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되지 않고자 한 아이가 있었다. 더 강해지고 화려해질 수 있는 길도 마다하고 그저 지금 그대로 남아있길 바란 아이가 있었다. 그 상태로 던전을 도는 것 자체가 고난일 게 분명한데도 아무것도 되지 않기를 바란 아이가 있었다. 아이의 고난을 덜어준 것은 여럿 있겠지만, 그중 가장 큰 도움이 되어준 것은 분명했다. 공중 전투 메카 : 템페스트. 한 번 등장하면 적을 향해 자폭할 때까지 든든한 아군이 되어주는 믿음직한 기체. 아이보다 훨씬 먼저 세상을 구경한 가족, 프라임이 다른 가족들을 위해 만든 것이었다. 그 든든한 아군이 있는 것만으로, 그리고 무모한 길을 걷는 아이를 위한 가족들의 수많은 지원이 있는 것만으로 아이는 어떠한 고난도 넘을 수 있었고, 어떠한 고난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너,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고 싶어?" 아이가 겐트에 체류할 때쯤, 아이에게 던져진 질문이었다. 그 질문에 아이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당연하죠. 생각을 바꿀 생각은 여태껏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 "많이 어려운데도?" "다들 도와주고 있으니까요. 나중을 위한 장비들이 창고에 가득 들어차 있는 거 아시잖아요. 저 얼른 그것들 전부 써봤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더 강해지면 좋잖아. 힘들기도 하고. 매 순간이 고되잖아." "도전정신도 좋지 않나요? 그리고 무엇보다 프라임 씨의 템페스터가 있으니까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아요." 아이는 생글생글 웃고 있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전보다 더 나빠진 듯한 인상이었다. 왜 그러냐는 아이의 질문에 제대로 답도 못하고 그저 이를 악물기만 할 뿐이었다. "도전, 도전 좋지. 그래, 도전 조금 더 해볼래? 템페스터의 도움 없이 돌아보는 거야. 어때?" "그건, 조금 오래 걸릴 것 같은데요." "그치? 그러니까 그냥 너 스스로 강해지는 게 어때? 템페스터에 굳이 의존하지 않아도 되도록 말이야." "…무슨 일 있나요?" 그제야 아이의 눈에는 그가 들고 있던 잔뜩 구겨진 신문지가 들어왔다. 그의 조금 화가 난 듯한 표정이 들어왔다. 분명 신문에 별로 좋지 않은 소식이 쓰여 있는 탓일 거라고 아이는 생각했다. 무슨 일이 생기는 건가요? 아이는 다시 한번 물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동안 이어진 침묵 끝에 그가 꺼낸 말은 처음과 같았다. 아직도 지금 이대로가 좋아? 계속 이대로 있고 싶어? 아이의 답 역시 같았다. 계속 이대로 있을 거예요. 그 한결같은 대답에 그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아이를 끌어안았다. "무슨 일이 있나요?" "너는 이제, 아무 도움도 없이 홀로 던전을 돌아야 할 거야. 분명, 분명 힘들고 괴로워질 텐데." "무슨 일이 생기는 건가요?"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야. 약해지고 강해지고의 문제가 아니라서, 정말 어쩔 수 없는 거야. 아예 다른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되어버린다고." "더는 프라임 씨의 도움을 못 받는 건가요? 다른 가족분들의 도움도 받을 수 없게 되는 건가요?" "그런데도 너는 계속 그대로 남겠지. 지금보다 더 힘들게 분명한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게 분명한데도. 너는 그 도전을 계속하겠지. 나는 널 막을 수 없어. 네가 할 수 있을 때까지 그 도전을 계속해도 돼." 얼핏 그의 목소리는 우는 것처럼도 들렸다. 하지만 아이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저 양껏 팔을 벌려 저를 끌어안은 그의 등을 천천히 두드려주기만 할 뿐이었다. 바닥에는 프라임을 불러낼 수 있는 스위치가 아주 천천히 불빛을 깜빡이면서 널브러져 있었다. 그 불빛은 금방이라도 꺼져버릴 듯 위태롭게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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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 노전직 캐릭터
안녕하세요. 아라드의 흔한 글쟁이입니다.
지원병이 삭제된다는 소식에 쓴 글입니다.
하하 안녕 템페스터
하하 안녕 지원병
하하 함께 고통의 길을 걷자꾸나 노전직 마창사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