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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엔 얀비쉬
게시물ID : mabinogi_1334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카야시마
추천 : 22
조회수 : 1914회
댓글수 : 21개
등록시간 : 2015/10/16 20:10:02
불금엔 밀레시안에게 뻥 차이는 톨비쉬 뒷부분이에요.
길어서 나눴는데 별로 의미 없는 듯한 기분이 ㅠㅠ 
저 밑에 바로 글 있는데 바로 또 하나 올려도 되는 건가요? 안 된다면 말씀해주세요 ㅜㅜ
이건 RURUTIA의  愛し子よ라는 노래를 듣다가 급 쓰게된거라 구멍이 많을 거예여
아마 가사를 한 번 보시면.....
어... 얀'데레'는아니지만 '얀'은 되지 않을까 싶어 붙인 제목 ㅠㅠ
 
 
 
 
 
헤어지자는 그녀의 말을 톨비쉬는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그녀는 그의 것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가 정한 것이었다. 그러니 그녀는 아무 말 않고 따르기만 했으면 됐었다. 놓아준다 했어도 여전히 그녀는 그의 것이어야만 했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밀레시안이라는 존재는 데 다난들의 공포와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녀가 가진 엄청난 힘과 무한한 생명력은 데 다난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었다. 알반 기사단에 들어와 톨비쉬는 그녀에 대한 모든 자료를 뒤졌다. 특급 주시대상인 그녀에 대한 정보는 그 양이 굉장히 방대했다. 틈만 나면 파고들어 나중에는 눈을 감고도 어느 페이지에 무슨 말이 써있는지 줄줄 외울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톨비쉬는 홀로 마음을 키워갔다. 환생할 때마다 모습이 바뀐다는 것에 상상만으로는 갈증만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글 속의 그녀만 접하고 상상하던 중 드디어 그녀를 만나게 되었을 때 톨비쉬는 그녀를 가져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로서는 상상도 못할만큼 많은 날을 살아왔지만 그녀는 바보같을 정도로 순진했다. 왜 그렇게 이용당하고 배신당하며 살아왔는지 이해가 가능했다. 그가 요청하는 모든 일을 그녀는 군말없이 처리했다. 일개 데 다난이 별걸 다 시킨다며 불평할법도 했지만 그녀는 그런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그래서 톨비쉬는 그녀에게 더 재미를 느꼈다. 자신에게는 없을 줄 알았던 가학심이라는 것을 그녀가 끄집어내고 있었다.

 "알터는 정말 귀여운 것 같아요."

 상처에 감아준 붕대를 자랑하며 떠벌거리는 알터를 귀엽다 했다. 그 순간 톨비쉬는 팔에 감긴 붕대를 알터의 목에 감아버리고 싶었다. 알터는 그녀에게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없어야만 했다.

 "그렇습니까?"
 "네. 처음에 다짜고짜 악수 좀 해달라고 했을 때는 의심스러웠거든요. 도대체 누굴까 궁금하기도 했었고. 누구도 저에게 알터처럼 무조건적인 호의를 보인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더 걱정돼요. 혹시 알터가 저에게 실망하게 되면 어쩌나."
 "그럴 일은 아마 없을 겁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언젠가를 걱정하는 그녀를 안심시켰다. 입에 발린 거짓말을 톨비쉬는 능숙하게 해냈다. 차라리 알터가 그녀에게 실망해 떠나버린다면 좋을 텐데.

 그녀에게 거리낌없이 마음을 표현하고 깊이 없는 애정을 쏟아붓는 알터는 톨비쉬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그녀에 대해 알게 된 건 자신이 먼저였는데 알터에게 가로채인 기분이었다. 밀레시안 님이라 부르며 그녀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 알터를 뻥 차버리고 싶었다. 그녀를 독점하는 건 그 자신이어야했다.

 "톨비쉬는 항상 좋은 말만 해주네요."
 "안 되는 건가요?"
 "아니요. 그래서 좋아요. 톨비쉬가 말해주면 전부 다 이루어질 것 같아서."

 저를 향한 시커먼 속을 하나도 모르는 그녀의 말에 톨비쉬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렇게 사랑스러울수가. 그녀를 당장이라도 오독오독 씹어 먹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이런 마음을 안다면 기겁을 하며 도망가려 할 테니 절대로 들키지 않겠다고 톨비쉬는 다짐했다.





