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설날인 지난 9일 밤 전북 완주에서 빙판길 교통사고(연합뉴스 10일 오전 보도)로 숨진 30대 부부는 앞서 발생한 사고의 차량 운전자를 구하려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설동월(33.서울시 천호동)씨는 이날 오후 9시께 아내 이진숙(31)씨, 3살배기 아들과 함께 전북 순창의 고향에 들른 뒤 처가가 있는 충남 공주로 가기 위해 트라제XG 승합차를 몰고 순창-전주 도로(편도 2차로)의 1차로를 달리고 있었다.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운전을 하던 설씨는 완주군 구이면 계곡터널 부근에 왔을때 앞에서 이모(56)씨가 몰던 아반떼 승용차가 빙판에 미끄러지며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 도로 한가운데 멈추는 것을 보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하지만 설씨의 차 역시 미끄러져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 중앙분리대와 아반떼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설 수 있었다.
사고 직후 차 밖으로 나온 설씨는 먼저 사고가 난 아반떼 승용차 운전자 이씨가 차동차 문이 열리지 않아 운전석에 갇혀있고 아반떼 동승자 이모(45.여)씨 혼자 밖으로 나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보게 됐다.
당시 도로는 온통 빙판인데다 제설작업이 안돼 있어 상당히 위험했기 때문에 안전한 갓길로 피해야 했지만 설씨는 이를 외면하지 않고 아반떼 운전석 문을 열어 이씨를 구조했다.
그 사이 아들을 안고 있던 설씨의 아내 이씨와 아반떼 동승자 이씨는 사고 차량 뒤에서 수신호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반떼 운전자가 구조돼 밖으로 빠져나오던 바로 그때 뒤에서 오던 오피러스 승용차(운전자 박모.45.구속)가 빙판에 미끄러지며 이들을 덮쳤다.
이 사고로 설씨 부부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고 아반떼 동승자 이씨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수일 만에 숨졌으며 설씨의 3살짜리 아들은 다행히 오피러스 승용차 밑으로 들어가 화를 면했다.
당시 경찰은 이들이 사고 차량 뒤에서 단순히 수신호를 하던 중에 사고가 난 것으로 알았지만 아반떼 운전자 이씨가 뒤늦게 "설씨가 나를 구해줬으며,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던져 살 수 있었다"고 진술함에 따라 설씨 부부가 선행을 하려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사고 경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설씨 유족들은 "평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깊었던 `동월'이가 도움 요청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남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으니 천국에 가겠지만 부모 없이 평생을 살 3살짜리 아이를 보니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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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안타까운 사연이네요.
좋은사람들이 왜 먼저 죽어야하는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