본다.
(좋다.. 이번엔 시선을 피하지 말자)
이미 친구들과의 자리의 주제는 관심밖이고 그 여자의 시선을 피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혹시 아는사람인가 싶어 바라보는 그런 표정이라면,
(혹시 저 아세요?)... 라고 묻기라도 할텐데
나와같이..여잔 친구들과의 대화에 전혀 관심 밖인 듯 나만 바라본다
여자의 눈과 나의 눈... 서로를 마주보며, 서로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계속...
여전히...
하염없이....
(휴~~~~) .... 난 긴 한숨과 함께, 시선을 피해버렸다.
무표정한 여자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계속 바라보고 있으니, 정말 우습게도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때문이었다.
눈에 확 띄는 그런 외모는 아니었지만, 여자의 눈을 바라보고 있어보니, 굉장히 매력적인 눈을 가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친구들에게 말했다
(야.. 우리 테이블 뒤에 뒤.. 여자들만 있는 테이블에 있는 여자가.. 날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러자 친구들.. 어디~어디~하며 일제히 시선을 여자의 테이블로 돌린다.
비로소 여자는 시선을 여자의 친구들 틈으로 바꾼다.
(미틴눔.. 니가 그지같은가 보지 ㅋㅋㅋ 캬캬캬~ ㅎㅎㅎ)
그냥 웃고 넘기고 나 또한 다시 그 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그리곤,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다시 일상의 대화로 돌아갔다.
'툭~'
'앗~'
.....
화장실을 가던 사람이 내가 앉아있는 자리옆으로 지나가다, 나의 어깨를 실수로 쳤고, 그 바람에 테이블과 내 바지에 맥주를 쏟았다.
나와 친구들은 일제히 그 사람을 바라봤는데...
(어멋... 죄..죄송해요... )
아까 계속 눈을 마주치던 그 여자다.
(아..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그 쪽은 괜찮으세요?)
여자가 민망해 할 것 같아 되려 괜찮냐고 물으며, 상황을 수습하려했다.
(아~ 이거 다 젖어버렸네? ㅋㅋㅋ 어쩌죠? 세탁비 받아야긋네~~~~ 퐈하하~~~)
장난끼 발동한 친구는 민망해하는 여자에게 장난을 걸었으나..
그 여잔.. 전혀 웃지도.. 전혀 민망해하지도..... 않았다.
(죄송해요...)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시구 자리하세요~)
난 친절히 그 여자를 보냈다.
친구들은 웃지도..민망해하지도 않는 인색한 여자라며, 뒷담화 아닌 뒷담화를 하곤..
바로 다른 주제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여자쪽을 바라보았다.
또 다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 여자....
누구나 겪을법한.. 그냥 평범히 넘어갈 듯한..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한시간 가량..
2차를 가자며 친구들과 자리를 일어나며, 그 여자를 다시 봤다.
그런데, 그 여자의 테이블도 마치 우리와 일정을 같이하는 듯 우왕좌왕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프집을 나온 뒤 친구들과 어디로 갈까 얘기하는 중..
(저~..기요~)
???????????
여잔 내게 와서 무언가를 물으려 했고, 친구들과 난 약간 당황스러워 하며 머뭇거렸다.
(어디로 가세요? 술 더 드시러 가나요?)
여자의 친구들은 호프집 앞에서 우리쪽의 상황은 신경쓰지 않는 듯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고,
나의 친구들은 여자에게 여자의 친구들과 2차가서 다같이 한잔 더 하자며, 열심히 뻐꾸기를 날리는 중이었다.
(아뇨... 저희 그만 다 집에 갈거에요.. 그냥.. 이 분..하고 얘기 좀 하려고..)
여잔 나를 바라보며, 이 분..이란 나를 말하고 있었다
친구들은 이해했다는듯이 잘해보라며, 웃고 떠들면서 자리를 피했고, 난 당황스러운 그 상황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근데.. 무슨 얘기 하실거라도 있으세요?)