 끝내고 싶단 말에 그러겠노라 하자 당황한 그녀의 얼굴은 지금 생각해도 오싹할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녀가 지쳐간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모르는 척을 하던 것도 그래서였다. 슬금슬금 눈치를 보고, 별 이유같지도 않은 걸 핑계로 들며 만남을 피하던 것도 톨비쉬에게는 그저 귀여울뿐이었다. 아. 그녀는 어쩌면 이리도 사랑스러운 존재일까. 후회하는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에 하마터면 시커먼 무언가를 그대로 드러낼뻔했다. 문을 쉽사리 나서지 못하고 그의 눈치를 살피던 걸 못본 척 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최근 그녀의 시선이 톨비쉬를 끈질기게 쫓아다녔다. 어디에 있든 시야 안에 그가 보이면 그녀는 눈을 떼지 못했다. 강렬하게 등을 찌르는 시선을 톨비쉬는 또 모르는 척을 했다. 어쩌다 한 번 눈이 마주칠 때면 그녀는 화들짝 놀라면서도 톨비쉬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흔들리는 동공은 참 많은 감정과 말을 담고 있는 듯했다.

 후회되겠지. 다시 돌아오고 싶겠지. 알터가 아무리 그녀를 따랐어도 딱 그 위치에 머물러야 했던 이유가 바로 이거다. 알터는 그녀에게 이러한 존재가 될 수 없었다. 그가 그렇게 만들었다.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 충분히 알고있기에 가능했다. 알터가 아는 것이야 어차피 단편적인 것이었고 그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지도 않았다. 상처투성이인 그녀의 마음속에 파고드는 건 굉장히 쉬운 일이었다.

 그녀를 갖고 싶어 계획했다 해서 사랑하지 않는 건 절대 아니었다. 톨비쉬는 매일 그녀가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상처를 끌어안고 있으면서도 빛나는 존재. 그에게 그녀는 다른 의미의 신이기도 했다. 목숨을 걸고 지켜주겠다는 말도, 항상 곁에 있겠다는 말도 한치의 거짓없는 그의 진심이다. 다만 그녀의 앞에서 아튼 시미니를 걸고 맹세했을 때 속으로 다른 것을 빌었을 뿐이다.

 그녀를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들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그는 알반 기사단 최강이라 불리우는 기사였고, 아튼 시미니를 섬기는 독실한 신자이기도 했다. 그러니 아튼 시미니가 그의 바람을 들어주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녀가 그의 것이 된 날, 톨비쉬는 모든 신앙심을 끌어모아 그의 마음 속 절대신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녀는 톨비쉬와 끝낸 이후로 아쉬움과 후회로 가득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녀의 착각이었다. 그는 그녀와 끝낸 적이 없었고, 언제나 그의 시야 안에 그녀를 가두어놓았다. 그녀가 그를 끈질기게 보는 것 이상으로 그가 그녀를 눈으로 가두고 있다는 건 꿈에도 모르는 듯했다.

 "야. 조장! 로간 씨가 임무 마치고 돌아왔어!"

 열흘 간의 장기 임무를 마친 로간이 돌아왔다. 나무 상자에 걸터앉은 그녀는 엘베드 조가 있는 쪽을 빤히 바라보다 튕기듯 일어섰다.

 "다친 데는? 없어보였어?"
 "다치긴 무슨. 엄청 멀쩡한데. 이제 그런 걱정은 좀 그만 하지? 임무만 나가기만 하면 다쳐온 것도 이제 옛날 일인데."

 로간이 기다린다며 디이에게 끌려가면서도 그녀는 엘베드 조 방향에서 쉽사리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톨비쉬는 벨테인 조의 후문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다. 그녀의 팔을 잡은 디이의 손이 거슬렸다. 그저 그녀와 둘이 함께 있고 싶은 것뿐인데 장애물이 너무도 많다. 알터부터 시작해서 굳이 끼워넣자면 피네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그녀는 보고싶지 않았다. 그녀의 곁에는 오로지 톨비쉬 본인만이 존재해야만 한다.

 그녀가 가만히 있어도 빛이 나는 존재라는 걸 알게되는 이가 늘어난다. 현재 톨비쉬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벨테인 조였다. 처음에는 그녀를 의심하고 믿지 않았던 그들이 점차 인정하게 되면서 관계가 완전히 바뀌었다. 일부러 어렵고 힘든 임무를 몰아주어도 그들은 어떻게든 돌아왔다. 조원들이 부상을 입고 귀환할 때마다 속상해하는 그녀를 보는 건 톨비쉬에게는 돌아버릴 것 같은 일이었다.

 벨테인 조를 밀레시안에게 맡긴다는 상부의 결정이 떨어졌을 때 가장 먼저 반대를 외친 건 톨비쉬였다. 아벨린과 카즈윈이 그녀라면 잘 할 수 있을거라 설득하려 들었을 때에는 그 둘에게 검을 휘두르고 싶었다. 그녀의 주변에 많은 이들이 생기는 것을 톨비쉬는 극도로 싫어했다. 그가 아닌 누군가를 그녀가 소중히 여긴다 상상하면 구토가 치밀었다.

 그녀를 온전히 갖기 위해 주변인들을 없애는 것도 생각했었다. 실행에 옮기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이 죽어 사라진다면 그녀는 그들을 잊지 못할 거다. 오래 전 그녀를 배신하고 죽은 타르라크와 루에리가 아직도 그녀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으니 스스로 무덤을 파는 건 싫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녀의 마음에서 타르라크와 루에리를 도려내고 싶었다.

