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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논란과 심리학 실험 '당신의 기억은 얼마나 믿을만한가?'
게시물ID : science_636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빈칸
추천 : 15
조회수 : 1437회
댓글수 : 100개
등록시간 : 2017/05/05 13:23:58
투표 용지로 시사게가 뜨겁네요.
예전부터 관심있던 주제라 관심이 가서 글을 씁니다.

뇌는 엄청 효율적인 정보처리시스템입니다. 엄청나게 빠르게 필요한것/필요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고 필요하지 않는 것은 지워버리죠.
그리고 기존에 있던 정보와 유사하면 더 빠르고 인식하고 지나쳐버립니다. 그래서 매직아이와 같은 착시현상이 일어나죠.
효율적인게 정확함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투표할때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것은 '내가 원하는 후보 옆에 정확하게 도장을 찍는 것' 입니다.
이외의 정보는 모두 걸러지죠.
그래서 공통점으로 다들 '도장이 선을 넘지 않도록 주의 했다'라는 의견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누가 질문을 합니다.

'여백이 있었어요?'

그럼 뇌는 내가 본 기억중에 여백이 있었는지 정보를 찾습니다. 주의 깊게 보지 않았기 때문에 희미한 정보이죠.
하지만 뇌는 어떻게든 희미한 정보를 떠올려 한가지의 사실로 만들어냅니다. 여백이 있는 기억이든 없는 기억이든.
그게 바로 당신이 갖고 있는 기억입니다.

투표하러 가지 전에 '투표용지를 비교하겠어!'라고 정확히 인지하고 가신 분이 아닌 이상
투표시에 여백은 그리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있다고 주장하든 없다고 주장하든 정확한 기억일 수 없습니다.

이 문제는 목격자 증언 문제로 심리학, 뇌과학에서 자주 다루어집니다. 범죄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고 책을 보신분들은 사례로 종종 봤을 겁니다.
표창원 의원님의 트윗은 그런 연유로 단정적으로 얘기하신것 같군요.

아래는 '스키너의 심리학상자'에도 소개가 됬었던 가짜기억이식실험의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TED 영상입니다.





영상에서 나온 사례를 정리해드리자면,

피시험자들에게 자동차 사고 비디오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질문을 던집니다.
한집단에게는 '두차가 부딪혔을때 어느 정도 속도로 달리고 있었나?'
다른 집단에게는 '두차가 쾅하고 충돌했을 때 어느 정도 속도로 달리고 있었나' 라고 물었습니다.
이때 충돌했다는 단어로 물은 집단에서 속력이 더 빨랐다고 대답합니다.

그 후 다시 질문을 할 때, 사고현장에서 깨진 유리 조각을 보았느냐고 질문을 하자
두 집단 모두 일정 비율 유리 조각을 보았다고 말하고, 충돌했다는 단어로 물은 집단해서 더 높은 비율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는 영상에 유리파편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본다 -> 뇌에 입력한다 -> 다시 불러와 기억한다' 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 과정중에 끊임없이 편집을 하죠. 뇌는 자기 스스로를 속일 정도로 정보처리 정확성이 떨어집니다.
여기에다가 다른 사람의 질문, 다른 사람의 증언에 따라 우리의 기억은 더 혼동을 겪습니다.

이 문제는 실제 법정에서 증언자에게 어떤 식으로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는데,
목격자는 위증을 하고자 하는게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목격자의 증언을 어디까지 믿어야하는가? 하는 딜레마를 낳습니다.

그래서 교차검증이 필요합니다.
과학기술이 발단하면서 증언이 아닌 증거에 의한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으면서 예전처럼 증언만으로 판결을 내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증언에 얼만큼 손을 들어줘야하는 가는 아직까지도 학계에 논란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래도 유명한 실험 영상입니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은 예전에 스펀지에서도 나왔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알고있을겁니다.
'흰색 팀 사람은 몇번 패스를 하나요?' 라고 질문을 던진 뒤 농구를 하고 있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질문을 던집니다.

'고릴라를 보셨나요?'

뇌는 흰색 팀 사람을 찾는데 집중했기 때문에 고릴라에 대한 기억은 희미합니다.
그래서 봤다/ 보지못했다 로 나뉘겠죠.
바로 다시 영상을 보여줍니다. 바로 잘못봤구나 하고 확인이 가능하죠.

아마 사람들에게 영상을 각자 따로 보여준 뒤, 사람들끼리 자유롭게 얘기하고 난 다음에
다음날 다시 영상을 보여주면 다른 영상을 보여준게 아니냐? 하고 의심을 할 수 있습니다.

투표는 비밀투표의 원칙 때문에 내표를 내가 바로 확인할 수 가 없어서, 아마 이번 우리들의 기억을 확실히 확인할 수 없을 겁니다.
내 기억 속과 다를 실제와 다를 수 있으니, 내 말을 못믿냐!!하고 너무 억울해하시지 마시구요 ^^;;
매우 상세하게, 감정을 담아 얘기한다고 그 기억이 진짜라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바로 자신의 뇌가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죠. 스스로를 속일 수 있을 만큼이요.
인간의 기억은 그만큼 불완전 하다는걸 알아주셨으면 하네요.

그리고 추가로, 이미 충분히 선관위와 당에서 문제의식이 생겼고, 
어떤 용지이든, 형식이든 도장이 찍혀있으면 괜찮다고 하니
내 표가 사표가 될까 너무 불안해하시지 마시구요! 투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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