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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북한을 주적이라고 규정해서는 안되는 이유
게시물ID : sisa_9000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우보천리
추천 : 26
조회수 : 1137회
댓글수 : 24개
등록시간 : 2017/04/20 04:51:29
내 불알 두 쪽을 다 걸고 장담컨대, 홍준표나 유승민이 대통령에 당선이 돼도 그들은 그 순간부터 북한을 주적이라고 부르지 못한다. 이명박도, 박근혜도 못했다. 박근혜는 한 술 더 떠 당대표시절 주적 문구를 삭제하자고까지 주장했었다. 대통령은 국방의 수장인 동시에 외교의 수장이기 때문이다.  

까짓거 대통령 자리에만 욕심내면 '북한은 주적입니다' 한 마디 하는게 어렵겠나. 그러나 대통령의 언어는 사인의 언어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정책소신의 표현이자 국정기조의 함축이다. 트럼프를 봐라. 선거 때 공수표 남발하던 거 주워담느라 정신 없지 않은가. 이처럼 대통령의 언어는 단어 하나가 큰 파장은 불러올 수도 있다. 

 문재인이 "국방부는 북한을 주적이라 규정할 수 있지만 대통령이 할 말은 아니다"라고 대답했던 건 우문현답이었다. 군대에는 빈틈없는 안보태세를 당부하면서 외교적 해법 모색의 여지를 열어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당선될 경우 그 이후까지를 고려한 신중하고도 의미있는 대답이었던 거다. 홍준표 유승민이 자신이 당선권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런 멍청한 질문을 던질 수 있었던 거지, 그들도 당선권을 다투는 상태에 있었다면 미치지 않고서야 절대로 저런 질문을 던질 수 없었다.  

대통령이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해버리는 순간, 대북정책에 관한 모든 옵션은 증발해버리고 만다. 그리고 우리의 손에는 '북핵 방치'와 '전쟁'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 남지 않게 된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에게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남재준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 대전제를 거스르지는 못한다. 그래서 이명박과 박근혜도 '비핵개방 3000'이니,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니 하는 대북 정책을 내놓았던 것 아닌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때 북한에 퍼줘서 핵개발 한거라고 그렇게 대북정책 씹어대더니, 정작 보수정권 집권한 10년 동안엔 뭘 했나. 남북관계가 개선되거나 북핵위험이 감소됐나. 오히려 더 심해지지 않았나. 국가기밀은 북한에 번번이 유출되고, 노크귀순, 연평도 포격, 천안함격침 등 안보불안만 가중되지 않았나. 10년 동안 직무유기 해놓고서 그 이전 10년을 탓하고 있는 뻔뻔함에 구역질이 난다. 그들에게 정권을 다시 10년 쥐어줘도 다시 10년뒤에도 김대중 노무현 탓이나 하고 있을거다.   의도적으로 남북관계를 긴장국면에 빠트리고, 이를 이용해 집권하고, 또다시 그 권력으로 남북관계를 선거와 집권에 이용하는 구조의 무한반복 아닌가. 

오늘 북한이 주적이라고 대답해보라고 다그치던 그들이야말로 선거 직전 북한에 돈 주면서 휴전선에서 총 좀 쏴달라고 부탁했던, 북한과 다를 바 없는 우리 안보의 주적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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