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백마 탄 백수 작가 : 이대리 ([email protected]) 팬카페 :
16편 재방송 근데 참 이상하네. 저 여우는 한순간에 돈벼락을 맞았는데도 어떻게 티 한방울 안 날까? 갑자기 스타일이 바뀐다거나 행동이 변한다거나 뭔가 좀 럭셔리해져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지. 내가 옆에서 버티고 있기 때문에 날 의식해서라도 티를 못 내는 걸 수도 있다. 괜히 티냈다가는 내가 눈치챌 거라고 생각할 테니. 정말 여우같은 여자란 말야. 아무튼 앞으론 좀 더 적극적인 작전으로 애정공세를 펼쳐야겠다. 아직 작전 유효기간은 29일 남았다. 나의 뜨거운 용암국물 같은 사랑을 바가지로 부어주자. 반드시 그녀는 나에게 넘어온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햇볕이 쨍쨍~ 참새가 짹짹짹 거리는 싱그러운 4월의 아침이다. 백수 때는 밤새 뒹굴다가 집안 권력자들이 일어날 시간에 디비 눕고 잠들 시간에 벌떡 서는 생활리듬을 유지했었지만, 며칠 전부터 나의 생활리듬은 불규칙 바운드로 튀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정신이 몽롱하고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부자연스럽다. 당분간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온 몸의 털들이 각기 춤을 추는 것 같다.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오니, 아침 식사를 준비중인 모친과 스포츠신문을 읽고 계신 부친의 모습이 보였다. 고양이 세수를 하고 식탁에 앉자, 꼭 성인잡지를 보다 걸린 학생처럼 황급히 신문을 접으시는 아부지였다. 『음, 음, 센터 일은 할만 하더냐?』 『네. 할만해요.』 『일하는 시간에 오락실에서 놀고 있다는 걸 누가 봤다던데 잘못 본 거겠지?』 웁스! 누구지? 『뒷모습이 저랑 닮은 사람인가 보죠.』 『일 안하고 논땡이 치다 걸리면 알지?』 마치 걸렸다가는 잡아먹기라도 할 듯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신다. 뜨끔! 요즘 들어 아부지가 정말 이상하시다. 꼭 영화촬영은 안 하고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나의 행방을 살피고 계신 듯 하다. 꼬투리 잡히지 않으려면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식사준비를 마치신 모친께서 마지막으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찌개를 들고 오시며 묻는다. 『어제 선생님 잘 모셔드렸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다정한 말투라는 끝말에 '니'자를 붙여가며 고운 목소리로 억양을 올리는 모친이 마치 새엄마처럼 느껴졌다. 『그러엄~, 어제 내가 안 데려 줬으면 큰일 날 뻔했어.』 『왜, 고삐리들이 시비 걸기라도 한 거야?』 으잉? 그걸 어떻게 아셨지? 순간, 숟가락을 입에 넣으려던 아부지가 헛기침을 해댔고 엄마는 정색하며 다시 물었다. 『그, 그러니까 건달들이 시비걸었냐고.』 마치 뭔가를 들켜버린 사람처럼 조급해하는 말투였다. 『응, 웬 건달 같은 녀석 네 명이 나타났는데~』 『어머나, 그래서?』 갑자기 오버하면서 호응해 주는 모친이었다. 열화와 같은 호응에 신이 나서 리얼하게 액션까지 취해가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야. 바닥에 버려진 맥주병을 들고 내 머리통에 확 깨버리고는 다가오면 다 죽여버린다고 사정없이 침 튀기며 외쳤지. 그랬더니 이 넘들이..』 한참 열을 올리며 말을 이어가는데 아부지의 숟가락이 내 대굴통을 강타했다. 『계속 밥풀 튀길 거냐! 냉큼 안 먹어!』 된장, 한참 열 올리고있는 사람에게 개 쪽으로 의욕상실을 일으키게 하다니. 아~, 요즘 들어 아부지가 싫어지려 한다. 다시 밥을 꾸역꾸역 먹고있는데 방에서 하품을 하며 나오는 미래가 보였다. 『아웅~ 오빠가 일찍 일어나니까 아침부터 시끄럽네.』 『허허, 우리 귀여운 공주님 일어나셨군.』 마른 오징어처럼 딱딱하게 표정이 굳어있던 아부지가 미래를 보자 에쿠스 헤드라이트 불빛보다 밝은 미소로 두 팔을 벌리며 환대해주셨다. 미래는 그런 아부지에게 다가가 볼에 찐하게 뽀뽀를 한번 하더니 화장실로 향했다. 훙! 나한텐 매정하고 험악하게 구시면서 미래한테는 꼭 어젯밤에 크레파스 사오신 다정한 아빠로 변신하다니. 