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로 고생하는 동료와 점심을 함께 먹었다. 동료는 근처 죽집에서 죽을 사왔고, 나는 빵이 먹고 싶기도 했지만 점심값도 좀 아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편의점에서 빵을 하나 사서 먹었다.
몸이 아파 죽을 먹는 환자 앞에서 빵을 먹자니 먹는 내내 미안하고 마음이 불편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죽을 사 먹어본 적이 없는 나는 죽 가격이 얼마나 하는지 궁금했다.
"그런 죽은 얼마에 팔아요?"
"만 원 받더라구요"
포괄임금제의 적용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천 원짜리 빵을 먹으면서 만 원짜리 죽을 먹는 정규직 근로자에게 미안한 마음과 걱정하는 마음을 냈으니 나라는 녀석은 성질이 좀 드러운 거 빼고는 꽤나 괜찮은 녀석인가 보다.
돈이 많아도, 권력이 있어도 환자는 언제나 약자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마음은 지나치게 건강, 몸은 아직까지는 건강한 내가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p.s 글을 써놓고 다시 읽어보니 틀린 데가 있는 거 같다. 나를 아는 사람은 어디가 틀렸는지 한 번에 알아보았을 것이다. 성질이 좀? 아니구요, 많이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