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쪽은 지난 9일 대전현충원에서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묘역을 비워달라고 요구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이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형사고발까지 거론했다. 그런데 '가짜뉴스' 생산자로 지목됐던 유가족 쪽이 국민의당에 직접 항의 전화를 해 정정 등의 조치를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이 항의를 접수한 후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즉 '가짜뉴스' 논란을 바로잡을 기회를 얻었는데도 사실상 유가족 쪽의 요구를 묵살한 것이다.
국민의당에 직접 항의 전화까지 했던 천안함 유가족
<오마이뉴스>가 지난 16일 입수한 녹음파일과 17일 진행한 유가족 전화인터뷰에 따르면, 고(故) 박○○ 상사의 작은아버지인 박아무개씨는 지난 10일 국민의당에 전화해 '가짜뉴스'라고 규정한 내용을 정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김철근(현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대변인) 당시 안철수 국민캠프 대변인이 "안철수 캠프는 형사고발 등 법이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가짜뉴스에 강력 대응할 것"이라는 요지의 논평을 발표한 바로 다음 날이다.
박씨는 이 전화통화에서 "(논평을 보면) 허위사실이다, 이렇게 뉴스에 나오는데 제가 현장에 있었다"라면서 "(고 박○○ 상사의) 작은아버지로서 그 현장에서 (있었던) 관련 내용에 대해, 기분이 안 좋아서 처남에게 얘기했더니 우리 처남도 신체접촉이나 우리 딸이 그런 일을 당했다는 말에 격분해서 그런 기사(페이스북 댓글)를 올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씨는 "우리 딸이 (국민의당에서) 형사 처리한다는 내용에 많이 걱정하는 것 같다"라면서 "그 보도자료를 수정하시든지 아니면 다르게 처리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요구했다.
<오마이뉴스> 사진부 계정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아 이번 사건을 처음 알렸던 황아무개씨가 자신의 처남임을 밝혔고, 박씨 자신도 직접 그 현장에 있었던 만큼 '현충원 VIP 논란'이 가짜뉴스가 아니라고 환기시킨 것이다. 또한, 자신의 딸이 페이스북에 남긴 "국민의당 의원 할머니 둘이 나 밀쳤어, 넘어질 뻔(했어)"라는 글도 언급했다.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게 먼저 아니겠나?"
박씨는 당에서 형사 조치를 거론한 것에도 강하게 항의했다. 그는 "딸이 신체접촉으로 밀림을 당하고, 아무리 바쁘다고 하더라도, 안 의원님이 하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뒤의 관계자분들이 아무리 급하다고 하더라도 유가족을 밀치면서까지 가서... (참배가) 그렇게 급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또 박씨는 "내가 안 의원님을 음해하려고 (하겠나?), 뉴스에 보면 엉뚱한 기사가 많이 나왔더라"라면서 "딸이 새벽에 그런 글(당의 가짜뉴스 논평)이 올라왔다고 울면서 전화 왔을 때에는 그 어린 마음에 얼마나 상처를 입었겠나, 참 속상하다"라고 토로했다.
"확인해서 다시 연락하겠다"고 답변... 하지만 '연락-조치' 전혀 없어
▲ 고(故) 박○○ 상사의 유족 박아무개씨가 지난 10일 국민의당 쪽에 항의전화까지 했지만, 국민의당은 그 다음날인 11일에도 이를 '가짜뉴스'로 규정지었다.
"선관위 전화 받은 조카가 '100프로 사실'이라고 답변"
그런 가운데 유가족들이 중앙선관위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충원 VIP 논란'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고, 국민의당에서 '가짜뉴스'라고 반박한 직후인 지난 9일 중앙선관위가 박 상사의 아버지인 박△△씨와 작은아버지의 딸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여부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그 얘기를 듣고 엄청 열 받아 (가짜뉴스가 아니라는) 반박 기자회견을 한번 열어야 하나 싶었다"라며 "결국 나중에 우리가 타격을 입을까 봐 지난주 처남하고 여의도에 가서 변호사를 만나 변호사가 입회한 상태에서 ('현충원 VIP 논란'을) 다 얘기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