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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동안 재판 3번해서 체불임금 받은 이야기
게시물ID : soda_13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코헨자임
추천 : 49
조회수 : 4179회
댓글수 : 67개
등록시간 : 2015/09/11 15: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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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베오베에 올라온 체불임금과 관련된 만화보고 저도 적어봅니다.
좀 긴데 그래도 끝까지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참고로 미리보는 세줄 요약
임금체불->노동청 조정 실패->형사소송->민사소송->압류->경매 직전 누군가 나에게 소송을 검->ㄷㄷㄷㄷ->소송에서 이김->정의구현!!



20대 중반, 백수+반쯤 히키코모리로 살다가 더는 안되겠다 싶어서 취업자리를 알아봤습니다.
이 지역에서 나름 이름있는 대학 간판+학원강사 경력을 살려서 새로 시작하는 교육 관련 기업에 입사했죠.
처음 1주는 자체 교육을 무급으로 받기로 하고(식대는 회사에서 지불) 
교육 후 1주간 정상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3주째 되는 날 오전에 출근하다가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크게 다친건 아니었지만 병원에 입원했고, 이미 회사가 좀 아니다 싶었던 저는 퇴사하겠다고 회사에 말했습니다. 회사에서도 그러라고 했고요. 

그런데 월급날이 되어도 월급이 안들어옵니다. 단 1주지만 일한거에 대한 돈은 줘야 하는거 아닙니까.
전화해서 월급이 안들어왔다고 하니 교통사고 보상금을 받지 않았느냐고, 
원래 그렇게 처리하는거라고 사장이 말하네요. 
게다가 저 때문에 회사가 손해본게 얼만지 아냐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볼거 없이 바로 노동청에 신고했습니다. 

노동감독관이랑 이야기를 하는데, 무급 교육따위는 없다고 총 2주분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그리고 얼마 정도 받으면 서로 협의를 할지도 묻길래 더도말고 10만원 정도만 받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절차가 진행되는 사이 저는 새로운 직장에 취직을 했고요. 

하루는 집으로 노동청에 무슨 무슨 등기우편물이 오는데, 이름도 거창한 소환장입니다. 
가슴이 철렁해서 가보니까 그 사장이 저한테는 절대로 돈 못준다고 말했답니다.
자기도 노동감독관 하다가 이런 사업주는 처음 본다며 저보고 형사소송을 하라고 강력하게 권했습니다.
저런 사람은 법으로 본떼를 좀 보여줘야 한다고요.
노동감독관의 도움을 받아 형사소송을 걸었습니다. 
형사소송은 100% 승리하니 승리 후에 재판결과를 가지고 민사를 걸라는 조언도 받았습니다.

몇달 후, 형사소송 결과가 왔습니다. 사장은 벌금 30만원을 냈습니다.
이 결과를 가지고 민사소송을 내서 내 체불임금을 받고 싶은데 방법을 모릅니다.
사실 여기부터 되게 답답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장은 벌금냈는데, 이만하면 나도 할만큼 한게 아니냐 생각도 들고
회사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법원에 갈 시간을 내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결론은 민사소송 걸었습니다. 
네이버 지식인, 소송관련 카페 그리고 민원실 공무원의 뺑뺑이를 참고로 법원 방문 3번만에 간신히 민사소송을 냅니다. 
중간에 사장 거주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몇 번이나 서류가 돌아오기도 하고
의견서였나.. 뭐 그런거 내기도 했지만 여튼 재판에 이겼습니다. 
체불임금+그때까지의 이자 더해서 돈 주라는 판결이 떨어졌습니다.

근데, 사장이 돈 주겠어요? 얌전하게? 안줍디다. 
이때는 이미 1년하고도 1개월인가 2개월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저도 악밖에 안남았죠. 
유체동산 압류를 겁니다. 사장 집에 가서 빨간딱지 붙이는 거죠. 
하루 휴가 내고, 증인 한 명 세워서 사장집으로 갑니다. 

