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취준생이았던 시절. 가끔 우연히 만날 때마다 짤막짤막하게 이야기를 했었는데, 흰 면티에 깔끔한 미소와 착해보이는 심성이 보기 좋았다. 그분이 먼저 임용 시험에 합격하고 몇 달 뒤 뜬금없이 연락이 와서 (전혀 연락을 하는 사이가 아니었다)응원차 식사를 몇 번 대접받았다. 그제서야 길게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내가 생각하던 이미지가 아니라서 당황스러웠다..막연히 착하고 깔끔한 성격인줄로만 알았는데...내 앞에서 심하게 자신감이 없는 말들을 늘어놓았다. '여자는 이런 남자 별로라고 생각하죠?', '키가 너무 작아서 누군가에게 멋지게 보이는 건 포기했어요.', '저는 여자랑 한 번도 사귀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대화를 주도해나가는지 잘 몰라요.' ...그는 고해성사하듯이 자신의 단점을 늘어놓았다. 난 그의 키가 그렇게 작은지, 피부가 그렇게 안 좋은지 알지도 못했다. 그가 그의 단점을 스스로 말한 후에야 보이기 시작하더라...세 번째 만남에 그가 입고 나온 옷도 싫었다. 흰 면티가 잘 어울리는 분이었는데, 오색빛깔의 쫄티를 입고 나온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3번의 만남 끝에 나도 그도 결심을 했다. 그는 나에게 고백했고, 나는 그의 마음을 거절하였다...막연히 호감만 가지고 있었을 때는 그와 잘 될 거라고 기대도 안 했지만, 잘 된다면 무지 기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만했다. 난 수험생이니까. 그때를 생각하면 그가 나에게 고백한 일은 기적과 같은 일인데...마음이 복잡하다..씁쓸하다... 공부나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