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죽음을 위해서
게시물ID : freeboard_13374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고미호
추천 : 1
조회수 : 19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7/25 05:00:01
새벽은 언제나 좋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새벽공기는 언제나 코끝을 찡하게 해줘서 좋다. 

오래전 기억, 가장 사랑하던 할머니를 더이상 볼 수 없다던 소식을 들었을때. 그때가 아마 새벽이었을것이다.

그때 난 어렸기 때문에 다시 볼 수 없다는게 전화 통화는 할 수 있는 것일지, 편지는 쓸 수 있는것일지 혼란스러웠지만. 푸른하늘을 담고있던 어머니의 두 눈에 짙은 먹구름이 가득 낀 것을 보고 느꼈다, 죽음을, 알기도전에.

그때의 몇일은 짧은 내 인생에서도 특히나 짧은 몇일이었지만,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예를들어, 학교에서 심리상담을 하면 항상 남아서 따로 상담을 받아야했다. 왜냐면 나에게 죽음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죽는다. 

나는 사람 눈을 보며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말이 귀를 통해 들리는 것보다 눈을 통해 얘기하는 것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나는 할머니가 죽는것을 보았다. 그것을 지금은 꽤 덤덤하게 얘기하지만 그때는 그렇게 무서운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사실.. 슬프다는 감정보다 무섭다는 감정이 앞섰다. 할머니는 눈을 통해 빠져나가셨다. 

나는 어릴적부터 할머니와의 추억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할머니의 말투, 식습관, 약간의 욕심까지도 닮았다. 

할머니의 두툼한 홑커풀을 가진 두눈은 따뜻했었고, 아이같았다. 

그런 눈에서 순식간에 생기가 사라졌다. 더이상 눈은 따뜻하지도, 아이같지도 않았다. 그 모습은 여전히 생생하다. 

사실 할머니는 앓고계시던 지병이 있으셔서 내게 병원생활은 일상이었다. 병원에서 치료 받으시다가 좀 나으시면 퇴원, 곧 다시 입원을 반복하며 몇년을 보냈고 그날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그런 날일거라 생각했었다. 뭐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지만.

아무튼 그 일 이후로 죽음은 나이에 맞지않게 가까웠다. 사람은 죽고, 매일매일 죽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초등학생 상담시간에 그런 말이 입에서 나올거라곤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 날 나는 학교에 오래 머물렀고 노을을 손에 쥐고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요즘도 새벽엔, 집에 있어도 가끔 코끝이 찡해진다. 지금도 누군가는 죽고, 그 가족은 슬퍼하면서 그의 추억을 주섬주섬 담겠지.. 

추억을 모으다가 추억이 가득차면, 그때가 되어서야 말할 수 있을것이다. '잘가' 라고. 

갑자기 떠난 당신을 그리워할 추억을 모두 마음에 담았으니, 이제 잘가라고.

그리고 이별.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생일상을 두번 차려줘야 한다고 웃어줄수도 있을것이다. 

만약 주변의 누군가 세상을 떠났고, 당신은 울고있다면. 아직 이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별해야한다.
이별해야 비로소 다시 웃으며 그와 만날 수 있기때문에.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