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존재를 견디기 힘들다
몇 개월째 먹는 항우울제는 요며칠간 정말 안듣는 듯 하다
나를 가두고 그녀의 나라 사람처럼 나를 개조하겠다던 내 첫 여자와
화가 나면 다른 사람이던 나던 손찌검을 해대던 전 여자
자기 나라에 남자친구를 두고 나와 연애하다 돌아가서 약혼을 하던 여자
술취하면 내가 술을 사러 간 사이에 다른 남자와 손을 잡던 유부녀
너희가 나에게 준 상처와 그런 여자들만 만나온 습관 때문인지 이번에 만난 여자 또한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그 사람과 관계정리를 하겠다는 확답도 없는 너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나를 견디기 힘들다
이건 참회록일까 나를 불쌍히 봐달라고 세상에 비는 애원일까
나도 잘 모르겠다
남녀관계에선 항상 뒤틀려 있던 나
순수한 사랑을, 두 사람이 순수히 서로만을 위하고 서로만을 원하는 사랑을 바라면서
집착도 하고 많은 실수도 하고
내 병든 몸뚱아리에 스스로 상처도 남겨가면서
결국 답은 얻지 못하고 끝없는 기다림에 나를 가둬가면서
누구도 탓하지 못하고 하나의 인간으로서 하나의 남자로서 하나의 사회인으로서 제대로 된 그 무엇도 하지 못하고 이렇게 관심을 바라는 글을 깊이 보지도 않을 불특정 다수에게 던지는 나를 견딜 수 없다
오늘도 한강의 노을은 아름답다
불이 켜지고 조금은 추운 날씨가 거슬리지만
저 다리들에 켜진 불빛과 물결에 반사되는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나는 언제쯤 아름다울 수 있을까
나는 언제쯤 멀쩡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