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편에서 계속.
중성화 수술 이후 잃을게 없어졌다고 생각했던지, 태평이는 굳어져가는 권력서열에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내밉니다.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태평이 덩치가 하루가 다르게 커져갔거든요.
주무시는 조풍달 선생에게 머리를 슬쩍 가져다대면서 신경을 거슬리게 하거나,
추운 몸을 녹이시는 조풍달 선생을 은근히 깔아누르거나,
혹은 명상 중이신 조풍달 선생의 엉덩이를 건드리며 신경을 거스르거나 하면서 말입니다.
급기야 진태평군은 조선생의 위에 올라타며 본격적으로 자신의 서열이 높음을 증명하려 하기 시작했고,
성질 나쁜 조선생이 그것을 그냥 두고 볼리가 만무했습니다.
치열한 싸움이 시작됩니다.
상황이 심각해짐을 인식한 남집사는 중재에 나섭니다.
각자가 좋아하는 장난감들도 부족함없이 사주고 좋아하는 잠자리의 위치도 분리하고,
화장실도 여러 개를 놓아두고 간식도 부족함없이 주며 달래고 달랜 결과.
둘은 애매한 평화 상태에 다다릅니다.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휴식을 취하며,
불필요한 스킨쉽은 최대한 자제하고,
밥도 나란히 사이좋게 먹기 시작했습니다.
상황이 이리되고 보니 둘도 썩 나쁘지만은 않은 모양입니다.
뭐 아직도 진태평이가 조풍달이를 졸졸 따라다니는 형국이지만 폭력사태의 빈도는 확연히 줄었지요.
덕분에 집사는 아기자기한 사진들을 많이 건질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렇게 자고 있는 모습이라든지,
혹은 이렇게 쉬고 있는 모습이라든지,
혹은 이렇게 뒹굴거리는 모습이라든지 말입니다.
물론 평화가 항시 유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까지도 진태평군은 그 무시무시한 야성을 주체못하고 때때로 집사와 조선생에게 폭력을 가함으로써
생물의 본성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것임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3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