남자의 육감으로 내게 관심있어서라는 것을 눈치 챘음에도, 약간의 튕김버전으로 말을 꺼냈다.
(아뇨...그냥... 집에 가려다가요....
머뭇거리며 무언가 말을 하려더니..
(저 술한잔 사주실래요?)
순간 난 주변을 살폈다..
내 친구들도.. 여자의 친구들도... 내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고.. "저 술한잔 사주실래요?"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기 시작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장면들이... 정확히 어떤 드라마였는지 어떤 영화였는지 기억아진 않았지만..
분명 그런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연출되던 그 상황이 아닌가..
요즘 젊은 여자들처럼 화끈하거나 터프하거나 직설적인... 그런 이미지가 전혀 아닌..
약간의 단아함과 얌전함이 베어있는 여자에게서.. 나온 말...
내가 남자로서 외모가 되는것도 아니구 그렇다구 유명인을 닮은것도 아니구.. 유별난 것도 없구..그렇다고 명품족도 아닌데..
먼저 다가와주는 이 여자에게 굳이 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 날은 친구들과 간만의 자리였다.
객지생활하면서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던 것 보다는..
친구들과의 의리따위의 핑계보다는...
그냥 바보같을지 모르지만, 정중히 거절을 했다.
(미안하지만.. 제가 오늘 친구들과 1년만에 만난 자리에요.. 인제 한 잔 했는데.. 오늘 아님 이 친구들 볼 기회가 많질 않아서요...)
물론 그 여자는 더욱 더 볼 기회가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아쉬움과 함께.. 말을 하고 말았다.
(아~... 네.. 그렇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남자인 제가 부탁드렸어도 부족할 판에..)
(아..아니에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반가웠어요... 그럼..전 이만..)
내 안에 있는 가식적인 정중의 정중이란 다 끄집어 내어.. 최대한 그 여자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게 사과를 거듭하고 친구들이 간 방향으로 몸을 틀었는데..
(아~ 저기요.. )
(네엣?) 내심... 다시 불러주기를 기다렸던 마음이 약 0.5초간 스친 것 같다 ㅎㅎ
(저기..그럼... 미안하지만.. 핸드폰 번호 좀..)
이것까지 거절한다면.. 난 완전 왕자병이거나, 그 여자가 진상이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아~ 네 ㅎㅎ 제가 묻고 싶었는데.. 괜히 다른 생각 드실까봐 바보같이 못물어보고.. 또 먼저 묻게 했네요? 하하~ 너무 죄송합니다....018-***-***구요.. )
(아~ 네.. 제가 이따 전화할테니... 번호 저장해주세요.. 제 이름은 선미에요..*선미)
그렇게 연락처까지 주고 받은 뒤 헤어져서 나는 친구들과 다시 합류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새벽까지 이어졌고..
그 여자.. 선미란 여자의 핸펀 번호는 내 핸펀액정에 결코 뜨지않았다...
너무나도 아쉽고... 긴 시간 그 여자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일주일 내내 그 여자의 전화번호는 뜨질 않았고.. 결국 자연스럽게 기다림은 포기가 되어벼렸다..
그 여자의 얼굴도 점점 희미해져갔고.. 누굴 닮았었는지.. 어떻게 생겼었는지...점점 희미해져만 갔다.
일주일이 지난.. 오늘.....
아직 사무실이다...
술자리 약속으로 기다리다가..
잠시 오유에 들어와 이렇게 글을 남기고 있다..
6/2 (금) pm 7시 27분......
이젠 슬슬 나갈 준비를 해야한다...
이 글을 쓰기 전 30분 전에...
문자가 왔다..
'저번주에 OO호프 앞에서 얘기나눴던 선미에요 기억나세요? 그땐 연락을..오늘 볼 수 있어요?'
대체..
이 여자 뭐하는 여자일까?
< 다녀와서 상황보고 및 그 여자의 정체를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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