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스테이션은 거의 막판부터 들어버렸기 때문에
요즘 가끔 잠이 오지 않을 때 초기 방송을 찾아서 듣습니다.
2005년 5월 방송이었는데 신해철 씨가 유시민 씨의 평상복 차림 국회등장에 대해서 열을 올리더군요.
신해철 씨가 (이례적으로) 노무현을 지지했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고
신해철 씨가 유독 이런 식의 '권위주의 문화'에 대해 격하게 반응한 것은 여러번의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때 노무현을 지지했던 사람들과 노무현 사이에 한가지 분명한 공감대가 있었을 거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권위주의 타파'
저는 12년 대선 이후로 정치에 조금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민주당의 소식을 접하며
친노패권주의 친문패권주의 그런 표현들도 접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그런게 존재하는지 확인해보려했지만
그런 계파가 실재한다거나 또는 그런 계파가 패권을 휘두른다거나 하는 현상을 인정하기는 어렵더군요.
그렇다면 그들은 정쟁의 명분을 갖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걸 존재한다고 우기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지만 시간이 흐르며 적어도 그들에게 위기감을 주는 세력은 존재함을 느꼈습니다.
당내가 아닌 바깥에서 강력한 대중적 기반이 있고 그걸 친노라고 부를지 친문이라 부를지
뭐라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종의 대중계파로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편의상 그냥 친노라고 부르겠습니다.
참여정부 때의 친노는 지금의 친노와 어떻게 달랐을까 그런 것도 궁금하지만
당시를 직접적으로 알진 못하고 남겨진 정보를 통해서만 추측하자면, 당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에너지를 가졌고
맹목적으로 지지하기보다는 비판적일 때도 많았다, 그 정도네요.
지금의 친노는 이번 대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죠.
딱히 부정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단지 현상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문후보의 계파라 할만한 누군가가 전면에 나서 싸우는 건 못봤지만
대중적계파라 할 수 있는 친노는 현실정치인 누구보다 전면에서 문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언론과 반대진영과 싸우고 있으며
그결과 일정 견제역할을 해내고 있고 때로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다른 곳에서 오유는 반대편의 일베나 다를바 없다라는 식의 평가를 듣기도 했습니다.
최근 여길 들락거리며 나름 관찰을 했습니다. 글도 몇번 썼고요. 단순무식한 양비론은 지양해야 한다고 보고
일베는 자주 들락거리지 못해 잘 모르지만 적어도 이 곳의 정치성향을 맹목적이라 할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맹목적인게 아니라 지지성향이 비교적 통일되어 있으며
맹목적이라기 보다는 이따금 어떤 분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발견했습니다.
예민한 것은 지지하는 대상에 지나치게 감정이입한 결과일 수 있고
또 (조금 주제넘는 말이지만) 지지하는 대상을 지키지 못했다는, 그래서 이번에는 지켜야 한다는 일종의 트라우마, 책임감일 수도 있겠죠.
조국 교수라는 분이 '문재인 지지자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라는 유튜브 영상을 접했는데
거기서 다른 지지자를 적대시말고 설득해야 한다고 당부하는 그 모습이
실상은 친노라는 대중적계파를 인정하고 그들을 향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제가 어떤 현상을 역사적으로 관찰하고 규정하는 걸 좋아하기에 이런 하나마나한 말을 늘어놓는 것이겠지만
어느정도는 규정되고 정리되어야 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그런 시점에 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남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