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 숨도 못 잤다. 습관이라는 노래를 틀어 놓고 하루 종일 반복해 들었다. esFORCE와의 인터뷰 사진을 찍으러 간다는 것도 따라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사진 촬영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였다.
강도경은 동생 같은 녀석이 아니라 동생이다. 그리고 내 인생에 습관처럼 스며든 선수였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강도경을 통해 깨달은 것도 많았고,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았다.
1999년 SM 팀을 운영하면서 자금이 한 푼도 없었을 때 이벤트 대회에서 팀원이 우승한 적이 있었다. 고기라도 사주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 주저하고 있자 강도경이 자기 지갑에서 5만원을 꺼내 뒷주머니에 넣어주며 맘껏 사주라고 할 정도로 속이 깊은 선수였다. 당시 고기를 먹인 뒤에 몰래 밖에 나가 눈물을 흘리며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생각했다. ‘강도경은 평생 안고 갈 친구’라고 생각했다.
어제 박용욱이 MSN으로 “우리 팀 주축이었던 사람은 감독님만 남았군요”라는 말에 강도경, 김동수, 박용욱, 박정석 등과 함께 보냈던 지난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자꾸 눈물이 나와 아는 사람과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신세 한탄을 하기도 했다.
오늘 기자회견에서 강도경이 우는 것을 처음 보면서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를 내 고집으로 한빛스타즈에 붙잡아 놓아 성장을 멈추게 한 것이 아닌가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복 받은 감독이다. 강도경이라는 선수가 있어서 더욱 행복했다. 앞으로 도경이가 하는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바란다.
출처 : 파이터포럼(www.fighterforu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