가니 제 또래의 딸이 울면서 왜 이러냐고, 잠시 기다려달라, 부모님께 확인해보겠다 이럽니다.
전화통화 후 저에게 바로 돈을 주겠다면서 딱지 붙이지 말라고 합니다.
알겠다 하면서 압류하는 그 법원 관계자분 보내고, 증인이랑 사장딸이랑 같이 은행에 갔는데
은행앞에 딱 가니까 그 딸이 아빠가 저에게 절대 돈 주지 말랬다고 
죽어도 돈 못준다고 마음대로 하라고 하면서 자기 혼자 그냥 가버립니다. 

다시 그 압류딱지 붙이는 분 불러서 사장집으로 가서 자물쇠 강제로 따고
집안에 들어가서 컴퓨터니 티비니 죄다 빨간딱지 붙였습니다. 
그리고 경매날짜도 나왔습니다. 이제 다 끝난거 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끝은 또다른 시작이었으니....
누군가 저에게 소송을 걸었습니다. 
제가 사장 집에서 압류한 물건들에 대한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고 말이죠.
한 마디로 그거 다 내꺼니까 넌 그냥 떨어져라 이겁니다.

하... 제가 소송 당사자가 되니 눈앞이 캄캄하더라고요. 
누가 봐도 이건 저 엿먹으라고 짜고 소송거는건데, 법적으로 이길 방법이 없데요.
변호사 무료상담이라는 곳을 몇 군데 가서 조언을 받았는데, 다들 제가 진다고 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이런 경우는 저에게 미리 연락을 해서 약간의 금액을 건네주고 제 경매권리를 사던가
잘 협의를 하던가 이런데, 저는 그 사람도 모르는데 무작정 소송걸었다는건
그 사장이랑 소송건 사람이랑 서로 싸바싸바했다는 겁니다.
사장네 집 물건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도 나중에 사업 망하면 이렇게 경매되는거 막으려고 미리 작업해놓은거라고... 
증거로 내민게 집안 가구+가전 담보로 천만원을 빌렸는데, 10년후까지 안갚으면 그거 다 압류한다는 그런 공증이었거든요.
누가 티비 담보로 천만원 빌려주고, 그걸 10년간 끌고 가는 사람이 어디있냐고 ㅋ 
게다가 티비나 에어컨은 몇년만 지나도 가치가 금방 하락하잖아요. 
변호사분이 비웃더라고요. 정말 사업 더럽게 한다고요. 
전후상황 없이 바로 소송을 걸었다, 그리고 정황이 의심스럽다는걸 어필하라고 한 변호사분이 힌트를 주셨습니다.

여튼 법원에 그 사이에 일들과 제 의견을 담은 서류를 제출하고 재판 날짜를 기다렸습니다.
이때는 1년 6개월이 경과한 시점이네요. 
두번째로 회사를 옮겼는데 법원 근처라 재판 출두도 아주 쉬웠습니다 ㅠㅠ
제 또래의 여자분이 판사였는데, 딱 보자마자 합의를 권했어요.
저는 합의하겠어요! 했지만 소송건 사람은 싫음 ㅋ 내가 이기는데 왜함? 이랬고요.
할 말 있으면 하라길래 저는 정말 억울하다고, 못 받은 월급 받겠다는데 왜 이렇게 일년이 넘게 고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사정을 참작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론은? 제 승리.
판결문이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여튼 제가 이겼습니다. 
아싸 룰루랄라 하면서 다시 경매날짜 잡았어요.
그제야 사장 사모한테 연락이 오네요. 돈 주겠다고. 

저는 10만원만 주면 된다고 말했는데
1년 반 후, 3번의 재판 후 제 손에 쥐여진 금액은 150만원이 조금 넘었습니다.
그 돈 받고 공탁금 어쩌고 하는 서류 써주고(소송건 사람이 사장 사모 남동생네 사장님이랍니다...빨리 공탁금 찾아가게 합의해야 한데요 ㅋ) 체불 원금에 이자에 재판 비용에 위자료까지 넉넉하게 돈 받았습니다.

저보고 젊은 사람이 독하네 ^^ 그러길래
멀쩡하게 일한 사람 돈 안주는 그쪽분들 보다 더 독하기야 하겠어요? ^^ 
라고 해주고, 사장이 직접 사과 안하면 합의 못해주겠다 땡깡 피우면서 사장이 직접 사과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거 같습니다.
그때야 악에 받혀서 한거고요...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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