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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렌즈 삽입술 후 안내염이 왔어요.
게시물ID : medical_191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oaper
추천 : 5
조회수 : 100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4/30 05:54:00
안녕하세요. 미국에 있는 30살 여징어입니다.
수요일에 벼루고 벼루던 안내렌즈삽입술을 받았습니다.
20여년 썼던 두꺼운 안경을 벗고 싶었지만 난시도 심하고 각막도 얇아서 콘텍트 렌즈도 끼지 못하고 라식/라섹도 못했어요.
돈을 모아모아 몇 십년간 이 수술을 해 온 선생님을 찾아 6개월에 걸쳐 상담하고 고민하며 수술을 결정했구요.
수요일 아침에 수술을 받고 집에 가서 한 숨 자고 일어나니 서서히 사물이 보이기 시작하는거에요. 너무 기뻤어요.
헌데 목요일 아침부터 왼쪽눈이 너무 아프기 시작하더라구요.
병원에 첵업가니 각막에 스크래치가 났다고 하더라구요. 염증반응이니 어느정도 계속 아프다가 멈출거라고, 계속 인공눈물 사용하고 안약들 넣으라고해서 시키는데로 했죠. 닥터가 자기는 그 다음날 수술이 계속 잡혀있으니 내원해서 자기 파트너한테 검사 다시 받으라고 했어요. 병원에서 돌아오면서 부터는 아픈데다가 뿌옇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점점 심해지길래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white-veil vision'이라며 염증반응중에 하나라고 괜찮다고 하더군요. 한 두시간 쯤 지나니 왼쪽 눈으로는 온통 하얗게만 보였어요. 
그렇게 고통스러워 하다 저녁이 되니 눈 색깔이 연한 갈색~살짝 푸른끼가 도는 색깔로 변하더군요. 너무 무서웠어요. 그리고 더 이상 그 눈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더군요. 하얗게 보이는 것도 없이 온통 껌껌했어요.
두통도 너무 심해지고 눈은 깜박거릴때 마다 누가 바늘로 긁는 고통이 끊이질 않아서 밤에 on-call 닥터한테 전화했어요. 역시 제 수술을 해준 닥터는 아니구요.
아픈건 둘째치고 눈 색이 변한것과 더이상 보이지 않는걸 얘기했더니 그 닥터는 염증반응이 있으면 그럴수 있다고 괜찮다고 안심시켜 주더라구요.

금요일 아침, 아픈눈을 선글라스로 가리고 일단 학교에가서 (다음주 졸업 예정) 해야할 것들을 끝내놓고 병원에 엄마와 함께 갔죠.
파트너에게 설명을 해줬어요. 스크레치로 인한 염증인데 눈 색은 변하고 더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다른 닥터는 염증반응이라 했다구요. 한참 이 안약 저 안약 넣더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뭔가 이상하다고 하더군요. 좀 있다가 들어와서 아무래도 감염이 된것 같다고 건너편 빌딩에 망막을 전문적으로 하는 메디컬 그룹이 있으니 거기로 가보라고 하더라구요. 그 선생님이 제 수술해준 닥터에게 전화해서 상의하고 또 망막전문의에게 전화해서 지금 환자 보낸다고 설명해주고, 병원 직원 한명이 절 데리고 그 쪽 병원으로 갔어요. 병원비는 일절 수술해준 닥터가 책임지겠다고 해줬구요. 그렇게 초음파 검사를 하니 눈 안에 염증과 고름이 가득이더라구요. 주사바늘로 눈을 찔러 안방수 샘플을 뽑아 랩으로 보내고 항생제 주사 두대 맞았어요. 그리고 제가 사는곳 근처에 자기 그룹 오피스가 있으니 거기로 가서 토요일에 자기 파트너에게 첵업받으라고 하더라구요. 그 선생님도 한국사람이라면서요. 그렇게 병원을 나왔습니다.