내가 미운 오리새끼라도 되나! 더 이상 미래와 비교 당하며 비참하게 살 순 없다! 이건 남녀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이 불평등조약을 없앨 혁명을 시도하자! 자칫하다가 쫓겨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이젠 상관없다. 곧 있으면 몇 억이 들어올 상황에 쫓겨나는 것 따위는 두렵지도 않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서 숟가락을 쥔 주먹을 탁자에 힘껏 내려찍으며 외쳤다. 한동안 묵비권만 행사해오다 처음으로 외치는 거였다. 『아부지 왜 저만 싫어하세요!』 장남의 갑작스런 외침에 놀란 아부지가 목에 생선가시가 걸렸는지 기침을 해대셨다. 『컥,컥, 이노무쉐리가 밥 처 묵다 말고 뭐 하는 짓이냐.』 『미래에겐 항상 사랑스럽고 포근하고 따듯하게 반겨주면서 왜 저에겐 주어온 자식 마냥 차갑게 대하냐고요!』 『인석아, 그게 무슨 소리야.』 『왜, 너도 내 볼에 뽀뽀하고 싶으냐?』 『누가 뽀뽀하고 싶대요! 같은 자식인데 차별이 심하잖아요!』 나의 매몰찬 공격에 아부지가 잘못을 시인하는지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 이렇게 분위기가 반전 됐을 때 크게 사건 한번 터뜨려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 아무 말씀 없이 묵묵히 밥알을 씹고 계신 아부지를 공략하기 위해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아부지!!』 갑자기 아부지가 오묘한 미소를 흩날리신다. 으잉? 뭔가 좀 불안하다. 아부지의 몸을 훑어봤다. 앗! 왼쪽 팔이 안 보인다. 어디로 갔지? 고개를 오른쪽으로 빼꼼히 기울이고 식탁 밑으로 왼쪽 손의 동태를 살폈다. 허걱~! 얼굴은 미소짓고 계셨지만 왼쪽 손은 냉장고 옆에 세워진 골프채 쪽으로 슬그머니 움직이고 있었다. 앗! 골프채를 잡으셨다. 잽싸게 몸을 일으켜 아부지의 왼쪽 볼에 기습 뽀뽀를 했다.
쪼오오옥~~~~! 『하핫! 저도 아부지한테 뽀뽀 한번 해보고 싶어서 장난 좀 쳤어요. 그만 출근할게요~』 부랴부랴 옷을 입고 집을 뛰쳐나왔다. 휴~ 괜한 혁명 일으키려다 아침부터 몰매 맞을 뻔했네. 된장, 26살 나이에 까칠까칠한 아부지 볼에 뽀뽀를 하게 될 줄이야. 아, 찝찝해.
퉤, 퉤! 카아아악~! 투ㅔ!! 센터에 출근하니 티셔츠와 반바지 그리고 수건들을 열심히 개고있는 팀원들이 보였다. 나도 그 옆에 슬그머니 앉아 일을 거두는 척 했다. 그러자 말대가리 같이 생긴 넘이 껌을 짝짝 씹어대며 짓는다. 『신입이 너무 늦게 출근하는 거 아냐?』 그리고 그 옆에 개뼈다귀처럼 생긴 넘도 역도선수보다 더 무게를 잡더니 따라서 짓는다. 『우린 잠이 없어서 일찍 나오는 줄 아나?』 아후~! 이것들이 고작 이런 곳에 몇 개월 일찍 들어왔다고 뻐기네! 그냥 죽통을 날리고 사표를 써버려? 아니다. 그랬다간 나의 꿈이 날아가는 구나. 댑빵 잘생긴 내가 참자. 잠시 후, 대기실에서 미팅을 갖고 모두들 영업을 뛰러 뿔뿔이 흩어졌다. 밖까지 함께 나온 이팀장이 내 등을 토닥인다. 『처음엔 카드를 긁어오는 게 무지 힘들 거야. 혹시나 실적 못 올렸다고 기죽을 거 없어. 수고해.』 『충성!』 멋지게 거수경례를 하고 이팀장과 헤어졌다. 이팀장처럼 너그럽고 정상인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어 다행이었다. 만약 박부장과 개뼈다귀와 말대가리만 있었더라면 정말 괴로웠을 것이다. 아, 오늘은 뭘 하며 시간 때우다 들어갈까? 맘잡고 나도 열심히 한번 뛰어볼까? 됐다. 보라가 보지도 않는데 뭐 하러 열심히 일 하냐. 대충 놀다가 보라가 있을 때만 잘 보이면 된다. 동물원이나 갔다 올까? 된장, 입장료 100원이 모자르다. 피곤한데 동이네 비디오방 가서 잠이나 자야겠다. 디스 한 개피를 입에 물고 비디오방 가게문을 열자, 디스 플러스로 압출 된 도너츠가 줄줄이 허공을 달리고 있었다. 『짜식! 올 때마다 쇼를 보여주는구나.』 『응, 왔어?』 날 보자, 뭔가를 데스크 안쪽으로 몰래 밀어 넣는 동이였다. 『뭘 몰래 숨기냐?』 데스크 안으로 들어가 보니 스포츠신문이 보였다. 『짜식! 애로사진이라도 보고 있었냐?』 신문을 펼쳐보니 예상대로 K양의 누드사진이 보였다. 『임마! 애로비디오 잔뜩 있으면서 이런 거나 보고 있냐!』 『으, 응.. 헤헷.』 신문을 반대편으로 뒤집어보았다. 그러자 턱수염이 까칠까칠 돋아있는 아부지의 얼굴과 함께 취재기자의 글이 보였다. 『으잉? 우리 아부지 나왔네?』 아부지 얼굴 밑으로 쓰여진 기사의 제목을 읽어보았다.
