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9월 군번으로 3기갑여단 포병대대 브라보 포대 병장 전역자입니다. 21살에 입대해서 구타는 기본이고, 위장막 치느라(1번포수) 해머질하랴, 겨울에 얼음깨고 곡괭이질 하랴 손목에 붙일 파스를 관물대에 쌓아놓고 병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남자가 군대 안다녀오면 장애인 취급을 (장애인비하발언 아닙니다) 하던 시절이라 신체검사때 혹시나 공익 나올까봐 일부러 건강한척까지 하기도 했습니다.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한다', '군대를 다녀와야 정신차린다' '군대를 다녀와야 사회생활을 한다' 라는 통념에 비해 1도 도움이 안된 군생활 2년 2개월의 제 젊은날이 너무도 아깝습니다. 그래도 그 당시에는 새벽에 일어나 아무도 안지나가는 초병을 서면서도 '내가 나라를 지키니까 서울에 우리 가족들이 편히 잠자고 있다'라는 생각을 하며 나름 비장한 마음으로 군생활을 하긴 했습니다. 당시 제 이등병 월급이 9000원대? 연초비 따로였고... 3개월에 한번씩 보너스 있었고...(자세히 기억은 안납니다)
각설하고, 제가 왜 군대를 다녀온게 자랑꺼리도 아닌게 문제라는 것은, 우리나라는 모든 남자가 군대를 다녀오니, 그게 당연한건줄 압니다. 전역후 미국 유학시절 샌디애고에 있는 Sea world 에서 범고래쇼를 보는데 쇼 시작전에 사회자가 "혹시 여기에 군대 다녀온사람 있냐고 묻더군요. 저는 미군은 아니었지만 군대는 다녀온 사람이기에 일어났습니다. 여기저기 몇 사람이 일어났는데 사회자가 "이분들이 우리 나라 국민과 평화를을지켜주신 분입니다. 박수~ 하시더라고요. 천명쯤 되는 사람들이 막 박수를 쳐주는데 제가 울컥했습니다. 난 군대 다녀온거 당연한거였고, 아무생각 없었는데, 다른나라에서 박수를 받네....
적어도, 가장 찬란한 20대 초반에 억지로 끌려가서 나라 위한답시고 총은 일년에 100발도 쏴보지도 않으면서 삽질은 10,000번을 더하고, 똥군기에 숨 쉬었다고 쳐맞고 이런 고초를 겪은 남자들한테 박수는 못 쳐줄 지언정, 당연히 할 일 한거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군대 다녀왔다고 여자한테 임신하는거랑 비교도 안했으면 좋겠어요. 여자는 맘 먹으면 군대 갈수도 있지만, 남자는 트렌스젠더로 수술해도 애는 못 낳아요. 바로 옆에서 두 아이 출산을 봤는데 차라리 군대 두번 가는게 나을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맥주를 한잔 해서 두서가 없습니다. 비공과 비방 적극 수용하겠습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