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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오늘 문재인 동성혼 발언과 성소수자 시위에 관해 (페북펌)
게시물ID : sisa_9101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물뚝심숑
추천 : 6
조회수 : 69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4/26 16:07:30
제가 페북에 썼던 글입니다.
간만해 그나마 길게 써본 글이었네요.


* 내 성적 취향이 어떤지, 나와 성적 취향이 다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하고 시작하는 것은 비겁하기에 하지 않으려 한다. 각종이슈에서 나도 남자지만, 나도 전라도 사람이지만, 나도 외고 출신이지만 등등 어떤 선입견을 세워두고 의견을 개진하는 것처럼 자신감없어보이고 꼴불견이 없다.


** 대학교 다닐때, 전유성 교수님의 "평화교육론"이라는 강의를 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월남전의 실체를 알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 강의의 학기 프로젝트로 우리 사회의 인권사각지대에 대해 조사하고 기말 시험대신 발표하는 것이 있었다. 나는 처음 조원들에게 동성애자라는 제목을 던지면서, 어떤 인권 담론이 아니라 실제 그들의 생각과 생활에 대해 알아보자고 했는데, 그때 조원들의 표정을 아직도 난 잊을 수 없다. 결국 우리조는 매향리 사격장에 대해 조사하게 되었다. 사립초등학교를 다니다가 일반 중학교에 가서 여러 소득계층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가난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대학교 다니면서 바로 그때 우리 사회의 선입견이랄까 어떤 벽을 처음 느끼게 되었다.


1. 오늘 문재인 집회에 성소수자 단체 사람들이 난입했다. 어제 토론에서 문재인의 동성혼 반대 발언 때문이다.


2. 우선 이런 투쟁방식 자체에는 공감한다. 힘없는 자들의 언로는 막혀있고, 그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사회에서 기존에 허용되는 방식 외의 방법으로 투쟁할 수 밖에 없다. 역사의 교훈에서도 보면, 일제시대때 그나마 유효했던 방식은 결과적으로 폭살, 암살같은 의열단 방식의 무력투쟁이었다. 그것도 대세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긴 했지만.


3.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그들의 방향성과 목적이다.
그들의 목적은 어쨋든 성소수자들의 인권향상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닌가?


4. 오늘 성소수자분들이나 오늘 시위를 옹호하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넷상이었으니 면대면 오프라인보다 더 거칠었던 대화였다. 나도, 그분들도 굳의 예의를 차리지는 않았다. 나도 그 사람들에게 무서운 놈들 앞에서는 빤스런 하는 놈들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고, 그 사람들도 문재인 지지자들 또 와서 징징 대나요 말싸움을 했다. 이건 핵심이 아니다. 넷상에서 대화를 나누려면 이런 건 물체의 그림자처럼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들어가야한다.


5. 첫째로 내가 지적한 것은 왜 성소수자 혐오의 숙주를 칠 용기는 없으면서 그나마 방석깔고 앉아줄 사람만 건드리냐는 것이었다. 나는 그 비겁함을 지적했다. 두번째로 지적한것은 이렇게 일부 성소수자단체들이 한 짓거리로 성소수자들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생각은 해봤는지, 집행부가 성소수자들의 의견을 듣고 토론은 해봤는지, 그런 과정은 있기나 했던 것이냐는 것이었다.


6. 그 분들의 대답 중 주요 내용은, 한국정치 지형에서 그나마 리버럴쪽에 가깝고 당선이 유력시되는 문재인이 한 발언과 꼴보수 레드판표의 발언이 무게가 같을 수 있냐는 것이었고, 자기들의 투쟁이 소위 "만만한 놈"만 골라서 찔렀던 것이 아니라, 내가 말하는 숙주들에 대해서도 꾸준한 투쟁을 이어왔다는 것이다.


7. 6번 의견에 절반은 공감하고 절반은 공감할 수 없다.


8. 문재인의 동성혼 반대 발언은 정의의 측면에서도, 정치적 스킬의 측면에서도 잘못됐다고 본다. 정의의 측면은 굳이 말할 필요는 없는 것이고, 정치적 기술의 방면에서도 안희정처럼 전적으로 리버럴하다고 말할 필요까지는 없고, 어제 토론의 심상정 정도의 발언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심상정도 결국 동성혼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니까. 한국적 현실을 볼때 그건 동성혼 합법화를 할 생각이 없다는 전형적인 정치인의 화법이다.


9. 그러나 투쟁의 대상에 대해 자의적으로 무게를 정하고 가치판단을 하는 것은 정말 비겁한 짓이다. 어떤 단체의 투쟁이 진실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가장 말을 잘들어줄 놈을 찾아가서 떠드는 것은 부차적인 것이고, 그 투쟁의 원인이 되는 숙주에 대해 끊임없이 대들고 싸워야한다. 그나마 리버럴이니까, 그나마 당선유력후보니까 하는 말은 정말 비겁하기 짝이 없고 근본을 벗어나는 짓거리다.


10. 너무 길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딱 두가지다.
(1) 한 단체의 집행부나 구성원이 아니라 그 단체가 한 행동으로 인해 대다수 성소수자들이 어떻게 비춰질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
(2) 투쟁의 순수성을 인정받으려면 말 잘 들어줄 사람이 아니라 그 말을 안들으려하고 그말을 들으면 고통스러워할 사람에게 대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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