영화계의 도박가, 한길수 감독! 제목 밑으로는 깨알같은 글씨들이 한 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1985년 35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여 그 해 최고의 흥행작으로 기록된 <그는 누구인가>로 데뷔한 한길수 감독은, 데뷔작 이후 그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는 모험적인 영화만 고집하다 연이어 흥행에 실패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그런 흥행 실패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영화 철학을 살려 불굴의 투지와 열정을 모아 영화감독 인생의 마지막 작품이 될 이번 영화에 몰입하고 있다. 자신의 마지막 영화가 될 이 영화는 무기교의 기교를 쓴 기록적 성격이 강한 영화다. 이것은 꾸며진 각본이 아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리얼리티한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한길수감독이 2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 온 것이다. 영화제작 발표회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주목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뛰어나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등장하거나 혹은 눈이 휘둥그래질만한 카메라 워크나 조명이 있진 않지만, 시나리오와 대본과 편집이 없는 논픽션으로서, 평범한 주인공이 한 여자를 만남으로 시작해서 사랑에 이르기까지 삶이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꾸밈없이 생생하게 촬영해나가는 '리얼리티'의 매력과 색다른 소재에 매혹 당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생활이 침해되는 것은 기분 나빠하면서 남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을 즐겨하며 묘한 쾌감을 느끼는 이기적인 인간의 습성 때문이기도 하다. 각종 논란 속에서도 지구촌을 후끈 달구는 수많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향한 전 세계 시청자의 호기심도 이런 맥락에서다. 근데 이 영화에서 한가지 특이한 점은 주인공의 삶을 들여다보는 진솔함 만으론 고리타분하고 딱딱한 기록영화로 전락할 수 있기에 이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배우와 연출자들이 주인공을 속인 채 종종 극적이거나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해냄으로서 주인공의 재치를 엿보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오히려 영화의 '사실성'을 해치고 주인공의 사생활마저 침해하는 행위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사생활침해' 부분은 시사회 때 가서 밝히겠다며 대답을 미뤘고 '사실성'에 대해 한마디했다. "100% 사실적인 고리타분한 드라마는 이미 다큐멘터리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목표는 조연급 배우들의 역할이 주인공의 삶의 직접적인 영향을 미처 진정한 행복과 사랑의 눈을 뜰 수 있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즉, 어떠한 결과적인 목표가 있다는 것이 100% 사실성을 자랑하는 기록영화와는 다른 점이다. 