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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때 가족에게 죽도록 맞아본 경험...
게시물ID : freeboard_13419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초롱이아빠7
추천 : 4
조회수 : 35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8/08 14: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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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때는 1982년도...

서울장위동에서 태어나 장위동, 이문동, 석관동에서 살던 나는 1982년 국딩 4학년 시절을 다시 장위동에서 지내고 있었다.

2남2녀 중 막내였던 나는 당시 아버지께서 토목기사로 현장소장으로 일하고 계셨고 어머니는 집에서 살림하시는 평범한 집에 장난 많이 치는 막내 아들이었다.

무엇보다도 맨 위의 형이랑은 13살 차이, 바로 위 누나 둘도 각각 11살, 9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사실상 집에서는 내가 뚝 떨어진 막내였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던 탓에 위로 형과 누나들과는 사실상 싸울일도 없어서 동네 친구들과 오히려 티겨태격 재미나게 지내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어느날...당시 교회 청년부였던 큰누나 방 옷장에서 섞여 들어간 내 옷을 찾던 내게 갑자기 심쿵한 상황이 들이 닥쳤다.

옷들 틈에 낑겨 있던 하양 봉투...그리고 그 안에 있던 당시로는 큰돈이었던 5천원짜리 2-3장과 천원짜리 7장...

당시 따로 용돈이 크게 부족하거나 집이 크게 어렵거나 하던 시절은 아니었지만...어린마음에 왜 그렇게 갑자기 물욕이 생기던지...--;

1천원이면 내가 좋아하는 만화책도 만화방에서 하루종일 볼수 있고...맛있는 뻔데기도 사먹고 깐도리 하드도 사먹고......

일단...두근대는 마음으로 다시 누나방에 가서 천원짜리 한장을 슬쩍 빼냈다. 

"크게 티는 안나겠지?"

쿵쾅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집을 나선 나는 일단 평소 간간히 가서 만화책 두어권 읽고 다시 문을 나섰던 동네 만화방엘 들어갔다.

1권에 20원, 혹은 50원이었던 만화가게에서 평소 보던 로봇찌파 시리즈 만화책, 그리고 강가딘 만화책을 골라 실컷 읽고...

해질녘이 되서야...다시 불안감이 엄습한 상황에서 쭈삣거리면서 집에를 들어갔다.

걱정과는 달리 평소와 다름없던 집안 분위기. 뭐하다 늦었냐며 타박하시는 어머니와 숙제다했냐고 잔소리하는 작은누나의 말을 귓등으로 들으면서

내방으로 직행...두근두근 대면서 시간을 보냈다.

당연히 이날은 아무런 상황도 오지 않았고 주머니속에 남아있던 500원 지폐와 100원짜리 동전 두어개는 내 마음과는 달리..자꾸만 내일은 만화도 보고

친구놈들 하드도 사줘야지...하는 생각만 하게 됐다.

다음날도 학교에 갔다와서 들린 만화방에서 실컷 만화책을 읽다 친구들과 만나 친구들에게 쌍쌍바도 사주고...뻔데기도 사먹고...

집에 들어와도 전혀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차츰 죄의식에서 무뎌진 나는 결국 또 다시 저지르면 안되는 금단의 열매를 먹게 된다.

더욱 담대해진 나는 이번엔 아예 5천원짜리 한장을 빼내고는 곧바로 집을 나선다.

읽고 싶은 재미난 만화는 지천에 널렸고 돈은 넉넉하니 시간가는줄도 몰랐다.

급기야...그 다음날...학교로 가던 나는 길가에 있는 만화방의 각종 포스터의 유혹에 못이겨 난생 처음 학교를 땡땡이 치고는 만화방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곤 하루종일 킬킬대며 만화를 읽고 라면도 사먹고 하드도 사먹고...해가 질 무렵에 들어간 집...

역시 큰누나가 있어도 집안 분위기는 전과 다름 없는 상황...

다음날도 역시 학교를 땡땡이 치고 들어간 만화방... 2일 연속으로 만화방에서 킬킬대던 나는 친구녀석과 함께 호기롭게 짜장면집에 가 짜장면을 사먹고...집에를 들어갔다...

그런데...집안 분위기가 어제와 같지 않다...

어머니께서 도끼눈을 뜨시면서 나를 다그치신다....어디 갔다 왔냐고...

일단 겁을 집어먹었던 나는 눈치를 굴리다가 돈 이야기가 없어 그냥 학교안가고 동네 뒷산에서 참새를 잡고 놀았다고 둘러댔고 이에 속상하신 어머니는 엄청난 잔소리와 함께 나를 크게 혼내셨다.

이후 큰누나가 들어왔고 형도 들어오고...아버지는 지방 공사장에 계셔서 주말만 올라오셨다...

큰누나와 형이 엄마와 함께 마루의 나를 두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뭔가 심각한 이야기를 주고 받더니...다시 나온 세사람...

형이 무서운 얼굴로 혹시 큰누나 방 옷장에서 돈에 손댔냐고 물었다.

이때 그냥 이실직고를 했어야 했는데...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저으면서 부정을 했고...

곧이어 형이 거칠게 다가와 나의 주머니를 뒤진다...

당시 내가 질수 없었던 천원짜리 지폐 1장과 나온 100원짜리 10원짜리 동전들...끽해야 100원 200원 받아 놀던 나에게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가 나온 셈이다.

순간 흐르는 정적....큰누나의 탄식소리와 어머니의 외마디 비명...

정신이 없던 나는 형의 손에 이끌려 다락방으로 끌려갔고...

이후 형은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그리고 왜 혼나야 하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

제일 먼저  거짓말을 했고, 남의 돈에 손을 댔고...학교에 가지 않았고...이로 인해 가족들에게 큰 걱정과 실망을 안겨주었다는 것.

그리고는 다락방 기둥에 나를 몰아세우고는 정말 정신없이 두들겨 맞았다.

그냥 무차별적으로 맞은 것이 아니라...마대자루로 엉덩이를 맞다가 마대자루가 부러지자 다시 빗자루로 얻어맞고...

결국  1시간 이상을 두들겨 맞으면서 혼나던 나는 어머니의 만류로 간신히 다락방을 벗어 날 수있었다.

당시 형은 이미 24살...나한테는 거의 아버지와 같은 권위를 가졌던 터라 반항을 한다거나 도망간다거나 하는것은 꿈에도 상상 못할 일이었다.

반 초죽음이 됐던 나는 그 다음날도 본의 아니게 학교를 가지 못했고...결국 3일 연속 결속의 불명예를 안게 된다.

이후 국민학교 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통털어 내가 소위 땡땡이를 친 적은 절대 없었다. 

남의 돈에 손대거나 탐한 기억도 없다. 

형한테 죽도록 맞은 기억은 끔찍하고 공포스러웠다. 절대 하면 안될 짓을 한것이기에...형이 원망스럽거나 미워한적은 추호도 없었다.

격동의 8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옆길로 새지 않고 그나마 대학가서 사람구실하고 지금까지 생활해 온것에는 13살 국딩 4학년 당시 형에게 엄청나게 혼났던 경험이 나에게 큰 이정표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제 50중반을 훌쩍 넘긴 형이 머리도 좀 벗겨지기 시작하고 눈도 나빠지는 것을 보고는 참...세월의 덧없음을 느끼게 된다...


4학년때.jpg

국민학교 4학년이던 1982년 겨울...당시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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