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가 대한이란 놈을 키웁니다.
이 새끼는 날 싫어해서 내 발걸음 소리만 들리면 개하악질을 하고 난리가 납니다.
이 놈이 어릴때 우리 사이가 틀어졌는데 회복될 기미가 안 보입니다.
이 놈은 어머니가 길에서 주운 놈인데 어쩌다보니
내가 꼬박 꼬박 동물병원에 가서 예방 접종을 하고 광견병 접종을 하는 악역을 되어 버렸고
우리 어머니는 그런 대한이를 우쭈쭈 안아주고 간식을 까주는 천사가 되신 겁니다.
그러다 그날, 사건이 터졌습니다.
중.성.화
자신의 알 두개가 사라진 이후 대한이는 날 철천지 원수로 기억하게 됩니다.
내가 심성이 태평양처럼 넓은 인간도 아닌데
이렇게 악역을 도맡아한 이유는 내가 어머니께 지은 죄가 있어서입니다.
내가 따로 나가 살기 전에 건이라는 이 놈을 키웠는데
어머니도 우쭈쭈 내아들, 나도 우쭈쭈 내아들
각자 자기 아들로 생각하고 있었던 겁니다.
(족보가 개판임)
그래서 독립 하는 날 아무 생각 없이 건이를 데리고 나오는데
건이는 두고 가라는 어머니의 역성을 무시하고 뒤돌아서니 어머니가 서럽게 우신겁니다.
(딸이 나가는건 안 서럽고 고양이 데려가는건 서러우심)
(아무 이유 없이 이쯤에서 다시 보는 건이의 리즈 시절)
그 이후 대한이를 길에서 주우셨는데
그때 지은 죄가 커서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동물병원에 다녀오라면 다녀오고,
약 타오라면 타와야 하는 꼭두각시가 된 겁니다.
심지어 사료랑 모래도 내가 사서 보내야하고
어머니가 주문하는 종류의 간식도 찾아서
내 돈으로 주문해서 보내야 합니다.
전문가들이 그랬습니다.
고양이 기억력은 약 두달 정도라고.
그래서 한 반년 정도 본가 근처에도 안 가봤습니다.
반년만에 대한이가 날 반겨주는 상상을 하며 발걸음도 가볍게 본가로 갔는데...
시불놈.
은혜도 모르는 놈.
저새끼 나이 올해로 6살입니다.
여전히 나만 보면 저럽니다.
망할놈에 새끼
내 언젠가 어머니 안 계신날 널 한강 둔치에 내다버릴 것이다.
집에 가보니 천 캣타워가 오래 되서 낡았더라.
더러워지면 닦으면 되는 원목 캣타워를 주마.
너 좋아서 사주는게 아니라 천 캣타워 낡을때마다
새로 사주기 돈 아까워서 이걸로 사는거다.
나무는 튼튼하니까 이제 너 죽을때까지 다시는 안 사줄거다.
아....어머니가 가격을 보시면 기함할테니 판매자랑 입도 맞춰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