그러나 사실성에 최대한 근접하기 위해 모든 배우들이 대본 없는 연기를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관객들은 그들의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방에서나, 거리에서나, 직장에서나, 학교에서나, 주인공이 움직이는 그 모든 곳에 카메라가 몰래 따라다니고 있다는 점에서, 마치 자신의 일상 생활이 전세계에 생방송 되는 줄도 모른 채 30년을 살아온 주인공이, 언론과 시청자들의 공모로 인해 거짓으로 점철된 자신의 삶에서 진실을 되찾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희극 화 한 휴먼 드라마, '트루먼쇼'와 닮은 면이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없게끔 세트장에 30년 동안 가둬두고 그의 삶을 짜여진 각본대로 좌지우지하는 '트루먼 쇼'와 크게 다른 점은, 먼저 그렇게 거대한 세트와 각본이 없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모든 연기자에게 그에 걸 맞는 환경과 캐릭터를 부여하여 행동, 말투, 대사를 스스로의 감정에 의해 행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연기자인 '트루먼 쇼'와는 달리 여주인공과 몇 명의 3류 연기자를 제외한 모든 출연자들이 영화 속 주인공의 인간관계 범위 안에 있는 일반 사람들이라는 큰 차이점이 있었고 그 밖에도 많은 차이점들이 있었다. 이런 영화적 특성상 시나리오와 각본이 필요 없지만, 사건의 전개나 갈등의 전개 등 전체적인 흐름의 시나리오는 갖췄다고 한다. 이 시나리오는 주인공의 행동에 따라 매번 양 갈래로 나뉘어지기 마련이고, 그 양 경우 모두의 상황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미리 촬영을 준비해야 하는 점들 때문에 그 어떤 영화보다 작업이 분주하며 섬세함을 필요로 한다고 한다. 이런 이유에서 감독, 작가, 연출자, 스텝, 배우들이 수시로 모여 회의를 해야하며 촬영 팀이 24시간동안 풀 가동해야 하는 것이 다른 그 어느 영화보다 힘들다고 말했다. 혹시나 주인공이 영화촬영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엔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 갈 수 있어 철저한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며 조심스러워했고, 현재 30% 가까이 촬영을 마쳤다는 한길수감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길수 감독의 첫 데뷔작이 최고의 흥행작으로 성공했듯 이번 마지막 영화도 우리 영화계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될 예술적인 영화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잘 난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와 뻔하게 엮이는 스토리의 드라마에서 탈피하고 영화계의 최대의 미덕인 복잡한 연출에서도 탈피하여 평범한 주인공의 현실적인 사랑과 그 사랑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과 사건들을 주인공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진솔하게 카메라에 담게 될 영화. 지금도 어디선가 카메라 속에 담겨지고 있을 이 영화 속 두 주인공의 사랑이 하루빨리 이루어져 주인공들을 스크린 상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000기자- 길게 난 기사를 머리말부터 읽어나가려고 하자 동이가 갑작스레 묻는다. 『대수야, 너 일 안 해?』 시선을 신문기사에서 동이 얼굴로 옮기며 말했다. 『일 하러 왔잖아.』 『무슨 일?』 『잠자는 것도 일이다.』 『지금 방 꽉 찼어.』 『헐~ 그래서 니가 디스 플러스를 피고 있었구나. 미꾸라지 용됐다?』 『용은 무슨..』 『방 생기려면 몇 분 걸리냐?』 『30분 정도.』 신발! 그때까지 언제 기다리냐. 신문을 다시 내려두고 1번 방부터 차례대로 돌면서 포스터로 가려진 창문 틈 사이로 내부탐색을 해봤다. 1번 방 - 애로영화 보며 흥분 탐색 중.
2번 방 - 끈적끈적한 윤활유 교류 중.
3번 방 - 갑옷 탈의 중.
4번 방 - 빠떼루 후반전 경기 중.
