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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처음으로 미대에 가고싶다고했다
게시물ID : gomin_13379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Gpwa
추천 : 1
조회수 : 166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5/01/31 01:12:55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쭉 공부만 하며 살아왔다
우열반을 가리면 우반이었고,  전교 열손가락, 다섯손가락안에 들었다
공부를 열심히 한단 말보단 머리가 좋다는 말을 들었다
엄마가 나에게 거는 기대는 커졌다
엄마는 내가 뭘 하든 나만 행복하면 된다고 했지만, 엄마가 원하는 내 모습이 그냥 눈에 보였다

난 그림이 좋다
그림 그리는게 좋고 만화 그리는게 좋았다
스토리를 짜고 캐릭터를 짜서 떠듬떠듬 못그리는 그림으로 만화를 그렸다 
혼자 그리고 혼자 좋아하다가
결국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혼자 좌절하고 지웠다

오늘 엄마와 대화하는데
엄마는 역사를 좋아하는데 할아버지때문에 재수를 해서라도 법대에 가서 난 정말 원하는걸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큰마음을 먹고 말했다
남들에겐  그게 뭐? 싶은 말이어도 난 정말 떨리는 목소릴 참고 물었다 
엄마, 나 미대 가고싶다고.
배려해 준건지 뭔진 모르겠지만 당황하진 않더라
그럼 홍대가야겠네? 실기를 안보니까 라고 하더라
내가 창작이 하고 싶다고 하니까, 광고카피 해도 잘 할거같다고 했다 

엄마에게 만화란 건 고려사항에조차 없구나 느꼈다
만화가를 낮게 보는게 아니다, 난 창작을 하는 사람이 가장 멋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엄마에겐 다를것이다
이해 할 수는 있었다 

울컥했다
고삼이다 이제
뭔가를 바꾸기엔 늦었고 시작하기엔 더 늦었다
사실 정해진 대로만 가면, 나름 비전있는 학과를 희망하고있고, 순탄하게 살면서 취미로 충분히 만화 그릴 수 있을거다

하지만 그렇게 해선 내가 원하는걸 그리진 못한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진 못한다

미대얘긴 어물쩍 넘기고 다시 공대는 어떻고 이건 어떻고 하길래
졸리아고 하고 방에 들어와서는 울었다
엉엉울지도 못하고 눈물만 훌쩍였다

만화는, 내가 재능이 없단 건 알지만 내가 살면서 가장 행복하고 기쁘도 보람차게 할 수 있는 일이고 가장 바래던 일이다

하지만 오늘 엄마에게 만화얘긴 꺼낼수가 없었다
앞으로도 못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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