집으로 가는길에 (러쉬아워가 엄청난 동네에 삽니다;;) 토요일에 만나야 할 한국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어요. 오후 5:30분에요. 저도 간호사지만 보통 닥터오피스는 이 시간에 문 닫고, 시간 넘어 오는환자 안 봅니다. 응급실로 보내지요. 선생님이 자기 지금 일하던 오피스를 떠나서 다른 오피스로 이동중이니 바로 거기로 오라고 하더군요. 수술해야 할지도 모른다면서요. 이때까지 전 이제 항생제 맞았으니 괜찮아 질 줄 알았어요. 근데 왜 오라고 하는거지 하며 의아했지만 선생님이 오라니깐 갔어요. 다시 초음파를 찍었습니다. 엄청 꼼꼼하게 10분정도 찍더니 망막분리도 보이고 감염도 엄청 심해서 박테리아가 눈을 뜯어먹고 있다고 지금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제 시력이 돌아오는게 문제가 아니라 아예 이쪽 눈을 잃어버릴수도 있다면서요. 그렇게 저와 엄마는 울면서 병원으로 갔고 아빠도 거기서 만나 밤 9시에 수술을 잘 받았어요.수술 전에는 눈이 파랗게 변했었는데 지금은 회색정도에요. 제가 중간에 음식을 먹어서 깨어있는 마취를 했었는데 선생님이 제 눈을 열고 깜짝 놀래시더라구요. 수술실 오기전에 초음파에서는 각막염증이 2미리 정도였는데 몇시간만에 4미리로 커졌다구요. 그렇게 일단 각막쪽만 다 씻어내고 눈 중간부분까지도 많이 씻어냈지만 안쪽부분은 워낙 부어있어서 손대지도 못하고 덮으셨데요. 그래도 항생제 엄청 투여하고 잘 씼어내서 더이상의 감염은 없다고 하시네요. 그렇게 집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었어요.

오후 2시에 선생님이 어제 만난 오피스로 오라고해서 갔습니다. 그때까지 눈은 드레싱으로 잘 부쳐놨구요. 아무도 없는 오피스 문을 열고 들어가 다시 초음파를 하니 각막의 염증부위를 빼고 눈 중간부분은 완전 깨끗하더라구요. 눈 뒷쪽에 망막쪽으로 염증이 너무 심해서 계속 스테로이드 안약을 넣고 있습니다. 한 달 쯤 후엔 각막의 염증이 많이 빠지고 눈 색도 좀 돌아올꺼라고 하더라구요. 그럼 그때 보고 다시 재 수술을 결정하겠다고 하십니다. 망막분리의 정도가 염증때문에 잘 안보인다고 하시더라구요. 수술 전 새까맣게 보이던거에 비해 오늘 드레싱을 때니 빛이 있는 곳에선 다 하얗게 보이더라구요. 불 끄고 불빛을 비출때 살짝 불이 왔다갔다 하는것도 보이구요. 시력이 돌아올지 아닐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은 제가 아직 젊고 건강하기때문에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하시구요. 제 안내렌즈삽입술 해준 닥터와 이 선생님도 계속 통화를 하며 서로 업데이트 해주고 있어요. 

전 간호사입니다. 외과의사들과도 함께 일을 해보았고 끔찍한 부작용도 많이 보았어요. 그래서 상담과 검사를 6개월이나 받으며 결정을 했어요. 눈 수술 해준 닥터도 미국에서 제일 저명한 닥터이구요. 부작용에 대해서 이야기 했지만 그 0.1%가 제가 될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걸 압니다. 그러다 보니 그냥 제 원망만 하게 되네요. 다음주 금요일에 한국에 나가려 했었는데 모두 다 취소했어요. 그저 안경을 벋고싶어서 한 수술이 한 쪽 눈을 잃을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네요 ㅠㅠ 그래도 지금이 최악의 상황이니 앞으로 더 좋아질 일만 있겠죠?
여러분도 어떤 수술이던지 잘 생각하고 받으시고 저와같은 고통을 받는분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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