띵기리! 여기가 무슨 여관인가! 4번 방문을 활짝 열어 버렸다. 그러자 놀란 토끼마냥 눈을 부릅뜨고 어쩔 줄 몰라하는 한 쌍의 바퀴벌레들이 보였다. 『어머나!!』 『씨펄! 뭐야!』 『이런! 옆방이었네.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화장실에 쪼그리고 숨어서 그 바퀴벌레들이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옷을 다 입으려면 최소한 1분은 걸릴 것이다. 잠시 후, 시끄러운 문소리와 함께 신경질적인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씨펄! 아까 그 새끼 누구야!』 『손님, 왜, 왜 그러세요?』 『썅~ 내가 이 비디오방 다시 오나봐라!』 동이한테 뭐라고 욕을 해대면서 나가는 소리가 들렸고 뒤따라 나가는 동이의 목소리도 들렸다. 잽싸게 4번 방으로 들어가 쿠션을 깔고 누웠다. 짜식! 급하게 나가느라 모자도 놓고 갔네. 야구모자를 얼굴에 덮고 자려고 하는데 동이녀석이 들어온다. 『대수야, 너가 그런 거야?』 『뭘?』 『누가 방문을 열었다던데?』 『무슨 히터에서 찬바람 나오는 소리야! 화장실에서 응아하고 있었는데!』 큰소리를 당당하게 치자, 녀석 기가 죽는다. 『그래?』 『좀만 쉴 테니까 가서 일봐라. 참, 잠들지도 모르니까 4시전에 깨워줘라.』 문을 닫고 얌전히 사라져준다. 짜식! 멍청하긴 해도 나에게 도움되는 것이 많구나. 참, 보라나 오라고 해서 같이 애로영화나 한편 때릴까? 미칠넘. 논땡이 까는 거 자랑할 일 있나. 아, 나도 이런 곳에서 멋지게 뒹굴러 보고 싶은데, 이젠 부를 여자도 없구나. 여자나 한 명 사귈까? 됐다. 있어봤자 귀찮기만 하고 돈만 들어가는 게 여자다. 잠이나 퍼 자자. 환상의 꿈나라로 몰입하는 순간, 낯익은 목소리가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애무한다. 『요즘 장사는 잘 되고?』 『네. 조금요.』 『부모님 계시면 잠깐 만나 뵙고 가려 했는데 그냥 가야겠군.』 『여보, 여까지 왔는데 영화나 한편 보고 가죠.』 허걱~! 이 목소리는? 집안 권력자들! 으앗! 여긴 왜 오신 거냐! 큰일이다. 여기서 시간 때우고 있는 거 걸리면 난리 날텐데. 『흠흠! 여보, 어디서 많이 맡아본 냄새가 나는데요?』 『이 구린 냄새는 대수 냄샌데. 대수 왔었냐?』 허걱~! 나의 냄새까지 입력하고 있었다니. 무서운 권력자들. 동이야, 나 좀 살려다오. 『아, 아, 아, 아뇨. 아, 아, 아, 안 왔어요.』 저 신발넘! 날 엿먹이려고 작정했구나! 안되겠다. 빨리 튀어야겠다. 잽싸게 티셔츠와 츄리닝 바지를 거꾸로 갈아입어 위장하고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출구 쪽으로 재빠르게 걸어가면서 힘찬 구렁과 함께 퇴장했다. 『수고하세요~!』
다행히도 날 알아보진 못한 것 같다. 휴~ 돗땔 뻔했다. 저 넘이 불면 안 되는데. 된장, 앞으론 비디오방도 맘놓고 못 오게 생겼구나. 사람들로 붐비는 영등포 일대를 길 잃은 병아리마냥 배회했다. 날씨가 더워서 목도 마르고 걸어 다니는 것도 힘들었다. 시원한 곳에서 시간도 때우며 쉴 수 있는 1석3조의 아이디어가 없을까? 앗! 보라네 집에 가서 쉬면 되겠다. 잘만 하면 보라에게 점수도 따는 1석4조가 될 수도 있겠구나. 보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여보셔!』 『보라야, 뭐해?』 『너 자꾸 상습적으로 전화할래?』 『왜, 난 전화하면 안 돼나?』 『너랑 나의 인연이 이렇게 전화질 할 인연이냐?』 그래. 내 복권으로 대박 터졌으니 나랑 통화하는 게 불안하고 신경 쓰이겠지. 나랑 빨리 인연 끊고 싶겠지? 그런데 어쩌냐. 이렇게 한 울타리 안에서 같이 일하게 됐는데. 짜증나면 빨리 돈 뿜빠이 하던가. 아님, 날 사랑할 때까지 좀 짜증나더라도 참던가. 남의 돈 떼먹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걸? 『보라야. 너희 집에 잠깐 들릴까? 지금 그 근천데.』 『씨퐁~! 우리 집이 무슨 정거장이라도 되냐? 니 맘대로 와서 쉬었다 가게?』 『오늘 일을 너무 열심히 하고 다녀서 잠깐...』 『끊어!』 뚜뚜뚜....... 된장, 나의 다혈질 성질가동 시스템을 자극하는구나. 아, 열 받아. 자꾸 이렇게 신경질 적으로 나오면 '사랑쟁취작전'이고 뭐고 그냥 확! 잠깐! 센터에서 눈치보며 지내는 것도 짜증나는데 확 그냥 깊은 산 속으로 끌고 가서 강제로 덮쳐버리고서 애 한 명 낳아버릴까? 그렇게만 된다면 애를 핑계로 결혼까지 골인하여 속전속결로 게임 오버할 수도 있다. 근데 만약, 이런 거사를 행했는데 그 여우가 몇 개월 후에, "쓰댕! 애 지워버렸다!" 이러면? 아니, 분명 그러고도 남고 남을 여자다. 요즘같이 아기 안 낳고 안 키우려는 개인주의적인 시대에서 저 여우가 애를 낳는다는 건 붕어빵에서 붕어 발견됐다는 말보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리고 혹시나 일이 잘 풀려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쳐보자. 