 차라리 그녀를 혼자만 아는 곳에 가두어버리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그는 그녀에게는 적어도 세상에 다시 없을 구원자 같은 존재이기를 바랐다. 배신하지 않을 유일한 사람. 모든 것을 맡겨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단 한 사람. 톨비쉬는 그녀가 그에게 다시 돌아올 거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다. 그게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머지 않은 날일 터였다. 그리고 그 시기는 톨비쉬가 기다리기로 마음먹은 시간보다 빨리 찾아왔다.

 "조장님"
 "무슨 일인가요?"
 "그분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조원의 말에 톨비쉬는 터지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았다. 아. 이렇게 빠를 줄이야. 돌려보낼지, 만나러 갈지를 잠시 고민하던 그가 몸을 일으켰다. 혼자 실컷 애타게 지냈을 테니 더 애태우는 건 아무래도 무리일 듯했다.

 엘베드 조 입구에 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발끝만 바라보고 있었다. 신발의 둥근 앞코가 흙바닥을 톡톡 쳐댔다. 톨비쉬는 일부러 발소리를 조금 크게 내서 걸었다. 생각에 골몰하던 그녀가 화들짝 놀라 톨비쉬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시죠?"

 톨비쉬는 그녀에게서 두어 걸음 떨어져 섰다. 아마 그녀는 톨비쉬가 나와줄거란 생각을 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놀란 입이 반쯤 벌어져 있었다.

 "아. 저. 오랜만, 이네요."

 예전 어쩌다 눈을 마주쳤을 때처럼 그녀의 동공이 흔들렸다.

 "용건만 말해주시면 좋겠는데요."

 피시스의 칼바람처럼 차가운 톨비쉬의 목소리에 그녀의 목이 움츠러들었다. 그걸 보고 있는 눈앞의 남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짐작도 못하는 듯했다.

 "저기......"

 표정없는 톨비쉬의 얼굴에 그녀가 마른침을 삼켰다. 꿀꺽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 민망해졌다. 잠시 망설이던 그녀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 일은 제가 잘못 생각했어요. 매일 같이 있으니까 익숙해서 그랬나봐요. 그래서, 톨비쉬를 봐도 아무렇지 않게 된 것 같아서 그랬어요. 정말이에요! 정말 그때는 충동적으로...... 그런데 그게 아니어서. 후회했어요. 톨비쉬는 아튼 시미니를 걸고 맹세까지 해주었는데. 그랬는데 제가...... 저, 정말 나쁜 거 알지만 제가 잘못했지만......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그, 그러니까, 다시 받아주시면...... 안 될까요......"

 얼굴을 보기가 무섭고 눈을 마주하기가 무서워 눈을 감은 채로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말을 고르면서도 의미가 잘못 전달될까봐 마음속으로는 이미 안달이 난 상태였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정말 많이 후회하고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때로 돌아가 톨비쉬에게 그딴 말을 한 그녀 자신을 죽이고 싶을 정도였다.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던 톨비쉬가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팔짱을 껴 숨긴 손가락이 불규칙하게 꼼지락거렸다. 저렇게 요망한 말을 하는 저 입을 어떻게 해야 좋을까. 시커멓게 덮힌 머릿속에서 그녀는 이미 톨비쉬에게 별 꼴을 다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를 버린 건 당신이었는데요. 당신 말대로 저는 아튼 시미니 님까지 걸었는데 말이지요.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받아달라니......"

 웃음이 터질 것 같아 톨비쉬는 볼 안쪽 살을 꾹 깨물었다. 그런 속과는 다르게 지금 그의 얼굴과 눈빛은 세상에서 가장 처연한 사람을 연기하고 있었다. 그에게 이정도로 상처를 주었다는 걸 깨달은 그녀는 이미 죄책감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게, 정말 미안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는 믿는 신도 없고...... 어떻게 해야 예전처럼 다시 돌아갈 수 있어요? 말해주세요."
 "제가 말한다 한들 당신이 할 수 있겠습니까."
 "할게요. 뭐든 할게요. 톨비쉬가 원하는 건 뭐든 할 테니까 말해주세요......"
 "제가 원하는 건 뭐든 하겠단 말입니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재차 고개를 끄덕거렸다. 두 눈에 가득한 간절함에 잠시 망설이는 척을 하던 그가 두 팔을 뻗었다. 돌아갈 수 있구나. 그에게 다시 갈 수 있게 되었구나. 그녀가 홀리듯 톨비쉬에게로 다가가 품에 들어가 안겼다.
 "그 말, 무르면 안 됩니다."

 귀에 대고 속삭인 톨비쉬가 그녀를 가두듯 두 팔 안에 감추었다.
출처 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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