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은 무겁고 키보드는 가볍다.
꽃은 가볍지만 봄은 무겁기만 하다.
이런 것들이 무겁든 가볍든 무슨 상관이겠냐만 가벼운 것으로 무거운 걸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게 비단 너에게서 비롯된 생각은 아닐지라도 영화 한 편을 보고 어둡지 않은 이 밤길을 거닐다 들어온 지금, 내게 결코 가볍지 않은 네게
둔탁한 소리만 내다 들어온 오늘 하루를 선물하고 싶다.
그렇지만 너무나도 무겁다.
이 어깨에 메야만 하는 책임감이든 의무감이든 죄책감이든.
그렇다보니 회한의 봄에, 흐릿한 시야만 가득한 세상에, 분홍빛 파스텔 톤으로 세상을 너와 같이 볼 수가 없다.
그래도, 저물어 가는 붉은 철쭉뿐이었지만 스쳐가듯 함께 지난 길이 무척이나 따스했던 걸 너는 알고 있을까?
함께할 오늘은 네게, 그리고 내게 대체 얼마나 잔인하게 다가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