분명 한평생동안 바가지 박박 긁히고 살아야 할 것은 자명하고, 좀만 대들었다가는 바로 벽돌로 찍혀버릴 것이다. 이렇게되면 얼마 못 가 내가 먼저 이혼하자며 박박 악을 쓸 것이고 위자료고 뭐고 해서 돈 한 푼 못 챙기는 최악의 사태까지 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작전은 취소다. 좀 짜증나더라도 안전빵으로 작전을 마무리짓는 게 낫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인 나의 사랑을 그녀에게 한 방울씩 적셔주자. 나중에 가서 날 사랑하게 되어 결혼하자고 이중합창을 하든 메아리를 치든, 그 땐 돈만 챙겨서 떠나버리면 되는 것이다. 아, 많은 생각을 했더니 더 배고프고 목마구나. 된장, 오늘 급하게 뛰쳐나오느라 용돈도 못 타왔다. 또 굶어야한단 말이냐. 평일 날 결혼식 하는 예식장 없나 찾아볼까? 좋다. 찾아보자. 발을 옮기려던 순간, 다섯 살배기 꼬마아이가 헐레벌떡 내 앞으로 뛰어왔다. 『아저씨 여기 동전 굴러가는 거 못 봤어요?』 순간, 내 발 밑에 뭔가 반짝이는 게 보였다. 오잉? 저것은.. 다행히 그 아이보다 먼저 발견했다. 잽싸게 오른발로 동전을 덮고 친절히 말했다. 『저쪽으로 가던걸?』 『고맙습니다.』 꼬마아이가 달려가자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는 발 밑에 숨겨진 동전을 주웠다. 아싸~! 땡잡았다. 500원 짜리 동전이었다. 너무나도 기뻐 위에서 파도치기 물결이 이는 것 같다. 주머니에 있는 동전들과 합해보니 1700원이었다. 길거리에 버려진 롯데리아 콜라 컵을 들고 롯데리아로 들어갔다. 햄버거를 하나 사고 음료수는 주워온 콜라 컵으로 리필 받은 다음 근처 놀이터로 향했다. 점점 작아지는 햄버거를 바라보며 허무함을 느끼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개새끼 한 마리가 내 앞에 궁둥이를 깔고 주저앉더니 혓바닥을 낼름낼름 내민다. 『저리가!』 여전히 혓바닥을 낼름거린다. 이번엔 손가락으로 저 멀리 가리키며 멍멍어로 말했다. 『멍멍멍!』 어디 아프냐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쳐다본다. 어쭈? 끝까지 안가겠다 이거지? 『부글부글. 캬아악~ 퉤!』 햄버거에 점도 높은 가래침을 뱉고서 햄버거를 옆으로 치켜들었다. 그러자 마치 물엿이 떨어지듯 가래침이 햄버거에서 대롱대롱 매달린 채 천천히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이쯤 되면 동물이라도 포기할 줄 알았는데 이 녀석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댄다.
『이런 개 같은 넘! 너 먹어라!』 햄버거를 던져주고 놀이터에서 나왔다. 개 같은 넘! 그걸 받아먹다니! 다시 거리를 배회했다. 마침 전시회를 하는 곳이 있어 그곳에서 시간 때우다가 때 맞춰 센터로 복귀했다. 계단을 내려오며 바라본 헬스장과 스쿼시장과 재즈댄스장은 유난히도 한산해 보였다. 뭔가 불길한 징조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코치대기실에서 모두들 모여 미팅을 시작했다. 『자, 오늘 실적 올리도록.』 박부장의 말이 끝나자 제일 먼저 이 팀장이 칠판에 가서 자신의 이름 밑에다가 조심스럽게 1을 적었다. 그리고 말대가리가 일어나서 자신의 이름 밑에 0을 적었고 개뼈다귀도 0을 적었다. 박부장의 얼굴은 폐차 말기상태로 심히 찌그러져 갔다. 된장, 나야 일하러 온 게 아니라 일을 안 한다 쳐도 저 넘들은 도대체 뭐냐. 일을 하는데도 한 건도 못 올리냐. 저 멍청할 넘들 때문에 오늘도 역겨운 시간을 맛봐야하는구나. 아니다. 잔대가리 옵션기능을 발휘해보자. 마지막으로 내가 멋지게 나가서 이름 밑에 선을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그엇고 잠시 시간을 두었다가 1 옆에 동그라미를 귀엽게 그렸다. 순간, 모두들 놀라서 내 얼굴을 주시한다. 박부장의 얼굴을 바라보며 자신 있게 말했다. 『오늘 10명이랑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하고 왔습니다. 모두들 카드를 집에 놓고 와서 내일 제가 다시 가기로 했습니다. 하핫!』 상황을 뒤엎는 반전에 모두들 기뻐 손뼉 칠 줄 알았지만 이상하게도 분위기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으잉? 왜 그러지? 칠판에 적어둔 10이라는 숫자를 손가락으로 탁탁 치고 있는데 박부장이 조용히 입을 연다. 『만약 자네 집에 중이 구걸하러 오면 뭐라 하겠나?』 『중이요? 돈 없다며 내보내죠.』 『그럼 그 사람들은 왜 카드가 없다고 했겠나?』 앗! 그렇구나. 된장, 다른 작전을 쓸 걸! 할말을 잃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자 박부장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휴~ 오늘도 역시... 이팀장마저 한 건밖에 못 올리고... 나머진 모두 공치고.... 곧 있으면... 센터 임대료도 내야하는데.. 회원이 이렇게 없어서...』 박부장의 말투는 조금씩 울먹거리기 시작했고 코치들은 모두들 자동으로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는 명상에 잠겼다. 오늘은 박부장이 센터에 들어와 처음 영업하던 시절부터, 여의도 63빌딩에 들어가 하루동안 1층부터 63층까지 영업을 뛰느라 발이 통통 부었다는 얘기, 어느 추운 겨울에 영등포에서 노량진을 거쳐 한강대교를 건너 용산을 지나 시청까지 걸어가며 영업을 하다 동상이 걸렸다는 얘기... 등 폭넓게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나갔고 통곡소리가 대기실 안을 1시간동안이나 메아리쳤다. 웃음도 아니고 울음도 아닌 완전 똥 밟은 표정으로 1시간동안 있었더니 얼굴 근육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보통 사람들이 칠판에 손톱 긁는 소리나 밥그릇에 숟가락 긁는 소리를 굉장히 소름끼쳐하는데 난 저 느끼한 울음소리가 몇 백 배로 더 소름끼쳤다. 도저히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천상의 고통이었다. 웬만한 성직자를 제외하곤 정말 견디기 힘든 그런 상황이었던 것이다. 몸 안에 수분이 다 떨어졌는지 얘깃거리가 바닥났는지 박부장이 드디어 미팅을 끝냈다. 『스쿼시 레슨 있는 사람은.. 레슨 들어가고.. 없는 사람들은 내일 일찍 출근하도록... 훌쩍.』 박부장을 제외하고 모두들 고개를 숙인 채 대기실에서 나왔다. 회원이 몇 없는 썰렁한 센터를 바라보며 모두들 한숨을 쉬어댔다. 된장, 분위기가 말이 아니구나. 나의 '사랑쟁취작전'의 주무대가 이렇게 제삿집 분위기면 작전의 많은 악영향을 줄 수가 있다. 일단 박부장의 심기를 편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그 부하직원들도 맘이 편안할 것이고 그래야만 센터 분위기가 한결 밝아지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저기압권이 형성 돼있는 센터에서는 자칫하다가는 그 불똥이 보라에게까지 튈 수도 있다. 그런 사태에 대비해서 사전에 위험요소를 제거하려는 것이다. 앗! 이 시점에서 기똥찬 작전이 하나 떠올랐다. 모 cf에서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가는 친구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최민식이 갑자기 친구를 막아서고서 따뜻한 눈빛으로 김수철의 '젊은 그대'를 불러주며 위로하는 장면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따뜻한 힘을 받았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래, 최민식처럼 다정스런 눈빛으로 멋지게 노래를 불러주자. 그럼 박부장도 힘을 얻을 것이다. 하핫! 나의 잔머리는 에디슨을 능가하는구나. 대기실로 성큼성큼 다가가 문을 10cm정도 열어보았다. 손을 머리에 파묻고 패닉상태에 빠져있는 박부장의 초라한 모습이 보였다. 열린 문 사이로 고개만 살포시 들여놓고서 고개를 살레살레 흔들며 대기실이 울려 퍼지도록 밝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댔다. 『거칠은 벌판으로 달려가자~ 내일의 희망을 마시자~』 그러자 내 노래에 힘을 얻었는지 박부장이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하하, 고맙네. 자네 때문에 한결 힘이 나는 것 같아.』 앗싸! 작전 성공이다. 크게 한번 씨익 웃고선 문을 닫았다. 그러나 왠지 아쉬웠다. 한 구절 더 불러줄걸. 좋다. 한번만 더 하자. 아쉬운 마음에 다시 문을 열고 얼굴을 들이민 채 후렴을 불러댔다. 『젊은 그대 잠깨어 오라~ 젊은 그대 잠깨어...』 순간 두꺼운 책 한 권이 초고속으로 날아와 문을 강타했고 내 모가지가 문틈에 낑겨버렸다. 『켁!』
『나가~~~~!!!』 허걱~! 또 책 한 권을 던질 기세다. 잽싸게 모가지를 밖으로 빼냈다. 켁켁, 순한 양인 줄 알았더니 포악한 맹수 같은 성격도 있었다. 신발! 1절만 할걸. 괜히 2절까지 해서 마이너스 됐네. 아, 목 아파! 목을 부여잡고 헬스장으로 건너갔다. 나란히 런닝머신을 뛰고 있는 미래와 동이가 보인다. 신발! 저 자식들 이젠 대놓고 붙어 다니네. 잽싸게 동이 옆에 있는 런닝머신 위로 올라갔다. 『양동이!』 『허, 허, 응?』 이 자식, 이번에도 때 빼고 광냈구나. 『비디오방에서 불었냐? 안 불었냐?』 『헥헥, 오빠, 불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옆에서 달리던 미래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아, 아무 말도 안 했어. 허,허.』 『맹세할 수 있냐?』 『허, 허, 정말 맹세해.』 음, 이번엔 정말인 것 같다. 짜식! 가끔 의리 있을 때도 있구나. 『하핫! 미래야, 이 자식 귀엽지 않냐?』 『헥헥, 오빠야, 오늘 일 안하고 비디오방 간 거지? 맞지?』 『너 일 끝난 거냐?』 『헥헥, 열심히 일하기로 맹세했잖아.』 『오빠가 오늘 재즈실 청소 해줄게.』 『오빠야~!』 미래의 말을 무시하고 코치대기실 앞으로 가서 살며시 문을 열어봤다. 먼저 박부장의 심리상태를 살피고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부장님.』 『왜 그러나.』 방금 전의 포악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비교적 밝은 표정이었다. 다시 원상태로 회복된 것 같다. 정말 특이한 사람이구나. 이번엔 당당하다는 듯이 힘을 실어 말했다. 『오늘은 재즈실 청소 좀 하고 올게요.』 『재즈실? 거긴 또 왜?』 울상을 지어가며 묻는 박부장이다. 『재즈실 거울에 먼지가 수북수북 싸여있는데 아직까지 안 닦아주면 어떡해요. 이러니까 회원들이 줄어들죠.』 『먼지가 많다고?』 『이것 좀 봐요.』 방금 전 땅바닥에서 손가락에 묻혀 온 먼지들을 보여줬다. 『에? 재즈실에 먼지가 이렇게 많았어?』 『그것 봐요. 그럼 청소하고 올게요.』 순진한 박부장. 내 구라 펀치에 농락을 당하는 구나. 이럴 땐 너무 귀여워서 뽀뽀 한번 해주고 싶다. 앙! 신문지와 거울 전용세제를 들고 구석구석 깨끗이 거울을 닦아댔다. 『룰루랄라~ 룰루랄라~』 한참동안 빡빡 문지르고 있는데 유리문을 열고 들어오는 보라가 벽 거울로 반사되어 보였다. 위는 타이트하고 밑은 나팔바지처럼 헐렁하게 벌려진 검정 츄리닝 바지에 흰색 나쉬를 입고 있었다. 그녀를 못 본척하고 입김을 불어가며 거울을 빡빡 문질러댔다. 하~ 하~ 빡빡! 하~ 하~ 빡빡! 『여길 왜 니가 청소 하냐?』 『앗! 보라 왔구나. 이런, 미리 끝내둔다는 게 괜히 부담 주게 됐네.』 『레슨 준비해야 하니까 빨리 나가.』 훙!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감동해서 칭찬이라도 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갑자기 김 빠지려고 하네. 『후와~ 깨끗한 거울로 보니까 훨씬 예뻐 보인다.』 『......................』 띠기럴. 아무런 반응이 없다. 『보라야~ 나 재즈댄스 배워보고 싶은데 좀 가르쳐 줄래?』 『미래한테 배워라.』 『너한테 배우고 싶으니까 그러지.』 『가르쳐주고 싶어도 이젠 못 가르쳐준다.』 오잉? 이건 무슨 동해물과 백두산이 갈라지는 소리냐!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또박또박 조심스레 물었다. 『일 그만둘 거다.』 『뭐? 관둔다고??』 순간, 무릎이 휘청하면서 눈동자가 초점을 잃어갔다. 으앗! 이런 돌발 상황이 발생하다니!!
안돼! 안돼! 그럴 순 업따아아아~ 컷~! 출처 - http://cafe.daum.net/2daeri 나누어 줄수록 더욱 풍요로운 따뜻한 말 한마디가 용기를 주고 사랑을 전하게 됩니다. <meta content="progid:DXImageTransform.Microsoft.Pixelate(MaxSquare=15, Duration=1.5)" http-equiv="Page-Ex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